[심규권 기자] 타이레놀 TV 광고를 유심히 살펴보자. “진통제 앞에서 늘 망설이는 당신~”이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지그시 표정을 찡그리는 한 여자 모델. 커머셜 광고에서 자주 모습을 볼 수 있는 ‘포스트 송경아’, 모델 윤소정이다.
모델답지 않은 여성스러운 마스크에 서글서글한 인상. 그에게서 받은 첫 이미지는 톱 모델이라고 믿기 힘든 소박함과 따뜻함 그 자체였다. 어느 정도 모델로서의 위치를 쌓아 올렸건만 화보촬영과 인터뷰 내내 그에게서는 약간의 흐트러짐과 오만함을 절대 찾아볼 수 없었다.
세종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해 이른바 ‘공순이’이기도 한 그.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해 후회가 남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일반적인 모델과 다른 학창시절의 추억이 있다고 배시시 웃었다. 커머셜 광고 블루칩으로 각광 받고 있는 그의 매력을 좀 더 알아보자.
Q. 세종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이른바 ‘공순이’인데 정작 하는 일은 모델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모델 일을 시작한 건가.
아니요.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시작했죠. 휴학을 하면서 모델 일을 했는데 그래도 대학교 졸업장은 필요한 거 같아서 병행을 했어요. 근데 전공이 모델 쪽과 관련이 없다 보니 애로사항이 많았죠. 패션위크 기간과 과제가 겹치게 되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 정말 바빴죠. 그래서 수강신청 전에 미리 교수님들을 찾아 다니며 양해를 구했어요. 런웨이 서는 기간을 피해서 미리 과제를 내거나 시험을 칠 수 있냐고. 일부러 출석을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보다는 최대한 성실함을 어필하는 방향으로 갔죠(웃음). 그때 제일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전공이 지금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부분이 있는가.
기자님이 저를 처음 봤을 때 신기해하시는 것처럼 ‘어떻게 모델 일과 컴퓨터공학 공부를 병행했을까’ 하는 호기심은 유발할 수 있죠. 하지만 전공 분야로는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건 없죠. 차라리 이쪽과 관련된 전공이었다면 일하는 부분에 있어서 미리 배우고 또 인맥도 쌓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아요. 너무 다른 분야니까…이쪽 분야에 도움 되는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Q.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제가 어렸을 때부터 키가 컸어요. 그래서 농구를 하라, 모델을 하라는 식의 얘기는 많이 들었죠. 하지만 제가 도전정신이 있던 건 아니어서 고등학생이면 고등학교를 가고 또 공부를 해서 대학교를 가야 하는 그런 순차적인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남들이 하는 식으로요. 모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아예 안 했죠. 근데 대학교 전공 수업을 들어보니 제 적성과 맞지 않아서…거기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게다가 마음 한편에 모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나 봐요. 근데 제가 수동적이어서 그런 거를 표출 못했던 거죠. 그래서 1학년 마치고 ‘아, 더 이상 망설이면 시도조차 못하겠다’ 싶어서 도전하게 됐죠.
Q.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모델 생활, 장단점은 무엇이었나.
늦게 시작한 것의 장점은…대학교 전공이 다른 분야였다는 거요. 다른 과를 들어가서 친구들처럼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녔다는 게 가장 좋았던 거 같아요. 고등학교 시절도 그렇고요. 요새 고등학생인 모델 친구들 보면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 대학교도 일반 대학생처럼 못 지낼 거 같고…그런 면에서는 늦게 시작했다는 게 추억이 있어서 좋죠. 하지만 더 빨리 시작했으면 하는 후회는 많이 해요.
Q. 모델 일을 시작했을 때 닮고 싶은 선배가 있었을 것 같다.
경아 언니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부분을 동경하잖아요. 제가 모델이 된다면 경아 언니 같은 이미지를 갖고 싶었어요. 경아 언니는 모델 일 말고도 다른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시잖아요. 그런 게 존경스러워요. 모델로서의 프로포션 말고도 다른 분야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그런 모습. 딱 한 가지만 하지 않고 여러 가지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런 모습들이 대단하죠.
Q. 송경아와 같이 모델업계에서는 다른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시는 분들이 많다. 본인은 혹시 계획이 있나.
저는 계속 모델 일을 하고 싶기는 해요. 마흔이 넘어도, 쉰이 넘어도 계속 일을 하는 여성으로 남고 싶거든요. 근데 제 전공이 너무 이 쪽 분야랑 달라서 제가 모델로서 살아온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넓혀가고 싶어요. 패션 쪽으로 강사도 하고 싶고 공부를 많이 해서 교수도 해보고 싶고요.
Q. 수많은 매체와 화보촬영을 진행했다. 조금 특별했던 기억이 있나.
외국 출장 가는 게 너무 좋아서 해외 촬영은 모두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보통 다른 분은 해외 출장이 힘들어서 가기 싫어하는 데 어쨌든 그게 제 돈 주고 가는 건 아니잖아요(웃음). 그렇게 혜택을 받으면서 일을 하는 게 너무 좋고…해외에서 촬영한 모든 건 다 기억에 남아요.
Q. 커머셜 광고를 많이 찍었다. CF업계에서 윤소정에게 쏟아지는 러브콜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제가 운이 좋게 TV CF를 많이 찍었어요. 근데 제가 아직 그렇게 인지도가 있는 편은 아니고 또 광고마다 이미지가 다 다르게 들어가니까 이 사람이 이 사람인지 몰라요(웃음). 얼마 전에는 저보고 ‘타이레놀 광고 찍은 애가 너랑 똑같은 애 맞냐’고 물어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어요(웃음). 그만큼 튀지 않고 광고에 잘 섞여 들어가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그리고 광고업계에서는 신체 프로필이 좋은 모델을 찾는 게 트렌드라서 도움을 받은 것도 있고요. 그런 여러 가지가 맞물려서 운이 좋았던 케이스였습니다.
Q. 모델치고는 여성스러운 마스크를 가지고 있다. 장점인가 단점인가.
그때그때 다른 거 같아요. 모델치고 여성스러운 마스크를 가진 모델을 찾는 사람에게는 장점이 되는 거고 다른 이미지를 찾는 사람에게는 단점이고요. 하지만 일반 화보에서 너무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나오면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죠.
Q. 정말 동안이다. 이목구비 덕인가 아니면 평소에 꾸준히 관리하는 건가.
두 개 다 있는 거 같아요. 동안의 요건이라는 게 있잖아요. 제 이목구비가 그런 요건에 충족 되는 부분이 좀 있는 거 같아요. 근데 관리가 더 중요하죠. 여자는 관리가 계속 필요한 거 같아요. 집에서도 팩이나 세안 같은 기초적인 부분은 엄청 신경 쓰죠. 관리실도 다니고. 근데 무리하게 레이저를 쏜다거나 하는 거는 피부에 악영향을 끼치더라고요. 그래서 피부 마사지나 천연팩 같은 피부에 자극을 안주는 방법을 주로 해요.
Q. 쉬는 날에는 주로 무엇을 하나.
제가 집에만 있는 걸 안 좋아해요. 일이 없어도 나가서 마사지도 받고 운동도 하고 카페에 책 읽고. 밖에서 무언가 하는 걸 좋아해요. 집에만 있으면 무료해지고 수동적으로 변하는 게 싫어서…어떻게든 나가서 아이쇼핑도 하고 그래요. 뭘 할지는 매일매일 달라요(웃음). 모델 일 특성상 바쁠 때는 엄청 바쁘고요. 안 바쁠 때는 엄청 안 바빠요. 바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집에 누워있는 것도 좋아하지만…안 바쁠 시기에 집에만 있으면 뭔가 시간을 낭비하는 느낌이 들어요.
Q. 옷 잘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인의 매력을 100% 살릴 수 있는 스타일링 비법이 있다면?
음…머리가 길었을 때 저도 모르게 여성스럽게 지냈어요. 그래도 너무 여성스럽게 보이지 않으려고 컬러풀하게 입든지 액세서리를 활용한다든지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머리를 자르게 되니까 그게 또 안 어울리더라고요. 어떤 스타일을 고집하지는 않는 거 같아요. 다만 너무 여성스럽거나 너무 남성스럽거나 하는 건 안 좋은 거 같아요. 여성스러운 풍이라도 조금은 남성적인 포인트를 넣고 하는 식이 좋죠.
Q. 혹시 해외 진출 계획은 있나?
아…생각은 항상 하고 있죠. 그건 모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각인 거 같아요. 하지만 해외에서의 모델 활동이라는 게 조금 삭막하거든요. 여기보다 훨씬 혹독하게 자기 관리도 해야 하고. 한국에서 TV CF도 하고 있고 돈벌이도 하고 있는데 이거를 다 내려놓고 외국으로 나간다는 게 조금 어려운 부분이죠. 하지만 기회가 온다면 당연히 도전할 생각은 있어요.
Q. 이제 두 달여 남짓 남은 2015년이다. 올해 세웠던 목표가 있었나.
매년 세웠던 계획은 잘 안 지키는 거 같아요(웃음). 근데 모델로서 변화를 주고 싶은 생각은 있었어요. 제가 긴 머리를 10년 동안 하면서 한 번도 변화를 준 적이 없었거든요. 머리 색깔 같은 것도 계속 동일한 갈색이었고. 변화를 주고 싶은 생각은 계속 있었는데…얼마 전에 뷰티 계약이 끝나면서 제가 질렀거든요. 탈색도 해보고 엄청 많이 잘라도 보고. 그런 면에서는 몇 년 동안 고민했던 걸 해봤던 거 같아요.
Q. 가까운 시일 내 목표로 잡고 있는 것이 있나.
음…영어 공부는 좀 해야 될 거 같고…또 제가 엄청 몸치여서 예전부터 춤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모델 일을 하면서 무언가를 배우는 거는 어떻게든 다 도움이 되거든요. 딱 화보만 찍고 끝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만났을 때 영어가 필요한 순간도 있고 춤을 배워놓으면 할 수 있는 분야도 많아지고. 연기 같은 것도 배우가 되기 위해서 배우는 게 아니라 TV CF나 화보 찍을 때 도움 되는 게 많으니까 틈날 때마다 배워보려고요.
Q. 모델로서 꿈은?
제가 인지도가 있는 편은 아니라서 TV CF를 찍어도 그게 윤소정이 나온 광고가 아니라 광고에 나온 윤소정이 되거든요. ‘어, 제가 광고에 나온 모델이야’ 그렇게 되는 게 더 커요. 그래서 누구에게나 각인될 수 있는 모델이 됐으면 좋겠어요. 또 나이가 들어서 모델이 아닐지라도 제가 모델 윤소정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싶어요. 나중에 강사가 되고 교수가 되고 여러 가지 다른 직업을 가져도요.
기획 진행: 심규권
포토: bnt포토그래퍼 이은호
의상: 주줌, 레미떼, 딘트
액세서리: 딘트
슈즈: 아키클래식, 프렌치솔
헤어: 디바이수성 에스더 실장
메이크업: 디바이수성 은혜 실장
피규어&인형: 바보요정 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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