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희경 기자] “배우의 자리에서 제 연기는 당연히 해야 될 임무고 끝이 없는 공부죠. 매 작품마다 배움에 무한한 연장선을 찾을 수 있어서 좋아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백윤식은 bnt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위트를 뽐내며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부자들’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
백윤식은 극중 조국일보의 논설위원 이강희 역을 맡아 안상구(이병헌), 우장훈(조승우)와의 팽팽한 대립각을 그리는 악역으로 등장한다. 개봉 전부터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소식은 ‘내부자들’을 기다리는 대중들에게 높은 기대감을 안긴 터. 실제 영화를 본 백윤식에게 영화의 흥행여부에 대해 묻자 그는 웃으며 “촬영은 재밌게 했다”고 답했다.
“제 입으로 재밌다고 하면 안 되겠지만 워낙 작품이 재밌어요. 어디 나가면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는데, 그럴 때마다 ‘무조건 재밌다’라는 말만 했죠.(웃음) 그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게, 책도 재밌고 시나리오는 더 보강이 됐으니 스토리가 더 재밌거든요. 어디선가 뚝 떨어진 주제가 아니라 현실적이니까요. 평소에 뉴스로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소재화 됐기 때문에 이질감 없이 보시고 재밌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극중 이강희는 대통령 후보, 재벌 회장과 한통속으로 대한민국 정권을 꽉 잡는 괴물 같은 악역으로 등장한다. 그동안 흔하게 접한 악역과 달리 현실성이 짙은 갑 중의 갑 악역으로 출연하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 이에 대해 백윤식도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자신이 가진 감독에 대한 신뢰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결정적 사유로 내세웠다.
“처음에 감독님을 만나서 시나리오를 봤는데, 그때 안 좋은 인물이라는 걸 알았어요. 솔직히 부정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게 부담감이 오기는 했어요. 배우는 작품으로서 관객들에게 표현하고 인정받는 직업이지만 마음 한 구석이 꺼림칙했죠. 하지만 감독님이 제게 ‘꼭 해줬으면 좋겠다’며 부탁하셨어요. 저를 필요로 했고, 제가 있어야 최고의 캐릭터가 나올 것 같다고 하셨죠. 배우로서 감독에게 연기적인 부분을 인정해주시는데 그만큼 좋은 말이 어디 있겠습니까. 결국 한다고 했죠.”
그간 다양한 연기 변신을 선보인 백윤식이었지만, 최근 ‘관상’ ‘돈의 맛’ ‘타짜’를 통해 선보인 카리스마 있는 모습은 대중들에게 보다 익숙해졌다. ‘내부자들’ 속 백윤식 또한 자신의 권력을 위해 모든 것을 꾀하는 섬뜩한 연기로 대중들에게 다가갈 전망. 백윤식만의 코믹하고 푸근한 연기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그는 “어떤 장르에서도 언제나 준비돼있다”며 가능성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연기 인생에 장르적 변신에 대한 갈증을 느낄 단계는 이미 지나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실 제 안에는 코믹한 요소뿐만 아니라 다 가지고 있어요. 단지 이 작품에서 이강희가 보여줘야 될 부분은 카리스마가 형성이 돼야 하고,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도 보여줘야 하니까 강하게 보여준 게 있어요.”
“작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저에게 오는 기회는 결국 선택이거든요. 항상 좋은 캐릭터와 좋은 책이면 해야 하죠. 그래야 관객들에게 더 사랑받을 수 있으니까요. 사실 돌이켜보면 많은 요소의 작품을 했어요. 왕부터 군인 장교 등 별의별 직업도 하면서 배우로서 많이 소화했죠. 가벼운 역에 대한 갈증이 있기보단, 이번 작품에서도 다른 작품에 비교하지 않고 불편함 없이 편하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내부자들’은 백윤식, 이병헌, 조승우 같은 주연뿐만 아니라 김대명, 조재윤, 배성우 등의 조연들도 다른 작품을 통해 뛰어난 연기력을 입증한 배우들이다. 소위 대선배라고 불리는 이경영보다도 무려 17년 앞선 연기 선배라는 백윤식. 그에게 ‘내부자들’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누구나 함께 한 시나리오라는 배를 타고 간다고 해도 같이 그 배에 못 타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하지만 ‘내부자들’은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았어요. 마치 마당에 굿판을 펼친 것처럼 좋았죠.(웃음) 제가 촬영장에서 가장 선배였는데 다들 연기를 나무랄 데 없이 잘 했고, 분위기 메이커들도 많았으니까. 정말 자랑스러운 후배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지난 1970년 KBS 공채 9기 탤런트로 합격한 뒤 끊임없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대중들 앞에 나섰다. 그들을 위해 연기했고, 소통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매 작품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자신의 입지를 다져가는 백윤식에게 35년의 연기 인생은 어떤 것일까.
그는 자신의 직업은 사랑하되, 자신이 선보이는 연기에 대해서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은은하게 미소 지으며 “최선을 다 할 뿐”이라고 하는 백윤식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연기에 신뢰를 쌓게 만들었다.
“배우로 끌고 가는 힘은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좋아요. 주관적으로 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단지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게 전부죠. 항상 즐겁고 긍정적이게 하는 게 좋은 기회를 만드는 길이 되지 않나 싶어요.” (사진출처: 호호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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