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발칙하게 고고’ 이원근, 소년스러움이 묻어있는

입력 2015-11-20 15:05   수정 2015-11-20 15:07


[bnt뉴스 조혜진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길가에 굴러다니는 낙엽만 봐도 뒤집어 진다는 소녀감성도 그의 ‘소년감성’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 것이다. 전혀 진부하지 않은, 예쁜 감성을 지닌 배우 이원근의 이야기다.

최근 KBS2 월화드라마 ‘발칙하게 고고’(극본 윤수정 정찬미, 연출 이은진 김정현) 종영 후 이원근과 bnt뉴스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감기에 걸렸다던 그는 목이 따끔 거릴 법도 한데, 조곤조곤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극중 이원근은 세빛고의 전교 1등이자 훤칠한 키와 외모를 지닌 만인의 엄친아 김열 역을 맡아 호평을 끌어냈다. 자기 잘난 줄 아는 능청스러운 어투를 가진 김열과 달리 이원근은 “저는 솔직히 제 외모에 대해 잘 모르겠다. 늘 봐왔던 얼굴이기 때문에 ‘잘났다, 못났다’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거리만 나가도, 또 현장에만 나가도 학연이 형, 지수는 남자답고 잘생겼는데 제 얼굴은 잘 모르겠다”고 온 마음 다해 겸손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번에 또래 친구들과 촬영하면서 밥 먹고 나서 각자 사비로 사는 커피내기를 많이 했어요. 어떻게 보면 소소한데 이게 한 번 살 때 마다 오만원이 나가요. 한 잔에 오천 원씩 열 명이니까. 밥 먹다가 팀원별로 1대1 토너먼트 식 가위바위보 내기를 했어요. 사이즈도 큰 걸로 벤티사이즈 6800원인가해요.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어요. 제가 그 중 세 번이나 걸렸지만(웃음).”

이원근은 촬영 중 소소한 에피소드를 전하며 그 때를 돌아보듯 즐거워했다. 구체적인 가격까지 기억해가며 꺼내놓은 이야기에는 ‘소년스러움’이 묻어있었다. 실제 소년이었던 학교생활은 어땠는지 묻자 “지금과 똑같다. 조용하고, 친구들이랑 놀 때도 옆에서 고개만 까딱이는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의 말처럼 ‘차분하다’ ‘조용하다’는 말이 이토록 잘 어울릴 수 없다. 그렇다고 마냥 조용한 게 아니다. 대화를 할수록 그의 감성은 옆에서 까딱이는 게 아닌, 직접 나서서 그의 감성을 전하지 않고는 섭섭할 지경이었다. 더욱이 김열 캐릭터를 연구하고, 자신과 닮은 점을 꼽는 모습은 특히나.

“열이의 진짜 모습은 어릴 적 부모에게 상처받을 때의 한없이 순수한 7, 8살짜리의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대본엔 이렇다 하고 나와 있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과거의 일을 건드리면 언제든 눈물을 흘릴 수 있고, 무너질 수 있는 캐릭터라고 봤거든요. 그 정도의 아픔을 가지고 있었기에 성장하면서 어른들을 멀리하고, 그걸 숨기려 밝아 질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제가 부모님한테 상처받고 그런 건 아니지만, (김열과) 그 부분이 닮았어요. 전 감수성이 많아요. 꽃 같은 것 봐도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고, 돌 틈에 자란 풀만 봐도 다른 생각이 들어요. ‘쟤네들도 저렇게 열심히 예쁘게 자라고 있는데 두발로 걷고 있는 우리가 더 열심히 살아야하지 않을까’하는 진부한 생각이 들어요. 또 어릴 땐 눈 오면 행복해하잖아요. 어른이 되고나면 더러워질 눈, 미끄러질 눈, 교통체증 이런 거 생각하고. 순수함이라고 하면 조금 웃긴데, 이런 점에서 소년 같은 그 감성이 저와 열이가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돌 틈에 자란 풀을 보고 누가 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원근은 대답 뒤에 자꾸만 “진부하죠?”라고 물었지만, 전혀 진부하지 않을뿐더러 감성은 그의 말을 더 예쁘게 포장했다. 취재진의 ‘제 여고생 시절보다 더 소녀감성 같다’는 말에 그는 “친구들도 다 소녀감성이라고 한다”며 웃어보였다.

‘발칙하게 고고’ 제작발표회 때 국토대장정을 시청률 공약으로 내세웠던 그는 걸으면서 만나는 식물을 보고 싶다고 할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또래에 비해 유난히 많은 SNS 속 꽃 사진은 그를 더욱 평범하지 않게, ‘소년 다움’이 남아있는 남자로 만들어주었다.


“어머니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어머니가 꽃을 되게 좋아하시거든요. 처음엔 저도 별로 안 좋아했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얘네 들은 어떻게 이렇게 생길 수 있지’ 하면서 꽃의 향기와 색감이 너무 좋아졌어요. 제가 꽃시장도 자주 가고, 꽃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해요. 가을이면 단풍 찍고, 겨울엔 희게 쌓인 눈도 찍고. 바다에 가면 파도소리 담으려고 녹음도 해요. 그 정도로 자연을 좋아하는데, 어머니도 그런 걸 좋아하셔서 영향이 큰 것 같아요.”

꽃시장을 자주 간다는 말에 놀라 바라보자 그는 “12시 오픈한다. 활발할 땐 5시고, 제일 활발할 때는 10시, 11시다. 5시에는 경매 끝나고 돌아오시는 거다” 등등 꽃시장 ‘꿀팁’들을 전수해주기도. 꽃 얘기에 입가에 미소가 걸쳐진 그의 모습은 가히 꽃시장 홍보대사라도 임명하고 싶을 정도였다.
풍경 사진을 찍으면 ‘아름다운 파도’하면서 제목도 하나하나 지어줄 것 같은 그는 국토대장정을 공약으로 꼽을 때 “현대기술의 도움 없이 두 발만으로 자연을 담고, 사진과 메모를 남기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대화를 나누면서 본 이원근은 어느새 메모, 글 쓰는 것도 잘 어울리는 배우가 돼있었다. 

“일기를 매일 써요. 1년7개월째 핸드폰에 일기를 쓰고 있어요.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어느 날 문득 무언가 기록하고 싶었어요. 제가 이때 뭐했는지, 작년 7월30일의 기분이 어땠는지, 뭐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쓰게 됐어요. 기록한 걸 굳이 찾아 읽진 않지만  간간히 넘기다가 ‘이때 내가 이런 일이 있었구나’하고 과거를 회상할 때나, 우연찮게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여행을 하며 자연을 담고, 그것을 기록하며 행복해 할 것 같은 그의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쉴 때는 주로 여행을 다닐 것 같다는 말에 그는 “주로는 아니다. 계획만 세우고, 컴퓨터로만 본다. 아쉽기는 하지만 나중에 꼭 가보고 싶은 곳들을 체크하고 있다. 제일가고 싶은 데는 자연의 끝판왕 아이슬란드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영국, 미국을 예상했지만 역시나 아주 독특했다. 여느 드라마 속 캐릭터보다 독특한 그가 성인 남자배우로서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는 무엇일까.

“가슴 절절한 멜로를 하고 싶어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면 나이를 불문하고 유치해지잖아요. 매일 보고 싶고, 계속 연락하게 되고, 문자하게 되고. 한 여자를 사랑하는, 진정성이 넘치는 멜로를 하고 싶어요. 전 멜로, 사랑이야기가 좋아요.”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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