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
[bnt뉴스 조혜진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능청스러운 극중 캐릭터와 달리 드라마에 임한 이원근의 모습은 진지했고, 연기에 대한 생각은 진중했다.
최근 KBS2 월화드라마 ‘발칙하게 고고’(극본 윤수정 정찬미, 연출 이은진 김정현) 종영 후 이원근과 bnt뉴스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이번이 단막극을 제외하고 그의 지상파 첫 주연 드라마인 만큼, 작품을 끝낸 후의 소회가 궁금했다.
“영화 촬영 중이었는데 연락을 주셨어요. 영화랑 스케줄이 겹쳐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감독님이 미팅이라도 보자고 하셔서 얘기를 나눴는데, ‘스케줄을 다 배려해주겠다. 영화 끝나고 와라’ 말씀해주셔서 놀랐어요. 2주를 기다리면 정말 생방이 되는건데 저 때문에 기다려주는 게 정말 감사하고 죄송스러웠어요. 영화 끝나자마자 바로 드라마 현장으로 붙었는데, 많이 신기하기도 했고요. 지상파에서 처음으로 ‘제가 한 극을 이끌어가는 주연이 됐구나’ 생각도 들고,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그의 스케줄을 기다려준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듯 이원근은 만인의 엄친아이자, 내면에 어릴 적 상처를 품고 있는 김열 캐릭터를 제 것으로 소화해냈다. “솔직히 저는 감독님이 제 어떤 모습을 보고 캐스팅을 해주셨는지 궁금하다. 그래도 감독님은 감독님만의 눈이 있을 테고, 전 저를 좋게 봐주신 눈이 감사할 뿐이다. 드라마 끝났을 때는 단순히 끝났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와 돌아보니 감사한마음만 남는다”던 그에게 첫 주연작은 얼마나 설레는 도전이었을까.
“첫 주연작인 것에 대한 의미가 가장 컸어요. 저한테는 첫 주연작 임과 동시에 모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부담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기 때문에. 일단 도전을 해야 성장할 수 있으니 도전하자는 마음이었어요. 또 시놉시스에 김열에 대한 정보는 ‘이러이러한 캐릭터다’ 정도였어요.”
“단순히 ‘능글맞았으면 좋겠고, 멋있으면 좋겠어’가 아니었어요. ‘얘가 이러한 능글맞음이 있고, 어른들을 경계하는 모습이 있는데 그 이유는 과거 부모님한테 버림받은 상처를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그런 거다. 또래보다는 여유 있고 그래서 웃음도 잘 피우지만 웃는 얼굴 속에 상처가 있는, 그게 김열이다’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고쳤어요.”
김열을 연기하며 어른을 어느 정도 멀리 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하는지 까지 맞췄다던 이원근은 김열 캐릭터가 왜 어른을 멀리하고, 어떤 아픔이 있었는지에 대한 장면을 ‘감독님만의 마법’이라고 이야기했다. “부모님의 싸움에 상처받고 방치되는 과거 김열의 모습이 단 한 신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 짧은 장면으로도 캐릭터 설명이 됐다. 마냥 웃고 다녀 캐릭터가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했는데, 이 속에 감독님만의 마법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제 원래 모습이 지금 모습이에요. 조용하고, 말 느리고, 생각도 진부해요. 그런데 열 캐릭터는 전교 1등이고, 활발한 부분도 있고, 잘 웃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죠. 저는 그와 다르게 많이 차분하거든요. 어떻게 해야 김열 같은 목소리의 톤과 자연스러운 웃음을 편하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막힐 때일수록 감독님과 많이 소통했던 것 같아요.”
그가 얼마나 감독을 의지하고, 믿었는지 느껴졌다. 그렇다면 함께 고민하고 세세하게 만들어간 캐릭터가 아닌 작품에 대한 이원근의 생각은 어떨까. 16부작이 12부작이라는 새로운 시도 속에, 학교문제, 러브라인, 치어리딩 까지 다 들어갔다. 내용전개에 있어 달랐던 점을 묻자 그도 “딱 말씀하신 것처럼 사랑과 우정, 학업, 선생님, 부모, 삼각관계 등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담겼다. 여기에 치어리딩까지 6, 7가지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걸 다 담기엔 12부작이 짧았다”고 아쉬워했다.
“전개는 굉장히 빨랐고, 보시는 분들이 빠른 전개로 인해 지루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그래도 16부작이었으면 부모님과의 관계도 더 말끔히 됐을 수도 있고, 삼각관계를 조금 더 깊게 갈 수도 있었을 테고, 조금은 더 얘기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 점이 조금, 아주 조금은 아쉬워요.”
그의 말대로 확실하게 매듭지어지지 못한 채 열의 아빠와 여주인공 강연두(정은지) 엄마와의 관계가 마무리 지어졌다. 꽉 닫힌 결말은 아니지만, 만족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어찌됐든 12회안에 다 풀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결말이 흐지부지 하면 안 되지 않나. 드라마는 해피엔딩이 가장 좋은데, 13명 학생들과 부모 두 명이, 여기에 선생님까지 총 17명이 어떻게 해야 모두 행복 해질 수 있을까 고민을 해봤다. 누구하나 버리지 않고 놓치지 않고 갔기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소신 있게 전했다. 이원근의 말대로 해피엔딩이 아니라면 게시판이 난리가 날 만큼, 온라인상의 반응은 상당했다. 하지만 시청률은 조금 저조 했던 것이 사실.
“솔직히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기는 해요. 그런데 이 드라마는 저희의 열정과 파이팅 넘치는 기운을 담은 드라마이기 때문에 숫자만으로 표기하기에는 너무 애매해요. 저희는 찍혀있는 숫자 이상의 노력을 했고, 열정을 쏟았어요. 시청률에 운운하지 말자고 했던 감독님 말씀이 오히려 우리를 더 끈끈하게 뭉칠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묻자 “있는 그대로 다 말했고, 재밌었다”던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가 작품에 임하는 태도가 얼마나 진중한지가 느껴졌다. 빠듯한 촬영 일정 속에서도 하나의 캐릭터를 위해 연구하고, 고민한 순간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는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을까.
“모든 배우들이 그럴 거예요. 늘 노력하는 배우로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만약 이 작품에서는 레벨이 5였어요. 그럼 다음 작품에서는 그게 5.5가 됐든, 6이 됐든 성장을 하고 싶어요. 시청자 분들에게 ‘얘가 저번작품과는 다르게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이보이네. 정말 열심히 하는 배우구나’라고 평가를 받거나 그런 마음이 스스로 든다면 배우로서 최고의 원동력 이자, 칭찬, 성취감 아닐까요. 그렇게 나태해지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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