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래퍼 진돗개 “지극히 나다웠을 때 비로소 빛이 난다”

입력 2015-11-21 09:00  


[황지혜 기자/사진 bnt포토그래퍼 송다연] 흑인만의 금기 문화처럼 여겨지던 힙합음악의 대중화가 지금처럼 활발하게 이뤄졌던 적이 있었을까. 20년 전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마이너 음악이 세계적인 인정과 사랑을 받는 핫한 장르가 될 줄은 아마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의 힙합 음악 또한 몇 년 전과는 부쩍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힙합 음악은 더 이상 ‘비주류’ 장르가 아니며 떠오르는 핫클립이자 젊음의 상징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M.net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신과 구 래퍼 간의 조합을 선보이며 수퍼 랩스타들을 발굴해낸 순간부터 조금씩 가능해졌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언프리티랩스타 출연 멤버인 여자 래퍼들의 옷차림, 메이크업, SNS에서의 행보 등이 뜨거운 이슈가 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러한 힙합음악의 대중화와 인기가 고조에 이른 지금 진정한 리얼 힙합 음악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 또한 증폭되고 있다. 여기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리얼(REAL)한 힙합 음악을 선보이는 래퍼가 있다. 바로 ‘쇼미더머니1’ 출신으로 독특한 보이스와 공감가는 가사로 주목받고 있는 수퍼 루키 래퍼 진돗개다.

‘지극히 나다움’ 속에서 빛나는 음악
 
11월, 성큼 다가온 초겨울의 풍미가 느껴지는 어느 날 만난 그는 진중하면서도 깨어있는 젊은 래퍼였다. 최근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힙합 음악에 관한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로 활동이 다소 뜸했다. 어떤 활동을 해왔나.
사실 ‘쇼미더머니’때는 의경 신분이었을 때라 다양한 활동을 하기가 힘들었다. 방송 출연 후 군 생활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전역 후에는 ‘파이니스트 레코드’ 소속으로 활동을 했었다. 주목을 받은 곡도 있었고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던 노래도 있었다.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5개월 전부터 독립 후 발매한 첫 앨범인 ‘가면’을 시작으로 혼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미술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래퍼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그렇다. 그것도 삼수를 해서 대학을 미술 전공쪽으로 갔다. 예술 쪽에 관심이 많았다. 손으로 만드는 것도 제법 잘 했었고. 그런데 대학교 생활에 충실하지는 못했다. 원래부터 힙합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힙합동아리에 들면서 본격적으로 힙합 음악에 관심을 갖고 내 갈 길이 이것이라는 확신이 생겨나게 됐다. 의경으로 입대하기 전 부랴부랴 장비를 사서 곡을 만들고 가사쓰면서 무작정 믹스테이프를 만들었다. 군대 가기 전 날까지 만들었던 것 같다. 입대 후에도 꾸준히 믹스테이프를 만들었다. 1년 정도 후에 ‘쇼미더머니’에 나가게 된 것이다.

-랩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얘긴가. 타고났나 보다.
그렇지 않다. 열심히 했다. 즐기면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쇼미더머니’에  나가게 된 것도 내 랩 실력이 어느 정돈지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가면’ 이후 5개월 만의 앨범이다.
그렇다. 그 동안 슬럼프였던 것 같다. 이제는 정신 차렸지만(웃음). 멘탈이 좀 강해진 것 같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전반적인 작업을 혼자서 준비했다.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는 것이 즐거웠다. 소속사에 있었을 때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보다 대중이 원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만드는 것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하고 싶은 음악 하면서 즐길 줄 아는 자세가 좀 된 것 같다.


-11월11일 발표된 신곡 ‘용포’와 ‘각설이’가 SNS상에서 반응이 뜨겁다. 한국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하던데 이러한 앨범을 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한국인 아닌가. 한국적인 게 가장 나랑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영어 랩은 잘 하지도 못하고 잘 하지도 않는다. 어설프게 하는 것은 내가 아닌 것 같아서 싫어하는 성미다. 자신과 맞지 않는 옷은 잘 입지 않으려 한다. 작곡 작업을 하지 않는 것도 그렇다. 물론 이야기는 많이 하는 편이다. 작곡가들 집에 가서 이런 식으로 만들어 달라, 구성이나 악기 같은 것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다.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에게 잘 하는 일을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랩 하는 것과 가사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이번 앨범은 ‘흥’을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 것 같다. 슬럼프 기간 동안 우울한 생각이 많아지더라. 그래서 곡도 좀 우울해졌었는데 슬럼프를 스스로 극복해가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용포’와 ‘각설이’가 나오게 됐다.

소속사에서 독립 후 첫 번째 앨범이었던 ‘가면’에선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대한 슬픔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면 이번 앨범 ‘각설이’와 ‘용포’는 최대한 내 안에 들어있는 음악 색깔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특히 ‘각설이’는 오랜만에 돌아온 내 상황을 대입해 조금 재치있게 풀어내고자 했다. ‘용포’는  현실에서 내가 느끼는 아쉬운 점을 풍자하고 싶었다.

-피처링 선정이유?
‘용포’에서는 언제이크(ANJAKE)가, ‘각설이’에서는 한상엽이 피처링을 맡았다. 같은 크루인 크로스하츠 멤버들이기도 하지만 그걸 떠나서 믿는 친구들이다. 서로 윈윈 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좀더 알려주고 싶은 것도 있고 같이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실제로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고. 언제이크는 공연에서 특히 잘 맞는다. 한상엽도 앞으로가 기대되는 친구다. 아까 말했다시피 최근까지 슬럼프를 겪었었는데 이 친구들도 지금 그 상태인 것 같다. 조언도 해주고 공감도 하면서 같이 재밌게 성장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이번 앨범에 대한 스스로의 점수는?
7~80퍼센트 만족하는 것 같다. 최선을 다해도 아쉬운 점은 늘 있으니까. 사실 내 자신에 만족하는 순간 내 음악인생은 끝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아쉽고 모자란 부분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닐까. 이번엔 뮤직비디오 촬영할 때 장비 등의 문제로 아쉬운 점이 많았던 것 같다. 좀더 멋있게 찍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사실 곡은 상당히 마음에 드는 편이다.

-이전 곡 ‘날개를 펼쳐라’, ‘틱톡’, ‘문득’ 등 사랑을 받은 곡들이 많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곡 혹은 앨범이 있다면 무엇인가.
모든 곡들이 애착이 간다. 곡 하나를 만들 때마다 신경 써서 작업하는 편이라. 하지만 아무래도 최근에 낸  ‘용포’가 가장 마음에 든다. 한번 들어보시라.(웃음) 아쉬운 곡도 몇 개 있는데 이건 개인적인 아쉬움이라. 대중들의 반응은 생각 이상으로 좋았던 기억이 있다. 내가 하고 싶고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과 대중들의 생각이 꼭 같지만은 않더라. 그래도 사랑해주신다는 것에 늘 감사하다.

-소속 크루인 ‘크로스하츠’는 어떤 크루인가. 자메즈, 루이, 한상엽, 언제이크 등 힙합씬에서 주목받고 있는 멤버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나.
소속사에서 독립 후 조금 생각이 많아지더라. 평소에도 혼자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한상엽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왔다. 크루원들이 성향이 비슷해서 같이 합류하게 된 것 같다. 선비라고 불릴 정도로 평소 건전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친구들도 비슷한 것 같다.(참고로 선비라는 말은 이번 앨범  ‘각설이’에서 가사에도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힙합 음악을 하고 있지만 남의 욕을 잘 안하는 편이다. 우회적으로 돌려 말하는 편이랄까. 이 친구들도 그렇다. 개인적이고 자유롭다. 그런 인성적인 면과 음악적인 면 등이 잘 맞아서 같이 하게 된 게 아닐까.

-가장 영향력을 많이 받은 뮤지션이 있다면 누군가. 최근 가장 많이 듣는 음악, 추천해주고 싶은 음악도 궁금하다.
양동근 형님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존경하게 되는 것 같다. 힙합 음악은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에서는 A의 인생을 살면서 실제로는 C의 인생으 사는 그런 건 진짜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양동근 형님 음악 속에서는 진실성이 느껴진다. 스웩이 있다. 이 외에도 개인적으로 MC메타, 제이통, 화나 형님들을 좋아한다. 음악은 요즘은 드레이크, 빅션, 락노스 등을 듣고 있고.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다.
 

-진솔한 이야기 잘 들었다. 본인을 아껴주는 팬과 BNT 뉴스에 한마디 해달라.
거창한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도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비록 지금은 잘 안 되더라도 앞으로 꾸준하고 천천히 업그레이드 되는 진돗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나만의 신념을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흑인 음악도 그렇지 않은가. 자신의 인생을 담은 이야기를 음악적으로 표현했을 때 더 감동적이고 진실성이 와 닿는 것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삶을 다룬 리얼한 음악을 통해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음악 들려드리고 싶다. 개인적으로 팬카페 회장에게 할 말이 있는데 요즘 남자친구가 생겨 연락이 두절됐다. 최근 접속일이 꽤 지났더라. 지금 팬카페에서 승급이 안 되서 게시판 관리가 힘들다. 권한을 넘겨받고 싶다. 자기 인생을 멋있게 살기를 바란다.(웃음) 그래도 늘 관심 가져주는 팬이 있어 감사하다. BNT뉴스와 이러한 인터뷰 기회를 갖게 돼서 영광이다. 앞으로 진솔하고 의미 있는 음악을 통해 보답 드리겠다. (사진 출처: bnt뉴스 DB, 진돗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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