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 헬조선 속 외치는 따가운 일침(종합)

입력 2015-11-20 17:33  


[bnt뉴스 김희경 기자] ‘아비’가 대한민국 국민들을 향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공부를 무조건적으로 중요시하는 기성세대와, 그 압박에 짓눌린 채 살아가는 청춘들의 안타까운 문제점을 현실적으로 선보일 전망.

11월20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는 KBS2 드라마 스페셜 ‘아비’(극본 유정희, 연출 김신일)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김신일 감독을 포함한 배우 신은정, 곽동연, 고보결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아비’는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여자와 이를 은폐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대한민국의 과도한 사교육에 대해 꼬집는다.


김신일 감독은 “드라마에서 직접적인 지명은 나오지 않지만, 따지면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담았다. 대치동 학부모 중에서는 다른 아이들에게 입시 정보와 가이드를 잡아주는 코디네이션 역할을 하는 대리모도 있다. 대한민국의 어떤 강한 욕망이 충돌하는 곳이 대치동인데, 그곳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이 일어나는 비일상적인 사건을 겪으며 우리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해봤다”며 기획 의도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요즘 아이들은 우리와 다르게 철이 빨리 들고, 아이들이 아이들 같지 않다. 굉장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다. 인간이 가져야 될 아픔과 연대의식을 일이라 생각하지 않나. 저는 그 부분이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연대의식과 타인의 공감능력이 결여되게 만드는 어려움을 만든다고 생각한다”며 “드라마 제목 ‘아비’라는 의미는 불교에서 가장 나쁜 지옥을 뜻한다. 요즘 사람들이 한국 사회를 ‘헬조선’이라고 부르지 않나. 사교육과 교육 시스템이 만든 지옥의 느낌이 아닐까 싶어 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극중 지선우(곽동연)의 엄마이자 남편 없이 두 아이를 키운 입시대리모 민지혜 역을 맡은 신은정은 “실제 아이를 둔 엄마의 입장에서 매우 흥미로운 시나리오였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저도 아직은 어리지만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마음을 공감하고 싶었다. 사실 아들을 키우며 가장 두려운 부분이 입시나 아이들의 자유가 없는 공부에 대한 압박이다. 드라마를 촬영하면서도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나가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해봤다”며 “극중 다소 극단적으로 보이는 면도 있고 살인이라는 과격한 부분도 있지만 입시에 대한 압박과 공부에 대한 무게감이 학부모가 될 입장에서 많이 느껴졌다”며 고민하는 시간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드라마를 통해 제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 많이 알았고, 분명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은 점들이 현실에서는 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점에 대한 두려움과 어떻게 하면 입시와 사교육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이끄는 학부모가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학부모라면 드라마에 대한 공감대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신은정은 “6살 아들을 키우며 가장 두려운 점은 과연 ‘어떻게 공부를 시킬 것인가’다. 제가 배웠던 공부와 지금의 교육 방식은 전혀 다른 방향이다. 사실 너무 어렵고 시키기도 싫은 게 공부다. 유치원만 보내고 있지만 아이는 충분히 생각하는 것보다 잘 따라오고, 저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안겨준다. 제가 오히려 더 어떤 방향으로 아이를 잡아가야 될지 공부해야 될 것 같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중심을 잘 잡고 치맛바람이나 교육열에 휩쓸리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아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에 대해 사회적 문제점을 깃들였다. 그는 “극중 신유경(고보결)과 지선우는 빨리 철이 든 인물이다. 고등학생이 갖고 있는 순수함이 없다. 철저하게 좋은 두뇌로 학교 선생님들이 좋아하고, 모범생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좋아할만한 학생들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사교육 시스템으로 인해 공부만 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능력이 결여된 상태다. 이런 학생들의 공부를 잘 해서 나중에 대한민국의 리더와 힘이 된다면 국민들의 아픔이나 어려움에 공감할 수 없는 인물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이 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교육 시스템이 아이들을 미래에 괴물에 가까운 것으로 만들어낸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며 날카로운 일침을 가했다.

KBS가 들춰내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아비(阿鼻)는 과연 대중들에게 얼마만큼의 공감 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아비’는 21일 오후 11시35분 방송된다.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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