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기술에 예술 왜 접목하나

입력 2015-11-22 09:00   수정 2015-12-20 17:29


 미국 서부 최대 미술관 라크마. 현대자동차가 10년동안 후원을 결정한 LA의 현대미술관이다. 영국의 테이트모던갤러리,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에 이은 현대차의 세 번째 글로벌 아트 프로젝트로, '예술과 기술의 만남'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올리겠다는 전략을 읽을 수 있다.

 지난 16일 라크마를 찾았다. 안내를 맡은 현대차 브랜드전략팀 관계자는 여러 작품 중 11월부터 전시에 들어간 설치미술 '레인 룸(Rain Room)'으로 안내했다. 레인 룸은 '인터랙티브 아트'로 유명한 예술가 집단 '랜덤 인터내셔널'의 설치예술 작품으로 '현대 프로젝트'의 첫 시도다.

 230㎡ 공간에 1,500ℓ의 물탱크를 설치, 빗물처럼 물이 떨어진다. 관람객이 그 속으로 걸어가면 센서와 카메라 등을 통해 감지, 관람객 주변은 빗물이 멈춘다. 지난 2013년 뉴욕의 MOMA, 런던 바비칸센터 등에서 성공적으로 전시했으며, 라크마에 설치한 이후에도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하루에 5,000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라고 말한다.






 라크마가 단순 페인팅이 아닌 기술을 접목한 '아트 사이언스'로 주목받는 이유는 미술관의 설립배경과 관련이 깊다. 라크마는 1965년 북미 예술의 중심지 뉴욕에 맞서겠다는 목표 아래 'LA과학역사미술박물관'을 기반으로 시작했다. 이런 성격에 따라 장르 간 융합을 선도하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12만 점 이상의 예술작품을 소장한 미국 서부지역 최대 규모의 미술관으로 성장했다. 매년 관람객만 12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현대차가 라크마를 주목한 것도 '과학예술'의 장점 때문이다. 첨단 기술을 담은 예술작품이 현대차의 지향점과 일치한다는 것. 현대차 브랜드 전략팀 이대형 차장은 "'모던 프리미엄'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이 라크마의 설립취지와 부합돼 파트너십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및 작품소장 지원활동 일환으로 1960년대 아트 사이언스 작품에 참여했던 로버트 어윈의 작품 '미라클 마일'과 제임스 터렐의 '라이트 레인폴'을 라크마가 소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불어 내년 2월까지 현대차 프로젝트의 두 번째 전시로 '공감할 수 있는 상상'이라는 주제 아래 LA 출신의 미디어 아트 작가인 다이애나 세이터(1962년생)의 작품 22점을 선보인다. 라크마는 이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1,858㎡의 단독 전시공간을 마련, 다이애나 세이터의 작품활동 전반을 돌아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다.






 무엇보다 현대차가 주목하는 건 '예술과 기술의 융합'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의 발굴이다. '아트+테크놀러지 랩(Art+Tech Lab) 프로그램'에 대표 후원기업으로 참여해 신진작가 육성을 지원하고 다양한 소비자체험 프로그램을 마련, 색다른 기회를 제공하는 데 치중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아트+테크놀러지 랩' 참여작가 8명을 선정해 드론, 증강현실, 3D 프린팅, 바이오메디컬 센서, 웨어러블 컴퓨터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현대미술작품 연구를 본격 진행한 배경이기도 하다.

 한편, 라크마에선 향후 한국 미술의 역사와 가치를 재조명하는 한국미술사 연구 지원도 이뤄진다. 해외에서 한국 미술의 역사와 가치를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한국 미술에 대해 높아진 관심에 비해 한국 미술을 알릴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미술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라크마 내에 한국미술전시관을 운영키로 했다. 오는 2018년에는 한국 서예 및 타이포그래피, 2022년에는 한국 현대미술, 2024년에는 20세기 한국 미술 전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4년에는 한국 미술에 대한 참고도서 형식의 출판물도 제작할 방침이다.

 LA=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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