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녀는 예뻤다’ 신혜선, 이토록 ‘한설’스러울 수가

입력 2015-11-23 17:29  


[bnt뉴스 조혜진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잘 살아 기지배야(웃음).”, 한설을 떠나보내는 배우 신혜선의 한마디다.

최근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극본 조성희, 연출 정대윤) 종영 후 신혜선과 bnt뉴스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극중 맡았던 한설의 통통 튀고 발랄한 성격과 은근한 허당기, 귀여운 매력까지 갖췄다. 여기에 한설의 속물근성과 취집 욕심을 빼고 바라보니 완벽히 신혜선이 서 있었다.

◆ 신혜선스러운 한설 캐릭터를 만들기까지

“요즘 제가 무슨 말만하면 사람들이 다 한설 같다고 한다”던 신혜선은 ‘털털하다’는 한마디도 자랑 같다며 자신에게 함부로 쓰지 못하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한설의 성격과 실제 본인의 닮은 점에 대해 그는 계속해서 뭐가 있을까 고민했고, 지켜보던 스타일리스트가 “귀엽고 통통 튀고 발랄하고 밝다”고 증언해 신혜선을 웃음 짓게 했다.

“한설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저는)계산적이고 싶다는 거예요. 사회생활하면서 계산적인 사람들이 유리할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계산적이고, 여우처럼 행동하고 싶은데 잘 안돼요. 타고나길 그렇게 못타고 나서 여우같은 것들을 연습하고 있어요(웃음). 또 한설처럼 속물은 아니에요. 남자 돈을 보고 좋아한다거나, 소위 말하는 취집을 꿈꾸는 부분들은 전혀 달라요.”

“한설은 자기감정에 충실하다는 것, 솔직한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하지만 초반엔 너무 속물적이고, 기회주의적이었어요. 다행히 나름 허당기가 있어서 그것 때문에도 완충이 됐고, 보시기에 사랑스러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비교적 높은 목소리 톤과 웃음소리는 한설과 신혜선을 충분히 닮아 보이게 했다. 하지만 남자를 대할 때의 태도나 휴일이면 애니메이션, 밀린 미드를 몰아본다는 ‘집순이’ 신혜선은 한설의 속물적인 부분들을 쏙 뺀 장점만을 닮아있었다. 한설은 신혜선의 매력이 더해져 모스트 편집팀 캐릭터 중 특히 더 빛이 났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분명히 있었을 터.

“일단 외향적인 건 (스타일리스트)언니랑 같이 귀엽고, 통통 튀는 이미지로 가려고 했어요. 아무래도 패션팀이다 보니 그냥 잘 입는 것 보다 캐릭터에 맞게 입어야 해서 의상이 중요하게 느껴졌어요. 또 말투나 행동은 철없어 보이도록, 그리고 목소리 톤을 하이톤으로 잡고 말도 빨리하면서 허당기가 느껴질 수 있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신혜선은 고민을 거듭한 한설 캐릭터로 연기한 장면 중, 김준우(박유환)와 함께 휴게소에 들렀다 화장실에 가게 된 에피소드를 꼽았다. 그는 “잘하되, 더럽지 않고 귀엽게 보여야했다. 활력을 불어넣어 하는 장면인 만큼, 많이 부담이 됐다. 촬영전날 정대윤 감독님과 준우랑 셋이 연습도 하고 상의도 했다. 계속 연습에 연습을 해서 잘 마친 것 같다”고 그때의 남다른 소회를 밝히기도.

실제 그가 언급한 장면은 많은 사람들이 한설을 계산적임에도 매력적인 인물로 각인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설사병이 나 준우 앞에서 화장실에 들락날락 거리는 모습은 가히 인간적이었다. 또한 한설이 품고 있던 허당기를 제대로 발산했던 에피소드 이기도. 신혜선 또한 “그 전까지 많은 분들이 한설을 욕하셨는데, 이 장면을 보고 많이 좋아해주시더라. 시청자분들이 ‘한설사’라고 별명도 지어주셨다”며 만족스럽게 웃어 보였다.


◆ 각기 다른 캐릭터에 신혜선의 색을 입히다

‘그녀는 예뻤다’의 한설에게서는 그의 전작 ‘오 나의 귀신님’ 속 차분하고 조신한 여동생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신혜선은 데뷔작인 ‘학교2013’(2013)과 ‘고교처세왕’(2014) 등에서도 다 제 각각인 캐릭터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야말로 연기변신이 수준이 아닌 다 다른 인물인 줄 착각할 정도. 신혜선이 연기하는 인물마다 특히 더 중점을 둔 부분이 있을까.

“‘그녀는 예뻤다’ 전 작품이 ‘오 나의 귀신님’ 이었어요. 거기서 청순하고 착하고 지고지순한 역할을 맡았었죠. 어쨌든 한설과는 상반된 캐릭터였고, 아예 다른 느낌이어서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같은걸 또 하는 것보다는 다른 걸 해보고 싶었어요.”

“저는 말투나 표정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특별히 말투를 계산해서 바꾸려고 한건 아니었지만, 캐릭터마다 대본상의 말투가 다르잖아요. 또 성격도 얘는 도도하고, 쟤는 청순하고,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캐릭터만의 어투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의 고민이 이번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빛을 발했다. 한설이라는 확고한 캐릭터와 그에 걸맞은 어투로 확실하게 신혜선을 부각시켰다. 연기에 대한 대화를 나누자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신혜선의 욕심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 “연기에만 열정이 생겨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쭉 배우가 꿈이었다”는 그는 “꿈이었는데 어떻게 시작하는지 방법을 몰랐다. 그러다 연기를 전공하는 고등학교에 갔고, 그때부터 연기를 배웠다. 대학교도 연기를 전공했다. 학교에서는 연극 연기를 배웠다. 매체 연기는 아직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단계다”며 어렵다고 농담 섞인 투정을 전하기도.

“저는 너무 오래 꿈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못 할 줄 알았어요. ‘이게 가능한 게 맞나?’라는 생각도 하고, 정말 막연했어요. 사실 지금도 제가 꿈을 이뤘다는 게 실감이 안 나요. 하지만 제가 ‘연기’라는 일을 하며 느끼는 매력은 셀 수 없이 많아요. 일단 저는 연기가 재미있어요. 딱히 다른 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데, 이 일에만 열정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연기를 하는 순간에는 제가 아닌 거잖아요. 저는 원래 사람이랑 얘기할 때 눈을 오래 못 쳐다봐요. 그런데 연기를 할 때는 제가 아니니까 쳐다볼 수 있어요. 그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저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나를 어떻다, 어떻다 생각하겠지’하는 생각들을 다 버리고 임할 수 있어요. 또 평소에 의욕 없이 축 쳐져 있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연기를 딱 시작하면, 대사를 쳐야 되면 전 졸리고 쳐져 있었어도 이 캐릭터에 맞게 밝아지고 힘이 나요. 그것도 매력인 것 같아요.”

신혜선은 오랜 시간 품고 있던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됐다. 그만큼 더욱 애착을 갖고 연기를 해나갈 터. 연기에 대한 매력을 이야기하며 그칠 줄 모르고 설명하던 그는 행복해보였다. “연기 잘한다는 말이 계속 듣고 싶다”던 신혜선은 배우라는 직업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누가 봐도 천상 배우였다.

“실제 댓글을 봐도 외모 같은 부분은 많이 신경을 안 써요. 외모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연기를 못한다고 하면 제 본질을 문제 삼고 평가 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말 그대로 제가 해야 할 일인데, 일을 못한다고 하는 거니까. 배우로서 가장 빛날 수 있는 가치는 연기라고 생각해요. 연기로 인정을 받아야 직업에 보람도 느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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