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이린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이렇게 사랑스러운 배우 박보영에게 어떻게 화를 낼 수 있냐고 묻는다면 이곳은 직장이다. 천 마디 말보다 한 가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소리없는 전쟁터, 박보영이 이 시대의 가여운 인턴들을 대변한다.
박보영이 바라만 봐도 미소가 절로 나는 국민 여동생이 아닌 대한민국 대표 인턴사원으로 돌아왔다. 최근 bnt뉴스는 2015년 눈코 뜰 새 없이 관객들을 찾고 있는 박보영을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감독 정기훈)의 개봉을 앞두고 만났다.
박보영은 올해에만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감독 이해영), ‘돌연변이’(감독 권오광)로 이미 관객들 앞에 섰다. 이어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로 부쩍 추워진 11월의 끝을 열정으로 녹일 준비를 마쳤다. 마냥 소녀일 줄 알았던 박보영의 현실적인 변신이다.
“재밌게 했어요. 올해부터는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구나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반갑게 했습니다. 직장생활을 겪어본 건 아니니 최대한 경험했던 것 중에서 가장 비슷한 감정과 공감대를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신인 때 느꼈던 감정들에 공감을 많이 찾아서 그때의 감정들이 많이 생각나기도 했고 그때를 다시 떠올리기도 했고요.”
하지만 배우와 직장인은 조건부터 환경까지 분명 다를 터. 이 지점을 고민하던 박보영은 주위의 친한 친구들을 통해 답을 찾았다.
“직장생활에서 겪는 느낌들을 가까운 친구들이 겪은 거기 때문에 많이 물어봤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의 문을 두드려보고 첫 직장을 다녀왔던 친구들, 벌써 이직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많이 물어 봤어요. 함께 대화하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2015년은 유독 기자들을 비롯한 언론인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그중 이 영화는 일선 연예부 기자들의 모습을 꽤나 유쾌하면서도 디테일하게 담아냈다. 하지만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직장인 모두의 이야기’를 중점에 뒀다. 박보영도 그랬다.
“배우라는 직업이 책상이 있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도라희를 겪으면서 자리가 주는 억압이 느껴지더라고요. 정재영(하재관 역) 선배님이 화를 내실 때 저에게 굳이 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앉아있는 자체가 곤혹이었어요. ‘어떻게 이걸 매일 견뎌? 정말 힘드시겠다’라는 생각뿐이었죠. 그렇게 도라희가 겪는 감정들과 라희 나름대로 정의를 선택하고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시면서 ‘저렇게 열심히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보면 저렇게 성장하는 날도 있겠지’ 그런 위로 아닌 위로를 드리고 싶어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박보영과 호흡을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정재영뿐만 아니라 천만 요정 오달수부터 진경, 배성우, 류현경, 류덕환, 윤균상까지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믿고 보는 조합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든든하다.
“선배님들이 워낙 자연스러운 연기를 잘 하시잖아요. 전 힘이 많이 들어가 있는 상태였어요. 그게 다 보일 텐데 어떻게 하면 선배님의 감정선을 방해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가장 컸습니다. 이 현장에서는 유독 대사를 내뱉고 다시 하겠다고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선배님들의 대사를 보면서 ‘이렇게 하시겠지’ 예상도 했는데 맞을 때가 거의 없었습니다. ‘난 따라갈 수 없어. 사고방식이 다른거야’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예상가는 연기에서 벗어나고 싶어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혼자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있었어요. 그런데 선배님들께서 쫄지 말라고 해주셨어요. 이번 현장에서는 부담도 많았지만 막내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행복하게 누리면서 촬영했던 것 같습니다. 선배님들하고 연기를 하니까 힘들 땐 선배님들에게 기댔던 거 같아요. 한 번 더 부담 없이 가져갈 여력도 생기고 이번에는 막내의 특권을 톡톡히 누렸습니다.(웃음)”
박보영에게는 종영한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앞서 말했듯 또래보다 어려보이는 국민 여동생 이미지에서 이미 어른이 된 박보영을 새삼 깨달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오 나의 귀신님’ 촬영에 앞서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를 택한 이유도 같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나이대가 가장 눈에 들어왔어요. 전에는 소녀, 학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언제쯤 나이에 맞는 걸 할까 고민을 많이 했죠. 그 시기에 본 나이대가 가장 비슷한 시나리오였고 ‘나도 이런 걸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왔구나’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런 모습을 도전해서 보여드렸는데 대중들이 준비가 안 되셨으면 어떡하나’해서 고민하기도 했어요. 이 영화를 찍고 후반과정을 하는 동안 ‘오 나의 귀신님’을 하게 됐고 많은 분들이 ‘이제 제법 아기 티가 안 나는 구나’ 생각해주신 것 같아요. 저에게 좋은 것들을 많이 준 작품이죠.”
마냥 꽃길만을 걸었을 것 같은 박보영이지만 자신의 위치에 서서 끊임없이 고민의 기로에 서는 모습이 극중 도라희와 정말 많이 닮아있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는 나의 고민들이 배부른 소리가 될 수도 있지 않냐”며 조심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이 든든한 언니같다. 극중 도라희가 ‘열정’을 외치듯 박보영 역시 열정으로 지금의 박보영이 될 수 있었다.
“전 아직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신인 시절 도라희처럼 많이 혼나기도 했고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았어요. 집에 가는 차안에서 정말 많이 울기도 했고요. 지나고 보면 그런 거에 왜 힘들어했을까 싶지만요.(웃음) 데뷔 때보다 지금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많은 우여곡절들을 겪으면서 침착할 줄도, 감사할 줄도 알아가고 있고요. ‘예전에 비해 성장하고 있구나, 그냥 나이를 먹고 있진 않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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