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
[bnt뉴스 이승현 인턴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모든 배역의 모습을 벗고 만난 안시하와 서지영의 민낯에는 무대를 소중히 여기며 사랑할 줄 아는 여배우의 얼굴만이 남는다. 무대를 말하는 그들의 눈빛은 흔들림 없다.
최근 안시하와 서지영이 뮤지컬 ‘신데렐라’ 공연을 끝마치고 bnt뉴스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 분야에서 10년, 20년씩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간다는 건 어떤 직업이라 할지라도 쉽지만은 않을 터. 더군다나 두 배우 모두 앙상블부터 시작해 지금의 주연 자리에 올랐다. 그 긴 시간 그들을 무대로 이끈 힘은 무엇이었을까.
“앙상블과 힘든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버티는 것 같아요. 정말 밑바닥부터 시작했어요. 포스터 붙이고 전단 돌리다 경찰한테 벌금도 낸 적 있죠. 한 계단 한 계단 밟아왔기 때문에 그 힘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그 시간은 지금까지도 제게 큰 힘이자 연기할 때 감성적인 면에 많은 도움을 주는 재산이에요. 그 시절 없이 주연이 됐다면 진즉에 그만두지 않았을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서지영)
“10년이 넘는 앙상블 시절에 감사해요. 정말 포기하려고 할 때쯤 주연이 돼서 다시 시작했기 때문에 너무 감사해요. 그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그 때 배운 게 없었다면 주연을 이 정도로 해내지 못했을 것 같아요. 차근차근 배워가다 보니 무대의 소중함도 알고 있어요. 제 스스로가 이 무대를 위해 얼마만큼 해왔는지를 알아요. 이 무대에서 잘 했을 때, 못 했을 때 어떨지 아니까 더 떨리는 거 같네요.”(안시하)
“20년이 넘었는데도 무대라는 곳은 늘 긴장 돼요. 편안하고 긴장감 없으면 재미없잖아요. 새로운 작품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긴장되고 설레죠. 이런 감정의 반복이 끊을 수가 없게 만들어요. 그런데 그런 긴장감은 같은 작품을 장기간해도 똑같아요. 등장하고 나면 집중을 하니 괜찮은데 등장하기 전에 그렇게 긴장이 돼요. 오죽하면 스스로한테 ‘이제 좀 편할 때도 되지 않았냐’며 물어봤다니까요.(웃음)”(서지영)
앙상블의 자리가 아닌 메인의 자리에 앉는 순간, 그리고 후배들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며 닮고 싶단 이야기를 건넬 때 선배로서 갖고 있는 책임감은 커진다.
“‘아이다’부터 ‘프랑켄슈타인’까지는 메인 자리에 앉는 게 얼떨떨했어요. ‘내가 정말 메인 자리에 앉아도 되나’ 싶었죠. 그런 대우들이 처음에는 어색했어요. 근데 어느 순간 앙상블 친구들이 ‘언니 인터뷰 많이 읽었다. 언니처럼 되고 싶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처음엔 어색했죠. 근데 생각해보니 저도 앙상블 때 메인 배우들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될 수 있지’라고 생각했더라고요. 그들과 똑같은 앙상블이던 제가 이젠 누군가의 롤모델이 된 거예요. 더 큰 책임감이 느껴졌죠.”(안시하)
“‘신데렐라’ 앙상블 중 한 친구가 공연이 다 끝나고 연락이 왔어요. 대학교 때 제가 한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를 보고 ‘저런 배우가 돼야지’란 생각을 했다는 거예요. 동경해 온 언니랑 같은 작품을 했다는 게 기적처럼 느껴진대요.(웃음) 이렇게 말해주는 친구들 때문에라도 더 열심히 관리 잘 하고 책임감 갖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서지영)
“앙상블이 보기에 메인들은 다른 세계에 있는 높은 선배님 같을 것”이라는 말도 그 시기를 충분히 경험해 온 이들이기에 할 수 있는 말 아닐까. 산전수전 겪으며 이 자리에 온 두 배우는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학교에서 강의할 때 제자들한테 ‘5년은 앙상블을 하라’고 말해요. 근데 그 전에 자기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걸 분리했으면 좋겠어요. 자기 자신을 빨리 아는 게 빠른 배우의 길이거든요. 근데 그게 정말 어려운거죠. 하고 싶은 건 굉장히 많겠지만 다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잘 할 수 있는 걸 빨리 찾아야 돼요. 그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서지영)
“언니랑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비슷해요. 그 중 타고난 재능을 가진 친구들한테 얘기해주자면 재능이 있다고 해서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하면 안 돼요. 여배우로서 갖고 있어야 되는 기본적인 것들 있잖아요. 어느 정도의 외관과 뮤지컬 배우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노래와 발성적인 부분, 그리고 테크닉적인 것도 계속 연마해야 되죠. 직간접적으로 계속 갖고 있는 걸 극대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돼요.”(안시하)
많은 후배 배우들이 그들을 보며 롤모델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이 두 배우는 어떠한 선배이자 배우이고 싶을까. 어려운 질문이라며 곰곰이 생각 하던 이들은 천천히 입을 뗐다.
“‘나이 들면 저런 선배가 돼야지’하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그걸 위해 저는 계속해서 노력할거에요. 근데 그건 실력적인 면 뿐 아니라 인성적인 면도 포함이에요. 인성이 첫 번째에요. 그리고 언젠가 목소리도 나이가 들겠죠. 최대한으로 관리를 잘 해서 끝까지 배우를 하고 싶어요.”(서지영)
“언니랑 같은 얘기가 하고 싶었어요. 뮤지컬 배우도 결국 사람이 하는 직업이에요. 인성이 좋지 않으면 힘들어요. 저도 ‘나이가 들어도 그런 배우가 돼야지’하는 선배가 되고 싶죠. 정말 끝까지 배우이고 싶어요. 그러려면 스스로 해야 할 게 많아요. 그만큼 절제해야 할 것도 많죠. 연기할 수 있는 무대 위에서 끝까지 있고 싶어요. 배우 안시하로 생을 마감하면 좋겠어요.(웃음)”(안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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