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이린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배우 정재영이 색다른 카리스마로 똘똘 뭉쳤다. 이런 상사가 진짜 있냐 싶겠지만 2천 600만 명의 직장인들의 공감은 떼어 놓은 당상이 틀림없다.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감독 정기훈)는 취직만 하면 인생 풀릴 줄 알았던 수습 도라희(박보영)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사 하재관(정재영)을 만나 겪게 되는 극한 분투를 그린 작품. 일선 연예부 기자들의 모습을 가장 섬세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냈다.
정재영은 극중 영혼까지 탈탈 터는 시한폭탄 상사 하재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보통 직장인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사는 배우이지만 그는 공감 가는 지점을 찾아 그들의 삶의 단면을 리얼하게 담아냈다.
“배우라는 직업이 일반 직장인과는 다르지만 애환이 느껴지더라고요. 위에서 쪼고 또 외부의 압력이 들어오고요. 더욱이 냉정하고 소신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연예부 기자는 더 없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하재관도 도라희도, 시나리오 자체가 기자들에 대한 사내 분위기를 본격으로 처음 다뤘잖아요. 그런 분위기에서 현실감이 있더라고요. 어떤 직업이든 각자의 애환들을 갖고 있는 요즘 이야기인 것 같아요. 제 스스로도 공감이 갔고 하재관에게도 공감갔어요.”
정재영은 이 작품을 통해 직장인들의 애환과 더불어 배우로서 그가 현재 서 있는 위치도 떠올렸다. 다수의 필모를 남겨온 만큼 그도 이제 현장에서는 나름 베테랑이다.
“연기자들은 은퇴, 명퇴가 없잖아요. 현장에서 선배님들에게는 옛날 방식으로 예의있게 해드려야 되고 신세대 배우들에게는 그 친구들에게 맞게 젊게 다가가야 되고 그런 애환 아닌 애환이 있어요.”
“극중 도라희같은 제 시절, 현장에 가면 정신없었죠. 긴장도 많이 하고 쫄지 말아야 되고요. 그러면서 배웠던 것 같아요. 제가 20년 전 (박)보영이 나이였을 때 지금의 제 모습이 안성기 선배님이셨어요. 어려운 대선배님이셨죠. 지금 저와 보영이와의 거리는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보영이는 어려워하더라고요.(웃음)”
그에게 어려운 대선배님이었었던 배우 안성기. 하지만 정재영에게 안성기는 선배 연기자를 훌쩍 넘어서 가장 좋은 멘토였다.
“안성기 선생님이니까 지금의 올곧고 유한 자세를 유지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지만 해도 되지를 안더라고요. 그런 면은 타고 나야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단점을 인정하고 장점을 살리는 길이 가장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저의 장점은 안성기 선배님보다 더 유머러스하다는 것이더라고요.(웃음)”
극중 하재관 부장은 일에는 가차 없이 냉철하지만 가족애, 동료애 그리고 잔정이 넘치는 인물. 더불어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이들의 고충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찾았다.
“도라희 위치에 있는 모든 직장인들이 너무 딱하고 안쓰러웠어요. 전 연기만 하다 보니까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첩첩산중이니까요. 대학교에서도 1학년 때부터 취직 준비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취업해서는 이런 대우를 받잖아요. 기성세대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그걸 겪은 사람들이 또 그런 일을 시킨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죠.”
“취지는 좋아요. 자신이 겪은 걸 안 겪게 하려는 모습이요. 자기만 잘되거나 다 같이 잘되는 것은 이 세상에 없지만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도 안타까워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상황에서도 열정은 갖고 있어야 되잖아요. 그런데 거기에 열정까지 없으면 살맛이 안 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그의 살맛을 불러일으키는 정재영의 열정은 뭘까. 오랜 시간 대한민국의 대표 배우로서 매 순간,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정재영. 쑥스럽게도 그가 내린 정의는 ‘사랑’이란다.
“열정을 떠나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좋아해야 열정이 생기는 거고 사랑해야 열정이 생기는 거잖아요. 열정이 없어질 때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죠. ‘왜 시작했지’라는 회의감을 느낄 때엔 선택했을 당시의 시절을 돌아보면 될 것 같아요. 열정이라는 게 그런 거 같습니다. 열정이라는 말을 다시 바꿔서 말하면 사랑이라고 확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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