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이승현 인턴기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라고 외치던 스칼렛 오하라를 기억하는가. 초연에 이어 재공을 보는 관객이라면 극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 명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혹평 속 막을 내렸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새로운 태양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대서사시이자 금세기 가장 로맨틱한 스토리를 다룬 작품. 올해 1월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한국에서 막을 올렸고 7만 5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샤롯데씨어터 무대 위 김지우를 봤다. 아니, 스칼렛 오하라를 봤다. 김지우는 스칼렛 오하라 그 자체였다. 김지우는 전쟁 전 쾌활하고 명랑한 모습부터 전쟁을 겪은 뒤 살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악착스러운 모습까지 스칼렛을 있는 그대로 그 자신에게 흡수시켰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재공연을 앞두고 전 출연진의 라인업이 공개된 당시 스칼렛 오하라 역으로 2년 만에 복귀를 알린 배우 김지우의 이름이 단연 눈에 보였다. 스칼렛 오하라는 통통 튀는 철부지의 모습부터 극한의 상황에서도 억척같이 살아남는 모습을 그려야하는 감정의 폭이 넓은 역할.
더군다나 스칼렛 오하라는 약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가장 선두에서 이끌어야 한다. 그렇기에 브라운관 속 모습이 익숙한 김지우가 무대에 올라 극을 이끈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브라운관에서 보여준 안정적인 연기가 무대 위에서 얼마나 빛을 발하는지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 판단하면 안 되는 부분이다.
물론 김지우의 뮤지컬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7년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를 시작으로 매년 꾸준히 무대에 올랐고, 2013년 ‘아가씨와 건달들’을 마지막으로 2년 간 무대를 잠시 떠났을 뿐이다. 꾸준한 활동 경력이 그의 무대 위 안정적 가창력과 연기력을 입증한다. 총 29곡 중 스칼렛 오하라의 솔로곡만 5곡, 듀엣곡과 앙상블들과 함께 하는 5곡 이상이다. 그만큼 김지우가 무대 위를 장악하고 소화해야 하는 시간이 길다.
김지우가 연기하는 스칼렛에 더 몰입할 수 있던 포인트가 여기에 있다. 카메라 앞 연기 경험이 많은 김지우는 세심한 표정과 손짓 하나하나에 디테일을 더한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무대 경험으로 대극장에서도 그 존재감을 발휘하며 무대를 메운다. 브라운관과 무대를 넘나들며 직접 겪어온 상황이 그에게 디테일까지 살아있는 무대 장악력을 갖게 한 셈이다.
김지우의 파트너 레트 버틀러로 무대에 오른 배우 김법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카르멘’ 등 수 많은 뮤지컬의 주역을 맡아온 베테랑 중 베테랑. 무대를 뒤덮는 깊이 있는 중저음이 김지우의 상큼함과 만나 극의 조화로운 균형을 이뤘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조합이 극을 보는 내내 밀도 있게 극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김법래와 김지우는 극 내내 서로에게 밀리지 않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선보였다. 김법래의 노련함이 묻어나는 연기와 김지우의 때로는 발랄하고 때로는 진중함이 묻어나는 연기가 시너지를 만들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김지우가 보여줄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한편 전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선사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2016년 1월31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 쇼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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