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특한 스물아홉, 문근영

입력 2015-12-16 14:58  


[bnt뉴스 조혜진 기자] “자만할까 두려워 ‘난 아직 부족해’하면서 제 자신을 의심하고 다그쳤어요. 그런데 이제는 ‘나도 썩 괜찮은 배우구나’ 만족할 줄 알아요. 요즘엔 제가 기특해요(웃음).”

최근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성, 이하 ‘마을’) 종영 후 만난 문근영은 스스로를 “기특하다”고 표현했다. 대화를 나눌수록 그에게서는 긍정적인 분위기만이 풍겨져 나왔다.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에 비해 저조한 시청률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서른을 앞둔 현재도, 곧 독립을 한다며 기뻐하는 모습도 ‘긍정’만이 가득했다.

“저는 서서히 나이 들어가고 있었어요. 이제 대중 분들도 마냥 저를 어리게만 보시지도 않고, 나이 들어가는 걸 인지하시는 것 같아요. 이미지 탈피라고 거창하게 이야기는 못하겠지만 저는 꾸준히 나이를 먹고 있었죠. 이제 정말 동안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나이가 됐죠(웃음).”

대중들은 국민여동생 문근영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고맙기만 하던 수식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해가 지나도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그렇게 어느덧 스물아홉. 한 달도 남지 않은 시간이 지나면 곧 서른이 된다. “어리게만 볼 때는 답답하기도 했었다”던 그는 포기하고 때를 기다렸다.

“아무리 용을 쓰고 애를 써도 이건 제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언젠간 저도 여성스럽다는 걸 사람들이 인지하기 시작할 때가 있겠지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야 그 기다림의 보답이 오는 것 같다”며 웃어보이던 그의 말처럼 대중들도 서서히 여동생 문근영을 보내주고 있다. 또 문근영은 그에 맞게 더욱 성숙한 어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길 고대하고 있었다.


제작발표회에서도, 기자간담회에서도 문근영은 16개의 ‘마을’ 퍼즐 조각을 강조한 바 있다. 완성된 퍼즐조각이 마음에 드는지 묻자 그는 “16개의 퍼즐조각이 잘 맞춰 졌다고 생각한다. 16부 대본이 원래 나오던 속도보다 조금 늦게 나왔다. 제가 생각해도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에 따라 범인을 찾으려 했던 일들이 다 바보짓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작가님이) 정말 걱정이 많으시겠다 했는데 만족스러운 결말이었다”고 흔들림 없이 이야기했다. 한 뼘 더 어른이 된 그가 연기하는 한소윤은 어땠을까. 

“16회까지의 모든 신이 격했어요. 1회부터 15회까지 소윤이의 감정은 모든 감정이 100이었던 것 같아요. 어디하나 풀어둘 데가 없었는데 그게 그동안 쌓였던 거죠. 16회가 돼서야 소윤이 감정을 터트릴 수 있었어요. 퍼즐을 맞춰 가면서 범인이 언니를 죽이는 상황까지도 알았고, 이제 모든 걸 안 소윤이의 뒷감정만 남은 거잖아요. 그 감정은 소윤이가 마무리 했어야했고, 저도 느끼기에 (소윤의) 감정 변화나 폭이 굉장히 컸어요. 연기할 때도 이전에 비해 더 많이 표현할 수 있었고, 16부 대본을 읽고 ‘아 난 이 한 부를 위해 달려 왔구나’라고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감정적으로 고단했을 15부를 지나 마지막에야 비로소 쌓이고 쌓인 감정을 풀어냈다. 문근영은 “앞에는 모노였으면 뒤에는 컬러로 넣어준다거나,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옷을 입기도 했다”며 캐릭터의 외적인 부분과 드라마의 흐름에 따라 의상까지 신경 쓴 흔적을 드러냈다.


문근영이 맡은 한소윤은 계속해서 전달하는 입장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인물.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지 못해 아쉬운 점은 없었느냐 묻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고민한 지점을 털어놨다.

“임팩트 있지 않게 하려 노력했어요. 제가 1부부터 15부까지 가는 동안 하는 일은 누군가 말하려 하지 않는 진실을 얘기 하게끔 파헤치는 거잖아요. 그들의 사연과 그들의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 제 감정을 실어 버리고 제가 너무 강하게 하면 힘을 받을 수가 없으니까요. 저는 이걸 끝까지 전달하고 끌고 가야 하니까 최대한 제가 튀는 걸 배제 하려고 했어요.”

마니아층을 잡을 수는 있지만 어찌 보면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물에 문근영이 도전하고, 화자와 같은 이 역할을 택했을 때 대중들은 ‘그래도 문근영이니까’라는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그는 “기대치가 감사하긴 하면서도 ‘그래도 이 드라마에서는 기대하지 마세요’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임했다. 처음부터 역할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공중파에서 이걸 한다고? 멜로도 없이? 대단한 시도인데? 좋아’하고 ‘마을’을 택했어요. 시청률이 높을 거라고는 기대도 안했고, 역시나 시청률은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죠(웃음). 하지만 주변 반응도 그렇고, 제가 느끼는 체감은 달랐어요. 또 시청률을 떠나 ‘종편과 케이블에서만 이런 드라마를 볼 수 있어’하는 생각을 깨주고 싶었어요. 그래야 작품들도 더욱 다양해질 테고. 마무리 짓는 이 과정 끝까지도 후회가 없어요.”


“후회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그의 모습에서 ‘어른 다운 어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진짜 어른의 모습으로 곧 서른에 들어서는 그에게 ‘30대에 원하는 삶’을 묻자 “좀 더 활발하고, 씩씩한, 자신감 있는 여자였으면 좋겠다. 또 그런 배우이고 싶고,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30대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마을’을 만나) 물꼬를 튼 것 같아요. 앞으로 제가 가고 싶은 배우로서의 방향성이나, 사람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다 통틀어 그 시작점이 ‘마을’인 것 같아요. 제가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 작품 선택하는 게 이렇게 쉬운 건지 몰랐어요. 이전까지는 너무 어려웠는데 확실히 마음가짐과 생각들이 바뀌고, 나에 대한 자신감과 제가 갖는 배우로서의 방향성이 뚜렷해지니까 선택이 너무 쉬웠어요. 대본을 읽고 마음에 들면 하겠다고 하면 되는 건데 이전까지는 왜이게 이렇게 어려웠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있어야 배우로서의 삶도 있다’고 생각했다던 그는 “사람으로서 안정적이게 된 후, 자연스레 배우로서 방향성과 목표가 뚜렷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변화 후 확실히 달라진 점을 묻자 그는 “또 하루가 시작되는 구나하면서 눈 뜨는 게 무서웠다. 지금은 너무나 신기하게도 하루하루 오는 게 즐겁다. 내일을 꿈꿀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렇게까지 달라 질 수 있을까, 절로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저한테서 모든 걸 빼야 놓는 건 줄 알았는데, 놓는다는 게 인정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것은 제 것이라 인정할 수 있고, 아닌 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 그게 되면 놓아지는 것 같아요. 이전까지의 저는 겸손하고 싶어서, 혹은 자만할까 두려워서 ‘난 아직 부족해 아직 모자라’하며 자꾸 제 자신을 의심하고 다그쳤어요. 그런데 이제는 ‘너 자만한 거 아니야?’라고 할지 몰라도 ‘나도 썩 괜찮은 배우구나’ 스스로 만족할 줄 알아요. 그런 제가 요즘은 좀 기특해요(웃음).”

자신감과 긍정이라는 날개를 단 문근영은 얼마나 더 날아갈 수 있을까, 감히 짐작이 안될만큼 기대가 됐다. “어릴 때부터 주인공 연기만 하는 게 아닌, 더 많고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다고 늘 이야기를 했었다. 많은 감독님, 작가님, 제작사 분들께 저는 준비돼 있다고 뭐든 불러달라고 부탁하고 싶다”며 웃어보였다.

“저예산 영화든, 연극 무대든 연기를 할 수 있는 장소라면 좋아요. 제가 정말 잘할 수 있고 잘 해내고 싶은 작품, 캐릭터라면 이제는 거침 없이 선택하고 달려들어 볼 작정이에요. 예전엔 제 주장에 대해 강하게 어필하지도 못했고, 그에 대한 자신감도 없었어요. ‘내가 이걸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진 않을 까’하는 두려움도 있었는데 이제는 저에 대한 자신감도 생긴 것 같고, 배우로서 문근영에 대한 자신감도 생긴 것 같아요. 아직 삼십대잖아요. 달려갈 길이 아직 멀고, 뭔가를 뿜어낼 시간은 많은데 한 자리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아요.” (사진제공: 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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