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이승현 인턴기자] 겨울의 추위를 달래줄 열기가 가득했다. 그렇다고 특별할 것이나 요란할 것은 없었다. 그저 음악이 있었고, 그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함께 했을 뿐이다.
12월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연말콘서트 ‘계속해보겠습니다’ 공연이 진행됐다. 이번 연말콘서트는 12일과 13일 양일간 진행됐으며 연말콘서트 전후로 ‘날로 먹는 장얼’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클럽 투어 공연을 진행했다.
밴드의 축을 잡는 드럼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 뒤로 베이스. 키보드, 기타가 음을 쌓아 장내의 빈틈을 없앴다. 그 위에 마지막으로 얹어진 보컬은 공연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 셋리스트에 생긴 작은 변화가 가져온 큰 울림
대부분의 연말콘서트 셋리스트는 그 해 발매한 신곡을 기존 셋리스트에 추가해 재구성된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2015년 발매한 신곡은 2월 설날을 맞아 발매한 ‘새해 복’이 전부. 공연의 전반적인 흐름을 만드는 셋리스트가 어떻게 구성될지 궁금함과 기대감을 갖고 자리에 앉았다.
시작부터 그들의 셋리스트가 변화됐음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곡의 순서만 바뀐 것이 아니라 ‘우리 지금 만나’가 끝난 뒤 쉬지 않고 ‘기상시간은 정해져있다’로 이어져 한 곡처럼 느껴졌던 래퍼토리까지 변했다. 지난해 연말콘서트와 같은 장소, 같은 가수인데 전혀 다른 공간에 있는 기분이 들 정도. 신보가 없었다고 그 시간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던 게 아니란 걸 입증해보인 장기하와 얼굴들. 그들의 신보를 기다리고 있는 팬들의 기대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 무대 위, 여백의 미가 전한 깊은 감동
장기하와 얼굴들의 무대 위에는 특별한 세트가 없었다. 뒤쪽에 있는 멤버들을 위한 단상 정도가 전부. 그렇기에 그들은 여백을 남긴 채 무대를 둘러싼 조명과 영상에 집중했다.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조명은 사방에서 무대의 빈 공간을 채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마냥 걷는다’에서 공연장 사이드 벽에 비추던 장기하의 모습이었다. 상수와 하수 쪽에서 그를 향해 빛을 쏘면 그 빛은 공연장 벽 양쪽에 그의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곡이 점점 고조될수록 서정적이면서도 싸이키델릭한 면이 진하게 드러났다. 무대를 가득 메워야 볼거리가 많고 감동이 배가되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많은 걸 비워낸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는 법이고 장기하와 얼굴들의 무대가 그랬다.
▶ 장기하와 얼굴들의 2016년이 기대되는 이유
연말콘서트는 말 그대로 한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를 가진다. 이에 장기하와 얼굴들은 “올해 발매한 앨범이 없어 마무리라고 말할 것이 없다”며 “내년에도 ‘계속해보겠습니다’”고 외쳤다. 이어 그들은 2016년 발매 예정인 정규 4집 수록곡 중 한 곡을 연주했다.
‘별 일 없이 산다’ ‘그렇고 그런 사이’ ‘슈퍼잡초맨’ 같은 강한 곡들로 장기하와 얼굴들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싸구려커피’ ‘느리게 걷자’ ‘TV를 봤네’ 등 조곤조곤 말하는 그들의 노래를 기억한다면 이 곡 역시 결국 장기하와 얼굴들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약 두 시간 반 정도 진행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연말콘서트는 그들이 여전히 건재함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선사할 2016년의 예고편을 봤다고 해야 할까. 아직 네 번째 정규에 대한 실체는 알 수는 없으나 언제나 그랬듯 장기하와 얼굴들이 들려줄 음악에 의심할 여지는 없다. (사진제공: 두루두루a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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