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전장사업 진출을 두고 여러 해석이 오가는 중이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서 삼성의 전장사업 진출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사안이다. 이른바 내연기관, 즉 엔진을 제외한 필요 부품을 이미 만들고 있어서다. 덕분에 이번 삼성의 전장사업 진출을 바라보는 자동차업계의 시선도 차분하다. 오히려 '삼성이 하면 다를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과 달리 '삼성도 완성차회사의 '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완성차업계에선 삼성보다 이들의 전장사업 파트너가 될 완성차회사를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삼성이 내미는 구애(?)의 손을 누가 먼저 잡을 것이냐가 관심거리다. 사업에 진출한 이상 단기간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하는 삼성으로선 대형(?) 파트너가 필요하지만 국내외 완성차회사는 이미 전기 및 스마트카와 관련해 자체 공급망을 확보한 만큼 급할 게 없어서다.
따라서 현재 시선이 몰리는 곳은 당연히 르노삼성이다. 삼성카드가 여전히 19.9%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데다 2020년까지 국내에선 르노가 삼성 브랜드를 쓰도록 돼 있어 삼성으로선 자연스럽게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손을 내미는 게 쉬워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내 자동차조사기관인 포인에 따르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지난해 르노 320만대와 닛산 530만대 등 모두 850만대를 생산해 글로벌 4위를 차지했을 만큼 규모가 적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더불어 지난해 판매된 20만대의 EV 가운데 무려 43.5%에 달하는 8만7,000대의 EV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공급한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삼성으로선 르노-닛산이야말로 스마트 EV 진출의 가장 적절한 파트너가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르노-닛산이 삼성의 손을 잡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미 LG화학 배터리를 쓰고 있는 데다 르노-닛산 또한 글로벌 소싱을 하고 있어서다. 이른바 '삼성'이라고 르노-닛산에 있어 특별한(?) 존재는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중앙대 경영학과 이남석 교수는 "삼성카드가 보유한 르노삼성의 19.9% 지분은 의결권이 없다"며 "르노-닛산이라고 삼성에 납품 인센티브를 줄 여지는 없다"고 설명한다.
현재 삼성이 배터리를 납품한다는 점에서 BMW와 폭스바겐 등도 물망에 올라 있다. 하지만 이들 또한 이미 오래 전부터 전장사업 분야에서 탄탄한 기술력을 쌓아 온 콘티넨탈이나 보쉬와 끈끈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완성차업계의 해석이다.
이런 이유로 단기간 삼성이 전장사업의 성과를 내기 위해선 해외 대형 부품업체 인수를 점치기도 한다. 중앙대 이남석 교수는 "삼성의 전장 사업 관건은 기술력 뿐 아니라 거래를 하더라도 다른 부품업체와 제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필요에 따라 전장사업에 특화된 자동차 부품업체를 인수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교수는 삼성이 자동차사업을 바라보는 시선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여러 컨설팅회사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했겠지만 삼성이 과거 완성차회사를 할 때와 지금의 자동차산업은 전혀 다르다"며 "삼성이라는 이름만 믿고 전장사업을 펼치려 한다면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언급한다. 삼성이 스마트폰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자동차에서도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면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충고하는 셈이다.
삼성의 손을 잡아줄 곳으로 국내 현대기아차도 후보에 올라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삼성이라고 다를 게 없다"며 "설령 삼성의 전장 부품을 납품받는다 해도 여러 협력업체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시 말해 현대기아차가 볼 때는 삼성 또한 공급사 중 하나일 뿐 특별함은 없다는 의미다. 삼성이 나선다고 마치 무언가 대단한 것처럼 여기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앙대 이남석 교수는 그림을 언급한다. 이 교수는 "삼성이 전장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그림을 잘 그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조직 내부의 벽부터 허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자동차산업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는다. 삼성이 IT의 공룡일 지는 몰라도 자동차로 오면 그저 존재감 약한 공급사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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