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밤개’, 열다섯 자폐아의 성장통은 결국 어른들의 것이었음을

입력 2015-12-2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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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뉴스 이승현 인턴기자] 가까이에 있던 누군가의 죽음은 때때로 성장통이 되곤 한다. 그 성장통은 한 아이를 소년으로 만들고, 스스로가 만든 울타리의 문을 열게 한다. 한밤중에 일어난 개의 죽음은 열다섯 자폐아 크리스토퍼를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한다.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하 ‘한밤개’)은 크리스토퍼가 친구처럼 지내던 옆집 개 웰링턴의 죽음을 목격한 뒤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단순히 개를 죽인 범인을 찾으려 했던 것뿐인데 그것이 크리스토퍼가 마주할 커다란 세상의 시작점일 줄 그는 진정 몰랐을 것이다. 그렇지만 언젠가 결국 그가 마주하고 겪어내야 했을 성장통일지도 모른다.

크리스토퍼가 답을 찾으려 했던 개가 죽은 사건은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이 된다. 또 다른 사건은 크리스토퍼가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며 그는 그 상황 속에서 스스로의 행보를 결정하고 성장한다. “지금 나와 약속하면 꼭 지켜야 하는 것이다”며 그의 생각과 반대되는 것들을 강요하던 사람들 속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한밤개’는 크리스토퍼의 성장을 음악과 조명, 영상을 통해 든든하게 뒷받침해준다. 무대는 크리스토퍼의 시선이 돼 그가 느끼는 감정과 혼돈을 조명과 영상으로 시각화하고 음악으로 그 효과를 배가시키며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거기에 시오반 역의 해설은 이해하기 어려웠던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같은 시각으로 상황들을 바라보게 된다.

공감각적인 장치들은 크리스토퍼의 성장과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혼란과 성장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그러면서 이해되지 않았던 인물들의 행동을 이해하게 만든다. 그들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엄마는 크리스토퍼를 사랑하고 있음에도 감당하기 벅차한다. 고집 센 크리스토퍼를 그저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던 스스로가 미웠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가슴 아픈 선택을 최선이라 여겼고 그 선택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상처가 된다.

아빠는 크리스토퍼를 위해 거짓을 말하지만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크리스토퍼에게 설명할 수 없는 상황들에 답답해하면서 숨겨진 진실과 먼 곳에 크리스토퍼를 안착시키려 한다. 하지만 아빠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들은 크리스토퍼에게 상처가 되고 아빠는 후회한다. 그들은 진심으로 크리스토퍼를 사랑한다. 그 감정에 한 치의 거짓도 없음이 극 내내 느껴진다. 그들은 서툴렀던 것뿐이다. 그들 역시 크리스토퍼와 함께 부모라는 이름으로 성장하고 있던 것뿐이다.


열다섯, 자폐를 가진 아이가 전하는 이야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큰 사랑이 담겨있다. 그리고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크리스토퍼는 누군가 뒤에서 절벽 아래로 밀어버리는 것 마냥 자신도 모르는 새에 성장통을 겪기 시작한다. 그는 겁먹지 않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눈앞에 마주한 현실을 해결하며 관객들에게 묻는다. 세 시간동안 내 인생의 일부를 엿본 당신이 봤을 때 이건 내가 뭐든 할 수 있단 걸 의미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그에 답하기 앞서 우리는 느낄 수 있다. 이건 크리스토퍼의 성장이자 그를 통한 어른의 성장기임을 말이다. 모든 어른이 대량생산된 인형마냥 어른스럽지는 않다. 어른들 역시 처음이기에 서툴고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잘못된 것도 아니다. 그저 마주하기만 하면 된다. 마주하고 이해한다면 우리는 크리스토퍼의 물음에 웃으며 긍정의 답을 건넬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크리스토퍼의 물음이 담긴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2016년 1월31일까지 공연된다. (사진제공: 아시아브릿지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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