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브랜드 슬로건인 'Das Auto(다스 아우토)'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2007년 마틴 빈터콘 전 폭스바겐그룹 회장이 도입한 슬로건인 다스 아우토는 영문 표기로 'The Car(더 카)' 즉, 자동차 그 자체를 뜻한다. 이는 폭스바겐이 모든 자동차를 대표한다는 자신감의 상징이었다.
8년 동안 사용한 슬로건을 버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올 한해 최대 이슈였던 디젤 스캔들 때문이다. 사건 이후 인사개편과 재정 감축 등 쇄신 정책을 펼치는 폭스바겐그룹은 그 일환으로 과감히 다스 아우토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 폭스바겐이 자동차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폭스바겐 승용부문 CEO 헤르베르트 디스는 "기존 슬로건은 '전제주의자(absolutist)' 의미와 다를 바 없다"며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시사했다.
이번 폭스바겐의 결정은 그만큼 디젤 스캔들을 내부적으로도 매우 중요하게 바라본다는 점을 나타낸다. 스캔들이 2차 대전 이후 유럽 최강국으로 도약한 독일의 자신감마저 떨어뜨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따라서 슬로건 변경은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슬로건이 그만큼 중요한 이유는 기업의 철학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치를 뜻하는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 기술을 통한 진보를 의미하는 아우디의 'Volsprung durch Technik',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을 말하는 BMW의 'Sheer driving pleasure' 등 슬로건은 제품의 성격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문구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기업도 슬로건을 정하면 최대한 그에 걸맞는 기업문화와 제품을 선보이려 애를 쓴다. 슬로건이 기업의 모든 지향점을 집약하고 있어서다. 그런 의미에서 폭스바겐 슬로건 변경은 그만큼 달라지겠다는 약속이 아닐 수 없다. 변화의 폭을 당장 가늠할 수 없지만 적어도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의미 만큼은 읽혀지니 말이다. 그래서 이제는 변화의 속도를 주목할 때다. 빨리 변하지 않으면 스캔들의 악몽에서 빠져나오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지기 때문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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