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영 기자] 강렬한 눈빛을 소유한 이주석은 옆집 오빠 같은 푸근함과 호탕한 웃음으로 소통하는 배우. 드라마 ‘토지’에서 김현주의 첫째 아들로 연기했던 그는 어느덧 30대 중반의 어엿한 배우로 성장해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광개토태왕’, ‘징비록’ 등 이름 있는 사극에서 더 많은 얼굴을 알린 배우 이주석은 몸에 꼭 맞는 작품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시청자들로부터 믿을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는 배우 이주석에게서 해피 바이러스는 물론 듬직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Q. 화보 촬영 많이 해봤었나?
정신없이 촬영했던 것 같다. 프로필 촬영 말고는 전혀 해본 적이 없다. 사진 찍는 걸 어색해해서 프로필도 몇 년에 한 번 정도 촬영한다. 영상의 경우 움직이고 말을 하면서 소통할 수 있지만 사진은 아직까지 포즈 잡는 부분이 부끄러워서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다. (웃음)
Q. 아직 ‘이주석’이란 배우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배우로서 소개를 한다면 나는 어떤 배우인가?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웃음) 꿈 찾아 열심히 살고 있는 하나의 배우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 아직 병아리인데 그 단계가 조금 길게 머물고 있는 아기 병아리다.
Q.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첫 촬영은 1998년 2월에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영화에 출연했었다. (웃음) 그걸로 시작했었고, 그 이전에는 배우에 대한 어떤 꿈이나 목표가 있어서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2년이란 시간동안 촬영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되더라. 촬영이 끝나고 이 분야에 대해 좀 더 배우고 싶어 단편 영화를 많이 참여하게 됐다. 시작은 오래된 편이다.
같이 시작했던 친구들은 많이 포기하고 다른 일을 찾아 떠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오래 연기를 하면서 힘들고 지치는 부분도 많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쾌감과 즐거움이 컸기 때문에 계속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Q. 1998년도라면 굉장히 어렸던 시기 아닌가.
19살 때였다. 그 당시에 길거리 캐스팅이 유행이었는데 운 좋게 캐스팅이 돼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다. 캐스팅으로 사기 당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의심을 많이 했었는데 나쁜 분은 아니었던 것 같다. (웃음) 원래 연기 학원을 다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다니지 않고 있었는데 캐스팅 되고 나서 다시 학원을 다니게 됐다.
Q. 첫 드라마가 ‘보디가드’. 공중파 방송은 또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다.
사실 첫 드라마는 ‘카이스트’라는 드라마다. 극중 해커 역할을 했었는데 잊지 못할 추억이 많다. 영화 같은 경우에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2년이란 시간동안 촬영했을 때라 스태프 분들이 가족처럼 챙겨주시고 했는데 방송은 모두 모르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환경 자체가 낯설었다. 특히 ‘카이스트’의 경우 1회분만 출연해 출연진과 스태프 모두 모르는 상태였다. 촬영장을 가기 위해 새벽마다 스태프 버스를 탔었는데 지금까지 연기 생활하면서 심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3일 촬영을 하면서 혼자서만 연기하는 신을 찍었는데 마지막에 해커가 잡히는 장면을 연기해야 했다. 그때 TV에 나오는 사람들과 처음으로 같이 연기를 하는데 모든 게 힘들었다. 너무 떨려서 대사를 못해 NG가 많이 났던 것. 근데 배우 김정현 선배가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웃겨주고 말도 걸어줘서 겨우 끝낼 수 있었다. 그 분이 아니었다면 연기 생활은 그때 접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른 뒤 드라마 ‘광개토태왕’에서 만나게 돼 감사했다고 인사드리기도 했었다.
Q. 최근 끝난 작품인 ‘징비록’에서 이순신을 돕는 핵심 지휘관인 배흥립 역할을 맡았었다. 역할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김석훈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지금도 연락하면서 친하게 지내고 있다. 오히려 작품 했을 때보다 더 친해진 사이. (웃음) 후반부에 투입되다 보니 친해지기 전에 작품이 끝나버렸다. 그래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 친했을 때 작품을 했다면 더 재미있게 촬영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부분이 아쉽게 느껴진다.
역할을 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다. 대사가 잘 외워지지 않아서 힘들었다. (웃음)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 있어서 입에 잘 붙지 않더라. 지휘를 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보고를 하는 역할이라서 어렵고 생소한 말들이 많이 나왔다. 사극이 그래서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드라마 ‘전우’, ‘징비록’에서 함께 했던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
Q. 출연했던 작품 목록을 보면 ‘징비록’, ‘광개토태왕’ 등 사극들이 있다. 본인이 느끼는 현대물과의 차이는 어떤가?
확실히 다른 부분이 많다. 특히 사극의 경우 개인적인 상황이 없다. 거의 나라와 관련된 상황에서 진행되기 때문. 백성이면 상관없는데 주로 장군 역할을 하다 보니 대사나 극에 흐름에 있어서 관계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 (웃음)
사극은 준비해야 될 게 많다. 일단 나라와 관련된 상황에 있어서 나라를 잃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감정과 액션을 이해해야 된다. 방송 3사가 다 다르기 때문에 공부해야 되는 부분도 많을 수밖에 없다. 지문에 쓰여 있지도 않아서 정말 처음에는 어려웠다.
Q. 이주석에게 ‘토지’라는 드라마를 빼놓을 수 없을 터. 배우 유준상과 김현주 아들로 출연했었는데 그 때 나이와 역할에 대한 느낌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장남이었다. 그때 당시 26살이었는데 어머니와 4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어머니와 함께 서있는데 아들이 오빠같이 보이더라. (웃음) 더욱이 동안 얼굴도 아니었기 때문에 오빠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Q. 연기 활동을 하면서 큰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 멘토 같은 분?
‘카이스트’ 때 김정현 선배님이 연기 시작을 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면 ‘전우’ 때 정신적·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당시 큰 힘이 돼 주신 분이 있다. 바로 배우 최수종 선배님. 연기에 있어서 어느 것 하나 그냥 넘어가지 않으시고 꼼꼼하게 보셨다. 당시 최수종 선배님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웃음)
나중에 선배님께 다른 촬영이 있을 때도 선배님 사진을 가지고 다니면서 보겠다고 할 정도로 자극과 배움을 동시에 주신 분이시다. 혼을 내시거나 화를 내신 적은 없지만 디테일한 연기에 대해 조언해주실 때 ‘이런 게 연기구나’를 깨닫게 해주신 분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연락을 못 드리고 있다. 조금 잘 됐을 때 연락을 드리고 싶은데 연기자로 많이 성공하지 못한 단계라 죄송해서 연락을 못 드리겠더라. 늦지 않은 시기에 잘 돼서 꼭 좋은 소식 갖고 이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다.
Q.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역할이 있는가?
드라마에서 살인마를 했었는데 그렇게 쎈 역할은 아니었다. 만약 다시 하게 된다면 영화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살인마를 해보고 싶다.
Q. 야구를 굉장히 좋아하시는 것 같다. 연예인 야구단 활동을 하는지. 특히 에이스로 뽑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야구를 굉장히 좋아한다. 연예인 야구단 뿐 아니라 동네 야구단을 만들어서 감독까지 하고 있다. 아마 이번에 감독상을 받지 않을까 싶다. (웃음) 연예인 야구단은 ‘이기스’에 소속돼 있다. 야구 센스 있는 팀원을 뽑는다면 연극배우 정우일. 인지도 있는 연예인분들은 그냥 열심히들 하신다. (웃음)
Q. 인스타그램을 보니까 배우들과의 만남이 잦은 것 같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있는가?
‘산너머 남촌에는2’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과 가끔 술자리를 갖는다. 특히 ‘징비록’팀은 같이 모여서 공연을 보러가기도 한다. ‘징비록’에 나왔던 배우 조순창이 극중에서는 먼저 죽어서 연기를 같이 해보진 않았지만 나중에 드라마가 끝나고 많이 친해져 공연할 때마다 모여서 응원도 하러 간다.
Q. 쉴 때는 주로 뭘 하면서 지내는가?
거의 쉴 때 야구를 하는 편이다. 배우가 야구를 이렇게 많이 하면 안 되지만, 기약 없는 배우에게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웃음)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를 계속 갖고 있어야 작품에 들어갔을 때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본다.
Q. 좋아하는 이상형이 있다면?
예전에는 있었다. 근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하겠단 생각이 들더라. 실제로 좋아하는 이상형을 만나본 적도 없고. 좋아하는 이상형은 없지만 좋아하지 않는 여성상은 있다. 말과 행동이 거칠고 함부로 하는 사람은 정말 싫다.
Q. 2016년 계획 및 목표가 있다면?
당연히 배우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아닐까. 다양한 작품을 하는 것이 2016년의 가장 큰 계획과 목표다. 어떤 캐릭터와 작품이 중요하기 보단 현장에 있는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의미로 여겨진다. 기회를 잡기 위해 열심히 더 노력할 예정이다.
Q. 앞으로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지 궁금하다.
굉장히 궁금한 질문인 것 같다. 아직까지 누군가에게 기억될만한 배우로 자리매김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배우로 성장할지 나조차 궁금하다. (웃음) 배우란 직업은 내가 하고 싶은 역할, 작품 등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잘 그린 밑그림이 있어도 그 그림이 주어졌을 때 내가 색칠을 잘못하면 엉망이 되듯 주어진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는 연기도 꾸준히 공부해야 되는 숙제인 것 같다. 앞으로 믿을 수 있는 배우로 성장 할테니 지켜봐주셨음 좋겠다.
기획 진행: 김희영, 임미애
포토: bnt포토그래퍼 권해근
의상: 조프레시, 펠틱스, 슈퍼스타아이
슈즈: 사토리산, 슈퍼스타아이
헤어: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청담EAST 주아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청담EAST 홍서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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