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한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오로지 연기뿐”

입력 2016-01-11 10:13  


[김민수 기자] 뮤지컬배우로서 10년 동안 단단하게 다져진 연기내공으로 관객들을 웃고 울게 했던 배우 김태한은 앞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얼마 전 종영한 MBC 드라마 ‘이브의 사랑’에서 홍대리 역으로 웃음을 책임지는 감초역할을 맡아 시청자들의 배꼽을 움켜잡게 했던 유쾌한 배우 김태한. 그는 ‘전원일기’의 복길이로 유명한 배우 김지영의 친동생으로도 알려져 있어 다시 한 번 듣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놀라는 것도 잠시. 자신의 누나에 대한 생각도 금세 잊어버리게 할 만큼 배우에 대한 자신감은 물론 앞으로 계속 공부해야 할 것도 연기라며 슬픈 사람들에게는 위로하고 아픈 사람들에게는 치유해주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한다.

앞으로 배우로서 뭔가를 보여줄 것 같고 자꾸만 기대를 하게 만드는 배우 김태한과 지금부터 유쾌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Q. 첫 화보라고 들었는데 어땠나.
정말 재미있었다. 처음 촬영을 했는데도 다들 편하게 해줬고 전체적으로 콘셉트가 재미있었다.

Q. 실제로 누나 김지영씨와 많이 닮았다. 주위에서 그런 소리 많이 듣는지.
많이 듣는다. 카메라 감독님들이 ‘왜 김지영이 여기 있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누나와 닮았다고 하면 좋다. 그런데 어렸을 때 뮤지컬이나 무대를 하다보면 많은 선배님들이 있는데 누나 이야기가 나오면 약간 등에 업고 가는 느낌이더라.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너무나 좋다.

Q. 뮤지컬을 시작한 계기는. 아무래도 누나의 영향이 컸겠다.
그렇다. 누나의 연기를 보고 지내다보니 영향을 받았더라. 원래 내가 뮤지컬을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연극영화과에 들어가서 뮤지컬 ‘김종찾기’란 작품을 처음 하면서 매력을 느꼈고 또 많은 사람들이 나를 뮤지컬 쪽으로 많이 찾아 주시더라.

Q. 뮤지컬 장르가 배고픈 직업이라고 알고 있다. 왜 굳이 택했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쫓아서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은 못하게 되더라. 여러 작품들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배운 것들이 너무나 많다. 거기에서 느낀 것들이 지금의 내가 어떤 장르에 가도 처음 연기를 하는 사람보다는 편안하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바로 브라운관으로 데뷔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일단 누나가 방송을 하고 있었고 나는 학교에서 무대 공연을 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무대라는 곳에서 한 호흡을 가지고 배우로서 연기를 하는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거기에 전념을 하게 되니깐 다른 생각은 못하겠더라.

Q. 아니면 가족의 도움을 받아서 브라운관으로 데뷔해도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 전에 연극이 좋았고 무대가 좋아서 방송에 대한 매력이라든지 배우에 대해서 생각할 여지가 없었던 것 같다. 무대에서 역할을 소화해 내는 것이 뿌듯했고 맡은 역할로 인생을 사는 것이 좋았고 배우로서만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만약에 다시 돌아간다면 그 작업을 먼저 해야 되지 않을까(웃음).


Q. 맡았던 뮤지컬 배우 배역에 비해 드라마 배역의 비중이 작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드라마 데뷔 전까지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관심을 두던 차에 회사를 만났고 조금씩 단계를 밟고 있는 중이다. 조금 일찍 했으면 좋을 텐데. 그러나 내가 어느 작품이든 어떤 배역을 맡던 나와 그 캐릭터가 잘 맞는다면 오히려 좋을 것 같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모든 역할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배우, ‘아 저 역할은 이 배우가 아니면 안 돼’라는 소리를 듣고 싶고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Q. 배우 김태한이 생각하는 뮤지컬은.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그 안에서 배우들은 많은 작업을 한다. 연기에서 묻어나오는 드라마틱한 노래도 불러야 되고 연습도 많이 해야 한다. 그래서 뮤지컬은 다채롭고 광범위한 예술인 것 같다.

Q. 집안에 연기자가 많다.
맞다. 집안 자체가 연기자 집안이다. 일단 누나 김지영, 매형 남성진, 그리고 매형 부모님 남일우 선생님, 김용림 선생님 나까지 5명이다. 공연 때 오시면 조금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평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누가 오는 것보다 떨린다.

Q. 누나 김지영씨가 드라마 ‘전원일기’ 복길이 역으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당시 본인은 누나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정서상으로 정말 좋았다. 누나 덕분에 혜택 아닌 혜택도 많이 받았다. 전국 어디 음식점을 가도 복길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 그래서 사장님이나 직원 분들이 우리 복길이 왔다면서 메뉴에도 없는 음식을 갑자기 주방에서 꺼내 주시더라. 정말 누나가 옆집 사람처럼 친숙하게 묻어나 있다는 것을 느꼈다.

Q. 어릴 적 누나 김지영씨와의 기억.
우리 집안이 대체적으로 세련되지 않아서 누나는 브라운관보다 실물이 더 낫다(웃음). 내 어릴 적 기억의 누나는 놀지도 않고 맨날 집에서 책만 봤었다. 겨울이면 다 읽었던 세계 명작 동화를 또 읽더라. 그리고는 귤을 박스 채로 놓고 먹더라. 정말 사람이 손끝부터 귤 색깔처럼 노래지더라.

그리고 어렸을 때 장기자랑을 나가면 나는 엄마 뒤에 숨어있었고 누나는 항상 1등만 했었다. 끼도 많았고 감수성도 풍부했고 공부만 했던 답답한 스타일이었는데 연기라는 직업을 만나면서 달라진 것 같다.

Q. 누나와 배우 다른 점이 있다면.
일단 기본적으로 브라운관에서 보는 배우 김지영과 일상생활 속 누나는 거의 다르지 않다. 누나만의 장점을 잘 살려서 방송에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누나로서는 그냥 친구 같고 술도 많이 마신다. 평상시 모습을 봤을 때 대장부 같다는 느낌도 있다. 또 우리가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만났다 하면 다 술이다. 매형도 술을 좋아하고 한 번 마실 때 작정을 하고 마시는데 나는 이상하게 집에서는 잘 마시지 못하겠더라. 그럼 누나가 밖에서는 마시는데 왜 집에서는 못 마시냐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고 한다(웃음).

Q. 배우 김지영씨에게 배우고 싶은 점은.
누나가 사실 연기 전공을 안했었다.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를 나와서 정말 연극이 좋아서 밑에서부터 하나하나 올라온 케이스다. 연습을 정말 많이 하는 연습벌레다. 항상 준비를 너무 많이 해서 감독님들이 좋아하는 배우다. 정말 하는 것 보면 준비부터 해결해 나가는 것까지 꼼꼼하게 잘한다.

개인적으로 남자들은 그런 부분들이 약하다고 생각하는데 점점 시간이 가고 나이가 들수록 누나의 연기를 보면 디테일이나 감각들을 보고 많이 배운다. 그리고 언제가 기회가 되면 연기를 같이 하고 싶다. 연기로서 붙어보고 싶다.


Q.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힘들거나 외로운 점.
뮤지컬이란 장르가 제대로 된 시스템화가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지금의 열정이나 의지, 의리만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하더라. 물론 나는 운이 좋게 주인공을 맡아서 다른 분들보다 후한 대접을 받아 왔지만 옆에서 보면 정말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더라. 그리고 공연의 화려함이 전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너무 외롭더라. ‘정말 이대로 연기를 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도 하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작품을 하지 못할 때는 정말 견디지 못하겠더라.

Q. 작년 10월에 종영한 MBC 드라마 ‘이브의 사랑’ 홍대리 역,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역할이 사실 감독님이 나한테 미안해하면서 줬다. 하지 않아도 된다고까지 말씀을 하셨는데도 나는 하겠다고 했다. 카메라를 잘 모르고 앞에 서서 적응하는 방법을 알아야하기 때문에 나한테는 6개월이란 시간이 공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회사에 수익부분이 아닌 내가 돈을 내고서라도 하고 싶다고 많이 어필을 했었고 부탁도 했었다. 그런데 회가 가면 갈수록 홍대리 역 분량이 많아지더라. 방송에 나가고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을 보니깐 시청자들이 좋아하더라.

Q. ‘이브의 사랑’이란 작품을 통해서 얻은 것도 많다고.
처음 촬영을 했을 때는 하루 종일 기다려서 한 씬 두 씬 촬영을 했었다. 그때 내 의상으로 준비를 해도 여유가 있었는데 갑자기 분량이 많아지면서 10벌 이상씩 갈아입게 되니 감당이 되지 않더라. 그래서 회사에서도 무리를 해서 스타일리스트를 지원해줬다. 솔직히 좋았다(웃음).

또 동료 분들이 대하는 것도 단역으로 보지 않았고 모든 회식자리나 모임에 총무까지 맡아서 하게 되었다. 지금도 ‘이브의 사랑’팀이 돈독하다. 그래서 아직까지 자리를 만드는데 한번 마시면 보통 4차까지 간다. 짧게는 2차? 이 작품을 통해서 얻은 것이 정말 많다.

Q. 배우 이선균씨도 많이 닮았다. 심지어 목소리도 비슷한데.
이선균 형님 닮았단 소리 많이 들었다. 그리고 배우 이선균 형님과 오만석 형님은 대학교 선배다. 요즘 너무 바쁘셔서 연락을 못하고 있다. 

Q. 자신의 성격은.
사람들 앞에서 내 주장을 내놓지 않는다. 배려하는 스타일이다. 내가 맞춰서 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하고 분위기 맞추는 것을 잘한다.


Q. 평소에는.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아해서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배낭여행을 자주 간다. 해외는 가족여행 제외하고는 갈 능력이 되지 않아서 못가고 바다가 보고 싶으면 바다를 가고 산을 가고 싶으면 산을 간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 여행을 많이 했었다.

Q. 여행 에피소드 한 가지만.
혼자 여행을 가서 만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 정말 좋더라. 특히 내가 시골을 좋아하는데 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먹고 싶어서 무작정 집에 들어가 할머니에게 재워 달라고 한 적도 있다. 그럼 내가 설거지도 하고 너무 고마운 마음에 마늘 백숙을 해드린 기억이 난다. 원래 내가 우리 외할머니와 함께 지냈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할머니의 정이나 손맛이 그리울 때가 많다.

Q. 자신에게 연기란.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연기뿐이다. 앞으로 공부하고 싶은 것도 연기밖에 없고 죽을 때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것도 연기다. 나아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배우로 거듭나서 관객들에게 나를 보여주고 슬픈 사람들에게는 웃음을 주고 아픈 사람들에게는 위로를 해주고 치유를 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앞으로 목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건강하게 있었으면 좋겠고 지금의 자리에서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큰 욕심 없이 한 작품 한 작품 자주 해서 그 작품을 보고 내가 커져나가는 모습, 성장해 나가는 모습들로 인해서 대중들과 함께 하는 것이 내 바램이다.

기획 진행: 김민수
포토: bnt포토그래퍼 권해근
의상: 슈퍼스타아이, 울프(wolp), 이정기서울
시계: 라스라르센
선글라스: 룩옵티컬
슈즈: 로버스
헤어: 김선진끌로에 재희
메이크업: 김선진끌로에 문현진, 어시스트 한다슬
장소협찬: 더블린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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