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희경 기자] 문채원과 유연석이라는 평범치 않은 비주얼, 로또를 맞을 확률만큼 절묘한 두 남녀의 기막힌 분위기는 차라리 SF라고 믿고 싶을 만큼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영화를 보는 내내 고개를 돌릴 수 없게 된다. 그만큼 영화의 분위기는 몹시 매력적이다.
영화 ‘그날의 분위기’(감독 조규장)은 철벽녀 수정(문채원)과 맹공남 재현(유연석)이 부산행 KTX에서 우연히 만나 이뤄가는 아슬아슬한 로맨스를 그린 영화.
수정은 최연소 화장품 마케팅 팀장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커리어 우먼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보수적이고 서툰 숙맥으로 등장한다. 반면 프로농구선수 에이전트 재현은 마치 골대에 넣는 농구처럼 여자와 잠자리를 속전속결로 이뤄내는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한다. 이렇게 전혀 다른 남녀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부산행 KTX를 타게 되며 영화는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재현은 모든 여자들에게 그랬듯 꽤 괜찮은 외모의 수정을 보고 능숙하게 작업을 걸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정은 10년 째 애인이 있음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그의 떡밥을 철옹성처럼 버틴다. 하루면 더 이상 보지 않을 관계라는 걸 알기 때문에 두 사람의 대화에는 거리낌이 없다. 그래서 더욱 솔직하고 발칙하다. “웬만하면 오늘 그쪽이랑 자려고요”라던가 “평생 여자랑 많이 자세요” 등 아는 사람에겐 절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한다는 건 확실히 아이러니하면서도 공감이 간다. 현실에서 남의 시선에 비춰지는 자신의 이미지에 많은 공을 들이지만,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여행을 떠났을 때는 왠지 모를 분위기에 휩쓸려 평소에는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을 하게 되는 경우와 비슷하다.
10년 째 한 사람과 연애를 하는 수정이나, 하루가 멀다 하고 여자를 갈아치우는 재현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인물들이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두 사람의 연애 스타일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릴 순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 속 두 사람의 억울한 호소는 묘하게 공감을 이끈다.
결론적으로 연애를 하지 못하는 두 사람이 연애를 하기 위해 치열하게 갑론을박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국 연애를 이루기 위한 것은 백 마디 말이 아니라 한 번의 교감이라는 걸 알려준다. 이성적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는 세상에서 새삼스럽지만 깊은 메시지를 들고 온 셈.
영화에 등장하는 절묘한 분위기가 현실에 존재하기 힘들다는 건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라는 1%의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다. 살면서 한 번쯤은 ‘그날의 분위기’를 갖길 원하고 있기 때문에.
한편 ‘그날의 분위기’는 14일 전국 극장가를 통해 개봉된다. (사진출처: 영화 ‘그날의 분위기’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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