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뼛 속까지 개그맨, 김경진&정철규

입력 2016-01-12 14:16  


[최우진 기자] “내 사랑 너의 사랑”을 외쳤던 김경진과 “사장님 나빠요”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던 블랑카 정철규가 돌아왔다. 2000년대 초 자신만의 색을 섞은 개그감으로 사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이들이 2016년, 두 번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다시 태어나도 개그맨이 되고 싶다는 이들은 뼛 속까지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개그맨이었다. 밝은 모습 뒤에 가려진 상처를 이겨내고 다시 한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이들은 bnt와의 화보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밝은 모습으로 촬영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개그맨 활동 시기에 명과 암이 분명하게 나타났던 김경진과 정철규의 그 동안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자신만의 스토리를 들어보자.


Q. 오늘 화보 촬영을 마친 소감이 어떤가.
정철규: 진지한 표정으로 찍어 한편으로 어려웠지만 “나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항상 똑같던 화보 촬영에서 벗어나 색다른 분위기로 진행돼 신선함을 느꼈다.

김경진: 오랜만에 진지한 촬영을 해서 낯설긴 했지만 분위기 있는 것도 어울린다고 스스로 생각해봤다. 전체적으로 재미있었다(웃음).

Q. 최근 근황.
정철규: 작년에 결혼 후 와이프와 네일 아트 샵과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행사를 하고 있고 2016년에는 예능프로그램으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김경진: 포털사이트 공식 블로그로 선정돼 축제 분위기다(웃음). 대단한 건 아니지만 스스로 기분이 좋더라. 최근에는 드라마H의 ‘유일랍미’가 끝난 뒤 잠시 쉬는 중이다. 최근에는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 출연 제의를 받았는데 폭설로 인해 촬영이 하루 밀렸다. 하필 다음 날 스케줄이 있어 눈물을 머금고 올라왔다. 스케줄이 없는 와중에 좋은 촬영이 들어왔는데 아쉽다.

Q. 두 사람의 인연은 언제부터인가.
정철규: 처음 인연이 된 계기는 연예인 축구팀 ‘미라클’에서다. 나는 원래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하고 얘기를 하지 않는데 경진이는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어리숙한 모습과 달리 말이 잘 통해 좋더라. 최근에는 같은 소속사에서 활동해 더 가족처럼 지내게 됐다.

김경진: 철규 형은 축구단에 있었을 당시 스타였다. 내가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스타임에도 잘해주고 겸손해서 좋았다. 무엇보다 서로 코드가 잘 맞았다.

Q. 개그맨이 된 계기.
정철규: 어렸을 때 가수랑 개그맨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생긴 게 아니라 도저히 가수는 못하겠더라. 그래서 개그맨으로 꿈을 정했다.

김경진: 대학생 때 영화감독이 되고자 단편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하지만 막상 보여줬더니 왜 찍냐고 말하더라. 충격에 빠진 상황에서 개그맨 정승환씨가 개그맨 시험을 보자고 해서 한번에 합격했다.

‘놀러와’, ‘무한도전’을 만든 권석 PD님이 “역대 공채시험을 다 봤는데 너가 최고였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잘 될 줄 알았지만 한 달 만에 MBC 개그가 하락해 나도 같이 망했다. 외모나 목소리가 특이해 불러주는 곳이 없어 돈을 못 벌었다. 개그맨이 되자마자 혼자 일어서고 싶어 집에서의 지원은 다 끊었다.

Q. 다시 태어나도 개그맨이 되고 싶은가.
정철규: 난 한다. 나를 보고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좋은 개그를 선보이고 싶다.

김경진: 개그맨이 나한테는 최적화인 것 같다. 다만 힘든 점은 성격이 소심하고 내성적이더라도 사람들 앞에서는 웃어야 한다는 점이 힘들다. 작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에는 장례식장에서 사진 찍어달라는 사람들이 많아 힘들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정철규: 2004년 연예대상 당시 블랑카 개그를 하면서 많은 연예인을 언급하려 했었다. 하지만 생방송이 처음이고 대본도 전달이 늦어 더 긴장했다. 당시 주위에 톱스타들이 많아 대사를 까먹어 NG를 냈었다. 당시 개그맨은 웃겨야 된다는 사명감에 톱스타 앞에만 서면 떨리곤 했다.

김경진: 지인으로부터 일본어가 적혀있는 티셔츠를 선물 받아 매거진 촬영 때 입은 적이 있다. 7월쯤에 매거진 촬영 녹화 후 방송이 다음 주에 나갔어야 했는데 밀려버렸다. 하필이면 8월15일에 방송돼 일본어가 적힌 티를 입고 나왔다고 본의 아니게 욕을 많이 먹었다.


Q. 김경진하면 채널 A ‘돈의맛’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이후 방송에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당시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바로 해명을 안 했다. 아는 무속인에게 상담을 받아보니 삼재라고 말하더라(웃음). 그 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해 한 달 만에 방송이 전부 끊겼다. 월동 기간 동안 너무 힘들었다. 일단 금전적으로 힘들어져 잡지에 기고를 해 6만원으로 한 달간 생활했다.

그러던 중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우연하게 지상렬 형을 만났다. 힘든 시기에 상렬이 형이 좋은 말을 너무 많이 해주셨다. “여기서 쓰러져 울어도 사람들은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다. 너 스스로 일어서야 좋은 시기가 찾아온다”고 말해주고 ‘노모쇼’를 같이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상렬이 형에게 너무 고맙다.

Q. 프로그램에서 보여진 이미지가 편집 과정 때문이라고 보는가.
페이크 다큐고 그 동안 해명을 많이 했었다. 인터넷 자료들을 보고 욕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처음 날 속이려 했을 때 상황이 너무 말이 안돼 처음부터 몰래카메라인지 눈치챘다. 개그맨 후배 이정규와 얘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날따라 시비를 걸더라. 평소 그런 애가 아니어서 문자로 물어보자 아니라고 했지만 눈치채고 있었다. 당시 거성엔터테인먼트에 있었는데 솔직히 회사에 대한 불만만은 진심이었다.

그렇게 촬영 중 PD와 작가 분이 중간에 나와서 재미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명수 선배가 너도 쪼잔한 캐릭터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해 상황극을 계속 찍었다.

Q. 프로그램 직후 바로 해명을 하지 않은 이유.
SNS와 방송을 통해 해명을 했지만 전부 편집 당했다. 제작진이 연출한 의도가 없음을 알리는 사진 또한 이슈였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것 때문에 욕을 더 많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해도 거짓말쟁이로 이미지가 굳어져 당시 타블로 형의 심정이 이해되더라. 프로그램을 보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많은데 이 점을 사람들이 왜 보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Q. ‘돈의 맛’에서 연봉 1억이 넘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로 그렇게 버는지.
당시 이정규가 다른 선배들은 1, 2억을 번다고 말한 후 나에게 수입을 물어봤다. 거기서 발끈해 1억이라고 말한 것이었다. 실제로 돈을 많이 벌지 못했다. 후배 앞에서 허세를 떨었던 것이었는데 일이 커져버렸다.

Q. ‘돈의 맛’ 사태에 대해 박명수가 뭐라고 말했는지.
명수 선배에게 큰일났다고 말했더니 자기와 친한 척하고 SNS에 올리면 무마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욕만 더 들었다(웃음).

Q. 외제차에 대한 말도 많다.
처음 탔던 차가 경차였다. 자동차 딜러가 파격적인 제안을 해서 구입했는데 악이 됐다. 다시 바꾸려고 했지만 손해 보는 점이 너무 많아 그렇게 하지 못했다. ‘돈의 맛’ 출연과 외제차로 바꾼 점에 후회를 많이 했다.

Q. 실제로도 짠돌이인가.
후배들에게는 얻어 먹지 않고 쓸 때는 쓴다. 비싼 것보다 후배들에게 자주 사주는 편이다.

Q. 기억에 남거나 참을 수 없는 악플.
어떤 분이 해킹을 해 집 주소를 알아냈다. 집 앞에서 칼 들고 서있겠다는 사람도 있어 한 동안 밤에 밖에 못 나갔다. 그런 협박을 자주 받았다. 또한 부모님이 나와 관련된 기사는 전부 보는 편인데 부모님 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힘들고 속상했다.

Q. 김경진에게 박명수란 어떤 존재인가.
명수 형은 같이 가야 할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돈의 맛’ 이후 거성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끝났었다. 당시 웃기려고 많은 방송에서 다른 대형 엔터테인먼트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이것 또한 이슈가 돼 결국 헤어지게 됐다. 그 동안 명수 형이 도움을 많이 줘 감사하다. 당시에는 일이 너무 많아 불만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행복한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Q. 영화, 드라마, 가요계에서도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진짜 하고 싶은 일은.
개그를 기획하고 연기를 배워본 적도 없다. ‘돈의 맛’ 이후 tvN ‘코미디 빅리그’를 했었는데 3번정도 통편집 돼 개그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 그러던 찰나에 작품이 많이 들어왔지만 전부 다 잘 안됐다. 연기에 대한 꿈이 있는 점이 아닌 변태적이고 어리버리한 역으로 많이 찾아줘 본의 아니게 하게 됐다. 올해 삼재가 끝나기 때문에 2016년부터는 열심히 하고자 한다.

Q. 긴 머리 헤어스타일을 고집하는 이유.
머리가 짧으면 밋밋해 보인다. 하지만 어떠한 계기가 생긴다면 자를 것이다. 만약 MBC ‘진짜사나이’에 출연한다면 삭발까지 할 수 있다. 그리고 평소 샴푸 광고 찍는 게 소원이었다. 강균성 형이 샴푸 광고를 찍어 빼앗긴 기분이 들더라(웃음).


Q. 정철규에게 블랑카란.
영화, 드라마 활동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블랑카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에게 각인이 안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이 나보다 블랑카를 찾아 힘들었다. 영화 ‘두사부일체3’ 촬영 때도 블랑카는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태국에서 온 붕타오를 시키더라(웃음). 또한 드라마 ‘도망자’ 때는 이정진씨 경호원으로 섭외됐는데 대본을 보니 필리핀 촬영이더라. 알고 보니 이정진 필리핀 경호원이었다(웃음).

Q. 블랑카 당시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나.
솔직히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다.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지만 당시 24만원짜리 하숙집에 살아 모르고 지냈다. 시골에서 올라와 친구도 없었고 술도 좋아하지 않아 매일 집에만 있었다. 그러다가 예비군 훈련 이후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나왔는데 뒤에 사람들이 백 명 정도 따라왔는데 그 때 처음 느꼈다.

Q. 최근에는 알아봐주는 사람이 많이 있는지.
지금은 사람들이 편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예전에는 내 자신이 어색해서 안 알아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지금은 오히려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것 같다(웃음).

Q. “사장님 나빠요”라는 유행어. 당시 개그 기획은 어떻게 했나.
운 좋게 병역 특례로 회사를 다녔는데 거기서 3년 동안 외국인 노동자 친구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성대모사를 하게 되었고 그 결과 블랑카의 “사장님 나빠요”라는 유행어가 탄생하게 됐다.

Q. 방송활동이 뜸했다. 이유가 있었나.
회사 문제도 있었고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그러다 보니 방송생활에 회의감이 들었다. 우울증이 심해졌고 사람들이 뒤에서 안 좋은 말을 하면 크게 느껴져 사람을 피하게 돼 은둔 생활을 했다. 그래서 2년 간 우울증 치료로 정신병원도 다녔었다. 2년 간 술 마시고 수면제로 살아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Q. 다시 개그계에 돌아올 생각은 없는지.
이제는 좋은 사람도 만나 마음 편하게 방송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그보다 예능 쪽으로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 원래 말하는 걸 잘하지 코미디 쪽은 잘 못한다고 생각한다.

Q. 운동도 열심히 한다고 알고 있다. 운동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
의사가 우울증 치료로 권했다. 운동하면서 성격도 밝아지고 재미가 붙어 트레이너 자격증 시험도 취득했다.

Q. 올해 MBC ‘복면가왕’에도 출연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항상 친구 잘되길 바라고 서로 의지하며 친한 친구인 배우 허태희 덕분에 출연했다. 허태희가 KBS2 ‘인간의 조건2’에 출연했었는데 당시 프로그램 메인 작가님이 ‘복면가왕’ 작가로도 하고 계셔서 허태희한테 부탁을 해 출연하게 됐다.

Q. 그 동안 앨범도 많이 낸 걸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더 계획이 있는지.
솔직히 개그맨이 음반을 내도 큰 수익이 없다. 하지만 나몰라 패밀리가 히트를 칠 때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았다. 음반을 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있으면 꼭 노래를 더 하고 싶다.

Q. 노래하는 김경진에 대한 생각.
자신만의 스타일따라 다른 것 같다. 나는 쿨의 이재훈씨의 목소리를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경진이가 노래하는 것에 괜찮다고 생각한다(웃음).


Q. 힘들 때 의지하는 사람.
정철규: 딱 3명 있다. 허태희, 배우 김정욱, 조세호. 세호는 힘들 때 연락하면 힘이 많이 되는 친구다.

김경진 : 연예계 활동하면서 상렬이 형을 만난 게 행운인 것 같다. 한 달에 6만원 벌 때 상렬이 형이 “돈이 없어 사채 쓸 것 같으면 얘기해, 넌 내 동생이니까 형이 줄게”라고 말하더라. 듣는 순간 울뻔했다. 하지만 돈을 빌리진 않았다(웃음). 상렬이 형이 의리가 있고 진정한 남자라고 생각한다.

Q. 콤플렉스.
김경진: 너무 많다. 얼마 전 성형외과에서 전신 성형 제안을 받았다. 시뮬레이션을 봤는데 양악, 눈, 코를 하면 상위 1% 정도의 미남이 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웃음). 하지만 결국 거절했다. 잘생기게 태어나는 것도 힘들지만 나처럼 못생기게 태어나는 것도 힘들다(웃음). 특히 주변에는 정종철, 오정택 형을 보면서 이렇게 못생기게 태어나기도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정철규: 피부색 때문에 없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자메이카 사람 같다고 하더라(웃음).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어렸을 때는 최고의 콤플렉스였다.

Q.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하는가.
정철규: 연예인으로서 지저분하지 않고 깨끗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김경진: 외할머니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사진 찍어달라는 요청에 많이 우울했고 스스로 개그맨이 하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든 사람들 가슴 속에 남았으면 좋겠다.

Q. 추후활동 계획은.
정철규: 프로그램 포맷이 다양해져 예능 프로그램으로 스크린에 복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경진: 지금은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다(웃음). 예능, 연기도 열심히 많이 해 2016년을 바쁘게 보내고 싶다.

기획 진행: 최우진, 임미애
포토: bnt포토그래퍼 이은호
의상: 슈퍼스타아이, 울프(wolp)
슈즈: 슈퍼스타아이, 사토리산
헤어: 라뷰티코아 예림 디자이너
메이크업: 라뷰티코아 주희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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