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랑스 영화처럼’ 정준원, 이상과 현실

입력 2016-01-1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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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뉴스 김예나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문득 돌아본 얼굴이 티 없이 맑다. 그러다 또 한 번 스쳐간 표정에서 심드렁함이 느껴진다. 매순간의 표정이 다르다. 그 숨김없는 표정이 배우 정준원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일게 만든다.

최근 영화 ‘프랑스 영화처럼’(감독 신연식) 개봉 전 bnt뉴스와 만난 정준원은 자신을 향한 관심에 쑥스러워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갈증을 밝힐 때는 다부진 면모를 보였다.

영화 ‘프랑스 영화처럼’은 네 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옴니버스 작품. 정준원은 두 번째 에피소드 ‘맥주 파는 아가씨’에서 술에 취한 젊은 시인 역을 맡았다. 걸그룹 씨스타 멤버 다솜의 스크린 데뷔작으로도 잘 알려진 이번 작품에서 정준원은 “평소 팬이다”는 다솜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하루도 채 걸리지 않고 촬영을 마친 작품이에요. 개인적으로 씨스타 팬인데 다솜 씨와 함께 호흡을 맞추게 돼서 정말 좋았어요. 평소 브라운관으로만 보다가 제 눈으로 직접 보니까 신기하기도 하고요. 워낙 성격도 좋고 활기찬 분이라 즐겁게 촬영을 잘 마쳤습니다.”


전작 조류인간(감독 신연식, 2015)에서 신연식 감독과의 인연으로 이번 작품에 합류하게 된 정준원은 “무엇보다 저에 대한 감독님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제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컸어요. ‘잘 해야지’라는 생각보다 ‘방해되지 않아야 할 텐데’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을 실망시켜 드리면 안 되니까 부담감도 있었고요. 그 때마다 감독님은 물론 주위 선배님들이 정말 많이 챙겨주셨어요. 저도 모르게 간과하고 지나치는 부분들을 많이 배웠던 시간인 것 같습니다.”

“아직 시작하는 신인 배우의 입장에서 촬영 현장에 가면 긴장이 많이 되거든요.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걱정도 많이 하기 마련인데 이번 현장에서는 워낙 선배님들이 편하게 대해 주시고, 저를 동료 배우로서 존중해 주셔서 부담을 많이 덜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연극부 활동을 시작으로 “무대의 맛”을 본 정준원. 그는 첫 무대를 회상하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일종의 희열을 느낀 것 같았다”고 밝혔다.

“솔직히 그때 연기를 어떻게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아요. 그 무대를 보러 온 제 가족, 지인 분들이 공연이 다 끝나고 저를 향해 박수를 치는데 너무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 순간의 감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단순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무대가 좋았던 것은 아니에요. 관객들의 감정이 동요하고 있음을 문득 느낄 때 제가 진짜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캐릭터에 몰입하고 있다고 여겨졌어요. 제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거겠죠.”


평소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의 정준원에게 무대는 일종의 해방감을 안겨줬다. 무대 위 어떠한 연기를 펼쳐도 관객들은 열린 마음으로 그를 바라봤다. 때문에 눈치 따위 보지 않아도 됐다. 그 무언의 약속이 그로 하여금 해방감을 느끼게 했다.

“원래 다른 사람들 앞에 서는 자체를 무척 불편하게 생각해요. 주목받는 것도 싫었고, 먼저 얘기를 꺼내는 것도 기피하는 성향이에요. 다수의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소수의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어요. 그런데 무대에 올라가면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제 스스로 가둬 놓는 마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스스로에 대한 눈이 높은 편이에요. 쉽게 만족하지를 못 해요. 아마 다른 배우 분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만족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연기라는 게 수학 문제처럼 답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최대한 그 답에 도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편입니다.”

차라리 수학 문제가 더 쉽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에게 연기란 “여전히 어려운”, 그렇지만 이제는 “제법 많이 내려놓은” 난제였다. 이에 대해 정준원은 “강박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최대한 즐기려고 한다. 제가 즐겁게 연기해야 보는 분들도 즐거울 거라 생각 한다”고 밝혔다.

그를 둘러싼 여러 현실적인 상황들도 마찬가지. 정준원은 “불과 1, 2년 전만 해도 걱정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다. 수입적으로 불안정해도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문득 10년 후에도 지금과 통장 잔고가 비슷하면 어떡하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제가 너무 이상만 바라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스스로 물어봐요. 연기를 안 해도 살 수 있겠니, 하면 그것도 안 되겠어요. 그래서 결심했죠. 금전적인 문제는 크게 되지 않을 거다. 스스로 긍정적으로 즐겁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자. 지금은 연기도, 현실에 있어서도 최대한 강박 갖지 않고 편하게 지내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정준원은 배우 한석규와 최민식을 롤모델이라 밝히며 눈을 반짝였다. 그 반짝임은 이제껏 보였던 신인 배우의 패기나 열정적인 눈빛과는 사뭇 달랐다. 두 사람을 “자신의 전 세계 최고 스타다”라고 밝힐 만큼 애정과 존경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제 기억 속에서 한석규 선배님과 최민식 선배님은 추억을 장식하고 계세요. 제게 영화 하면 떠오르는 두 선배님을 정말 동경합니다. 두 분의 배우로서의 행보가 참 멋지다고 생각하거든요. 부와 인기, 명예 때문이 아니라 작품에 대한 소신으로 선택을 하는 부분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두 분은 정말 제게 전 세계 최고의 스타에요.”

“한석규 선배님이 ‘어떤 영화를 봤을 때 그 당시의 추억이 떠오르게 만드는 배우가 되길 원한다’고 한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누군가의 기억 속에 제가 출연한 영화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라요. 그렇다면 배우로서 제일 행복한 일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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