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예지 “빅뱅 GD와 뮤비 촬영하다 다치기도 해… ‘영광의 상처’”

입력 2016-01-13 11:00   수정 2016-01-13 11:48


[위효선 기자] 서예지는 신비롭다.

2013년 시트콤 ‘감자별 2013QR3’로 데뷔한 그는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 다작하는 배우로 자리를 잡았다. MBC ‘야경꾼일지’, JTBC ‘라스트’와 같은 드라마는 물론 단막극에도 출연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세바퀴’의 MC를 맡아 진행을 맡기도 했고 2015년의 화제작 사도에서 정순왕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의 매력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소녀와 숙녀 사이쯤에 있는 것 같은 말간 얼굴과 여성스러운 이목구비에서 좀처럼 예상되지 않는 낮은 목소리가 있기 때문일까 서예지는 올해 스물 일곱의 나이이지만, 나이보다 더 성숙해 보이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그의 신비한 이미지에 한몫 했을 것이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그녀를 탐구해보기로 했다.


서예지는 여러 작품에서 코믹한 연기를 소화했지만 대중은 그를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여배우로 기억한다. 그녀의 얼굴과 여성스러운 캐릭터의 조화가 뇌리에 남았기 때문일까.

“사실 제가 맡은 캐릭터 중에 저의 실제 성격과 비슷했던 캐릭터는 하나도 없었어요. 애교가 있거나 러블리한 성격도 아니고 그저 수수한 편이에요. 몇 번의 코믹한 캐릭터는 노력해서 만들어낸 것들이었죠”

온전히 노력으로 빚은 캐릭터라고 하기에 데뷔작 ‘감자별 2013QR3(이하 ‘감자별’)’에서 서예지는 변덕쟁이이면서 푼수인 노수영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데뷔작으로 정극이 아닌 시트콤을 선택한 그는 김병욱 감독에 대한 신뢰와 함께 출연한 선생님 배우들에 대한 존경이 성공적인 데뷔를 만들었다고 했다.

“연기 경력이 전무한 제가 주연으로 발탁된 것은 김병욱 감독님 덕분이에요. 감독님께서 제게 ‘사랑을 받고 자란 티가 난다’고 하시면서 그 느낌을 캐릭터에 녹여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함께 출연하신 이순재 선생님, 노주현 선생님 등 선생님들께 배울 점도 정말 많았고요“

고경표와의 남매 연기는 여전히 회자된다. 실제 남매 모습을 보는 듯한 장면에 시청자는 감탄을 마지않았다. “TV 리모컨을 가지고 싸우는 장면이 화제였어요. 경표가 워낙 코믹 연기를 잘하기도 하고 상황 자체가 웃기다 보니 그 신은 정말 웃으면서 촬영 했어요”

‘감자별’에 이어 그는 MBC ‘야경꾼 일지’에서 조선시대의 여인상을 대표하는 박수련 역을 맡았다. 이전 작품과는 정반대의 캐릭터. 또한 경력이 있는 배우들도 어려워한다는 사극을 첫 정극으로 선택한 그에게 부담감은 없었을까.

“사극에서 오는 어려움 보다는 귀신이라는 작품의 소재 때문에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비현실적인 작품의 소재를 두고 수련이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현실적인 감정을 참하게 표현해야 했어요. 그 간극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차라리 정통 사극이었다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후 2015년에 접어들어 서예지는 24시간을 쪼개는 바쁜 1년을 보냈다. tvN 드라마 ‘슈퍼대디 열’과 JTBC ‘라스트’에 출연했고 영화 ‘사도’가 개봉했으며 MBC 예능프로그램 ‘세바퀴’의 메인 MC를 맡았다. 인기 웹툰으로 한 ‘라스트’에서 그는 기존 웹툰에 없는 캐릭터를 맡아 주목을 받았다. 예상할 수 없는 역할이 주어졌기에 원작 팬들이 더 높은 기대를 보냈다.

“사회비판적인 요소가 있는 스토리라서 무거운 분위기가 작품의 대세를 이뤘어요. 시끌벅적한 연기가 아닌, 마음과 눈빛으로 연기하자는 생각으로 참여했던 작품이에요. ‘라스트’ 속 신나라가 저의 실제 성격과 가장 가까운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어요”

영화 ‘사도’에서는 영조의 계비인 정순왕후 역을 맡았다. 완벽한 연기로 호평을 받았던 유아인, 송강호와 마찬가지로 그 또한 역할에 잘 부합되는 연기를 펼쳤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서예지에게는 첫 영화였기 때문에 그 의미는 남달랐다.

“이준익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싶어요. 메이크업도 필요없다고 하셨고 저의 낮은 목소리를 그대로 내어서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정순왕후가 실제로는 좋지만은 않은 인물인데 영화 속에서는 따뜻하게 표현됐어요”

영조와 정순왕후는 약 50살의 나이차이가 난다. 13살에 왕의 간택을 받은 정순왕후가 영조와 한 방에 있는 장면에서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원래는 송강호 선배님과 침실 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관객들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된다고 하시면서 침대와 이불 같은 사물을 빼버리고 밥과 술을 먹는 장면으로 변경했어요”

‘사도’는 그에게 롤모델 송강호와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2015년 가장 핫 한 배우로 통하는 유아인과 나란히 이름을 작품이기도 했다. “유아인 선배님과는 함께 연기하는 신이 없어서 정말 아쉬웠어요. 본받고 싶은 분이었는데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었죠. 송강호 선배님과의 호흡은 놀라움의 연속이었어요. 쉰 목소리까지 내는 모습을 보면서 선배님의 연기를 못 받아 칠 것 같아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서예지의 파트너는 화려하다. 앞서 말한 ‘세바퀴’에서는 신동엽, 김구라와 호흡을, ‘사도’에서는 송강호와 연기를 펼쳤다. 이뿐만 아니라 한 디저트 광고에 배우 김수현과 출연하기도 했고 빅뱅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월드스타 지드래곤과 연인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빅뱅의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뮤직비디오에서 지드래곤과 함께 한 연인 연기는, 실제를 방불케 하는 ‘케미’로 팬들의 원성과 함께 대중의 감탄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으로 ‘GD의 그녀’라는 별명이 생길 만큼 주목받은 서예지. 하지만 그는 지드래곤을 서포트하는 역할일 뿐이라며 겸손함을 내비쳤다.

“뮤비 중에 카트 신이 있었어요. 원래는 제가 카트 안에 앉아 있고 뒤에서 지드래곤 씨가 밀어주는 장면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주인공은 지드래곤 씨인데 제가 앉아있어서는 안되겠더라고요. 자리를 바꿔서 지드래곤 씨의 얼굴이 더 잘 보이도록 했어요”

대사가 없는 연기를 펼쳐야 하는 뮤직비디오 현장. 낯을 많이 가린다고 미리 밝힌 그가 대사도 없이 연기해야 했던 그 날의 현장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굉장히 어색했어요. 지드래곤 씨가 약간 지각을 하셨는데 미안하셨는지 말을 많이 걸어주시더라고요. 서로가 내성적이라서 많은 말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촬영 도중에 상처도 났는데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하면서 재미있게 호흡한 것 같아요”

11일 새롭게 시작한 KBS 드라마 ‘무림학교’에서 서예지는 수더분한 캐릭터 심순덕 역을 맡았다. 코믹하면서도 털털한 순덕은 훈남 배우 이현우와 아이돌 그룹 빅스의 홍빈과 삼각관계를 이룬다. 단아한 외모의 그에게서 어떤 캐릭터가 탄생할까.

“저는 무술 쪽에 에이스는 아니지만 선천적으로 싸움을 잘하는 피가 흐르는 캐릭터에요. 액션 스쿨을 갈 시간이 안되어서 현장에서 배워서 연기하고 있는데 오래 배우지 못해서 오히려 더 다치는 것 같아요. 오토바이 신이 많은 현우가 와서는 ‘누나 고생이 많으십니다’라고 하더라고요(웃음)”

 
2013년 데뷔 이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온 서예지. 분야를 막론하고 도전을 이어온 그의 앞날이 더욱 궁금했다.

“중국에 진출하게 된다면 중국 사극을 꼭 하고 싶어요. 제가 전통 의상이 잘 어울리는 편이거든요. 5대5 헤어스타일도 그렇고요. 얼마 전에 영화 ‘검은 사제들’을 봤는데 소담이의 극적인 연기를 보고 미스터리물이나 공포도 하고싶어졌어요. 강동원 선배님과는 언젠가 작품에서 꼭 뵀으면 좋겠고요. 외모나 연기력이나 모두가 출중하시잖아요”

연기뿐만 아니라 예능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선배 배우들과 함께 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꿈꿨다. 특히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고 올 수 있는 tvN ‘꽃보다청춘’ 시리즈에 욕심을 내기도 했다.

“’꽃보다청춘’을 하게 된다면, 이순재 선생님과 김미경 선생님, 그리고 김정화 언니와 같이 가고 싶어요. 세대별로 함께. 실은 ‘감자별’ 촬영 때 ‘꽃보다청춘’ PD님께서 김병욱 감독님께 저를 데려가면 안되겠냐고 말씀 하셨는데 김병욱 감독님께서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순재 선생님께서 다음에 함께 가자고 해주셨거든요. 꼭 가보고 싶어요”

올해, 그가 출연한 영화 ‘김선달’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선달 역에는 배우 유승호가, 유승호가 사랑하는 여인으로는 서예지가 출연한다. 고창석, 라미란 등 개성파 배우들도 함께 등장해 2016년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서예지는 유승호와의 러브라인이 어떤 장면보다 아련했다며 영화에 대한 힌트를 공개해 기대감을 높였다.
 

서예지는 인터뷰 말미에 10년 후의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 배우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 는 이 말이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작품마다 청순했다가 코믹하기도 하고, 카리스마 넘치다가 한없이 귀엽기도 했으니 그런 말을 들을 만도 하다.

서예지는 진지한 목소리로 다시 힘주어 말했다.

“갈대밭에서 촬영할 때 갈대를 뽑으려고 노력했었거든요. 뿌리가 깊어 안 뽑히더라고요” 서예지는 갈대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런 저런 캐릭터로의 변신이 자유롭지만 중심은 아주 굳건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뜻. 2016년, 그가 참여한 드라마와 영화가 연달아 대중 앞에 공개된다. 그의 바람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졌다.

기획: 조나영
진행: 양완선
포토: bnt 포토그래퍼 차케이
촬영, 편집: 정도진, 이미리
의상: 아보아보, 딘트, 데코
선글라스: 레노마
워치: 자스페로 벨라
슈즈: 모노바비
헤어: 파인트리 신차진 부원장
메이크업: 파인트리 강미숙 실장
스타일리스트: 서지희
플라워: 바네스
장소: 포이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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