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웰다잉’, 정말 좋은 여행이 될 거야

입력 2016-01-15 15:40  


[bnt뉴스 이승현 기자] 사는 게 쓸쓸하다 느껴본 적이 있는가. 삶에 대한 쓸쓸함은 지천명(知天命)과 이순(耳順)을 넘어선 노인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자연스레 죽음을 가까이 둔 노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뮤지컬 ‘웰다잉’은 자신의 인생을 끝내주게 끝내고 싶었던 세 노인의 자살여행기를 통해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어 본다. 극은 자칫 어둡고 무거울 수 있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최대한 밝고 경쾌하게 그리며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전한다.

사업가로 성공한 아들 집에 살던 신대방은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남태령은 심장판막수술 후유증으로 딸에게 짐이 되기 싫어 더 이상 심폐소생술로 삶을 연장하고 싶지 않아 한다. 가난한 아들과 손주와 사는 구파발은 어느 날부터인가 급속도로 기억력이 안 좋아지며 치매가 오고 있다는 걸 직감한다. 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죽음을 결심한다.


그들은 “좋은 여행이 될 거야. 우린 잘 선택한 거야. 외롭지 않아. 슬프지 않아”라고 노래하지만 죽음을 택하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도 달콤하지도 않다. 자식들은 그의 유산을 두고 노골적으로 싸우는가 하면,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것 같은 느낌에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그들은 그렇게 현실을 떠나고 죽음을 택하려 한다.

‘웰다잉’은 뮤지컬 ‘빨래’ 연출 추민주가 시인 겸 연극 극작가 김경주와 만난 탄생한 작품으로 소극장만의 매력을 톡톡히 느낄 수 있는 작품. 공연이 시작되며 등장하는 지하철의 소음과 기관사의 이야기, 그리고 남태령, 구파발, 신대방이라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보며 작품이 얼마나 촘촘한 구성 아래 만들어졌는지 짐작케 한다.

아울러 세 주연배우들 외에 1인 다역을 맡은 배우들의 열연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꼭 다른 배우들이 맡은 것처럼 명확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총 여덟 명의 배우가 선보이는 짧지만 긴 여정은 결국 관객들에게 가족 뿐 아니라 스스로의 행복까지 생각해보게끔 만든다. 이들은 행복한 자살 여행이 아닌 행복한 삶의 여행에 대해 노래하며 현재의 즐거움에 감사함을 전한다.

한편 ‘웰다잉’은 배우 홍희원, 최연동, 한보라, 김성수, 이현진, 변호준, 조지승, 홍승안 등이 출연하며 이달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 스페셜원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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