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로봇, 소리’, 우리는 모두 ‘소리’가 필요하다

입력 2016-01-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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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뉴스 김희경 기자] 어느 날 우주에서 뚝 떨어진 로봇과, 완벽한 가부장제도의 모습을 지닌 남자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가 특별한 여정을 시작한다.

영화 ‘로봇, 소리’(감독 이호재)는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던 아버지 김해관(이성민)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을 만나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영화는 유주(채수빈)를 잃어버린 해관의 모습부터 시작된다. 홀연히 집을 나간 유주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발견되자 해관은 “무슨 일이 있으면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만나자”며 새끼손가락을 걸며 유주와 약속한다. 허나 약속은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스크림이 녹듯 형체가 희미해진다. 대부분의 부모 자식 관계가 그렇듯 관심과 간섭 사이의 애매한 감정으로 뒤덮인 두 사람은 전처럼 다정하지 못한 상태로 자리하게 된다.


극중 해관은 매우 평범한 아버지다. 다만 10년 전 실종된 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끈덕지게 딸을 찾아 전국을 헤맨다. 그러던 중 해관은 자신과 전혀 다른, 하지만 볼수록 묘한 동질감을 받는 존재의 로봇을 만난다. 해관은 국정원과 나사의 손길에 닿아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번호 조회가 가능한 신통방통한 로봇을 들고 딸을 찾겠다는 마지막 희망을 불태운다.

인간을 73% 이상 믿지 못하는 로봇과 기성세대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년 남자와의 만남은 분명 특별하지만, 어쩐지 모르게 제멋대로 행동하고, 목표를 향해 무모하게 질주하는 로봇은 분명 익숙하다. 딸을 찾는 해관의 모습, 혹은 꿈을 향해 청춘과 열정을 바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던 유주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그렇기에 해관은 점점 로봇에게 소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거나 로봇의 취향에 맞는 옷도 사주는 등 영락없는 부모의 노릇을 선보인다.


일상에서는 접할 수 없는 특별한 존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큼 많은 이들에게는 SF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로봇 소리를 통해 진실어린 소리를 듣기 시작한 해관은 과거 유주에게 대했던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돌아보며 반성하게 된다. “너는 네가 뭘 하고 싶은지 몰라” “아빠가 너보다 먼저 살아봤으니까 말해주는 거야” 등 해관이 내뱉었던 말들은 사실 딸 유주에게 전혀 와 닿지 않은 잔소리였음을 깨닫고 후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결국 두 사람이 필요했던 것은 소리를 통한 진심어린 대화였다.

이 단순하면서도 진득한 가족애를 어딘가 2% 부족한 모양새의 로봇이 서툴게 전달하는 걸 느끼게 되는 순간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가족이 수많은 소리들로도 정의되지 않다가도 한 번의 단어로 정리가 되는 것처럼, 소리가 해관에게 어떤 존재로 각인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세상의 많은 해관을 위해 더 많은 소리가 존재한다면 우리에겐 조금 더 솔직한 세상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한편 ‘로봇, 소리’는 27일 전국 극장을 통해 개봉된다. (사진출처: 영화 ‘로봇, 소리’ 스틸 컷,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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