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희경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영화를 찍을 땐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인물을 우선순위로 생각해요. 그래야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최근 bnt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주한 이희준은 개구진 소년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성큼 어른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 ‘로봇, 소리’(감독 이호재)는 10년 전 실종된 딸 유주(채수빈)를 찾아 헤매던 아버지 김해관(이성민)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 소리와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극중 이희준은 NASA와 함께 지구에 불시착한 소리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국정원 진호 역으로 활약한다. 주인공과 배척되는 인물인 만큼 착한 역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희준은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입을 열었다.
“진호라는 아이에 대해 많이 아이디어를 냈어요. 사람들이 가까이하기 어렵고 위엄있는 국정원 팀장이지만 중간에 엄마에게 전화를 하는 걸 보고 한 여자의 아들, 그저 한 인간으로 느껴지는 캐릭터이길 바랬어요.”
사실 ‘오빠 생각’에서도 이희준은 착한 인물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로 등장한다고. 애석하게 개봉 일자까지 비슷해진 상황이지만 그는 평온했다. 도리어 이희준은 “‘로봇, 소리’ 시나리오가 들어오기 전 거절했던 시나리오는 착한 역이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거절의 이유는 “공감이 부족했다”는 것.
이희준은 스테레오 타입의 단면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것보단 입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인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제가 재미없으면 안한다”는 그의 단호한 말에서도 그만의 좋은 고집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제가 작품을 고르는 두 가지 기준이 있어요. 첫째는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공감이 가는 작품, 두 번째는 보는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 것 같으면서도 제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 결국엔 공감과 재미죠. 항상 그 선택을 두고 작품을 찾아가기 때문에 선한 역이나 악한 역에 대해 방향을 결정한 적은 없어요.”
“제가 연기할 때 가장 중점으로 두는 건 제가 맡을 인물에 충분히 공감이 가느냐는 부분이에요. 그 장르가 판타지이든 상상이든 사람들이 보고 ‘그럴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연기를 하고 싶어요.”
이희준은 연기를 하며 느끼는 가장 큰 재미에 대해 “배움의 연속”이라 밝혔다. 스스로도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인생을 듣고 알아가는 인터뷰 자체를 즐긴다고 밝힌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서도 많은 걸 배웠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호기심 자체가 많아요. 연기에 꼭 반영하지 않더라도 기자처럼 늘 취재를 하죠. 과거 ‘해무’를 할 때도 제 나이 또래 선원들과 만나서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했죠. 그 시간 자체를 더 즐기는 것 같아요. 제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 그 사람들의 힘들었던 인생을 들여다본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어요. 제 인생을 반성하기도 하고 몰랐던 걸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정말 배우가 된 게 눈물날 정도로 감사해요. 이 직업의 아름다운 점은 계속 다른 인물을 알아간다는 거에요. 국정원 사람도 살면서 만날 일이 없잖아요.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뭐가 가장 큰 고민이고 스트레스일까 생각하며 그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죠. 그렇게 4, 5개월을 노력해서 심장으로 배역을 이해하고 역 하나 하나가 쌓여가는 게 뿌듯해요.”
이희준은 뜨기 위한 작품이 아닌 오로지 본인의 재미와 만족을 위해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더욱 후회 없는 연기를 할 수 있었고, 매 순간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현재까지도 노력하고 있다. “공감과 재미가 없으면 할 수 없다”는 그의 말은 모두의 삶에도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만약 제가 대학교 시절 다니던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마음에도 없는 직장을 다녔으면 지금처럼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었을까 싶고, 배우를 하지 않았더라도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 노력했을까 싶어요. 인물을 이해하는 직업에 대해 너무 감사해요. 그래서 나중에 더 큰 꿈이 있다면 제 연기가 보는 사람들에게도 공감이 가서 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살맛을 느끼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제 작품으로 좀 더 즐거워졌으면 좋겠고요. 그게 배우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봉사활동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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