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천히 자신을 각인시키는 배우, 서민지

입력 2016-01-25 17:30   수정 2016-01-25 19:13


[우지안 기자] 2008년 전지현과 한 음료 광고에 출연해 ‘17차 소녀’로 불리던 배우 서민지.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그녀가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촬영장에 들어선 순간 스텝들의 얼굴에도 덩달아 환한 미소가 번졌다.

서민지는 철저하게 준비된 배우였다.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대해 진실되게 에너지를 쏟는 사람이었다. 다소곳하게 있다가도 카메라가 켜지는 순간 수줍어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주어진 콘셉트에 맞게 시선을 압도하고 주위를 집중시켰다.

벌써 데뷔 8년 차의 여배우지만 “작은 배역을 맡아도 열심히 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라는 그녀는 앞으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무기가 많은 사람이었다. 천천히 자신의 이름을 그리고 자신의 연기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 배우 서민지와 진솔한 대화를 시작한다. 

Q. 데뷔는 언제 했나
2008년 전지현 선배님과 함께한 음료 광고 CF로 했다. 정말 우연찮게 연기자 회사에 들어가고 일주일도 안돼서 감독님께 오디션을 보고 바로 캐스팅됐다.

Q.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처음엔 연기의 ‘연’자도 모르고 막연하게 시작했던 것 같다. 첫 드라마 시트콤 ‘그분이 오신다’를 촬영하고 나서부터 연기에 재미를 느꼈다. 사실 어렸을 때는 가수가 꿈이었다. 워낙 춤추는 걸 좋아했고 가수라는 직업이 멋있어 보였다. 지금은 연기가 아닌 노래하는 가수를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것 같다.

Q. 데뷔한 지 벌써 8년 차다. 회의감이 든 적도 있었을 것 같은데
대중에게 평을 받아야 되는 직업이다 보니 쉬운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힘들고 어려운 길인 게 확실하지만 연기를 할 때만큼은 너무 재미있다. 요즘에는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고 잘하는 사람도 많아서 하나의 배역을 맡을 때까지 기다림이 지속될 때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Q. 연기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연기를 하면서 힘든 점은 계속 있다. 어떤 배역을 맡았을 때 그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 만은 않다. 선생님이 옆에 붙어서 가르쳐주시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자기가 찾고 만들어가야 될 몫이기 때문에 연기를 하면서도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Q. 여태껏 해온 작품들 중에서 가장 애착 가는 작품은
작년 초에 했던 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다. 극 중에서 처음 악역에 도전했는데 ‘스칼렛’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어느 순간 ‘스칼렛’에 빙의 돼서 연기를 했고 실제로 연기를 하면서 50% 이상은 애드리브로 촬영했다.


Q. 극 중 민효린과 댄스 배틀이 인상적이었다. 평소에도 춤을 즐겨 추는지
평소에도 춤추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그렇다고 클럽에 자주 가본 것은 아니고(웃음). 스트레스받으면 집에서 아무 음악이나 시끄럽게 틀어 놓고 키우는 강아지를 안고 춤추는 것으로 푼다.

Q. ‘뮤직뱅크’ MC 시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한때 가수의 꿈을 꿔서 그런지 음악 프로그램 MC도 즐겁게 봤다. MC로 발탁되면 처음에 ‘MC 신고식’을 치르는데 무대에 올라가서 춤추고 노래하는 게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떨렸다. 또 출연하는 가수분들이 워낙 많아서 이름을 잘못 말하는 실수를 한 적이 많다. 중간에 함께 인터뷰하는 시간이 있는데 큐카드로 아이돌 멤버 얼굴을 쳐서 죄송했던 적이 있다.

Q. 친하게 지내는 가수가 있나
비스트, 슈퍼주니어, 2pm 오빠들이랑 시크릿의 효성 언니. ‘뮤직뱅크’ MC를 같이 봤던 현우 오빠가 아이돌 멤버분들과 친분이 있어서 녹화장에 가면 데리고 다니면서 인사를 시켜주셨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진 것 같다.

Q. 친하게 지내는 배우는
회사 식구들이랑은 두루두루 다 친하다. 같이 작품 했었던 헨리 오빠, 지은성 오빠, 남태현 씨, 중앙대학교 동문인 동기 희정이랑 박병원 선배님과도 연락하며 지낸다.

Q.의외로 남자분들과 친분이 있는 것 같은데
제일 친한 언니가 남자들 앞에서는 내숭 좀 떨라고 할 정도로 털털한 성격이다. 오그라드는 상황이나 말을 정말 싫어한다. 주변에 있는 남자친구들이랑 형 동생 하면서 지낸다. 그래서 오빠들이랑도 친하게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웃음).

Q. 첫 영화 ‘이파네마 소년’에서 이수혁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
굉장히 좋았다. 그 당시 같은 회사 식구이기도 했고 어렸을 때부터 함께 연기 수업을 받아서 친했던 상태였다. 남해에서 촬영을 했는데 4개월 정도같이 있다 보니까 케미가 좋았던 것 같다. 서로 으쌰 으쌰 하는 분위기로 연기했다.

Q. 이수혁 씨와는 여전히 연락하는지
아직도 연락하고 지낸다.

Q.웹드라마 ‘0시의 그녀’ 남태현 씨와 이수혁 씨 둘 중 누구와 호흡이 더 좋았는가
아무래도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이수혁 오빠와 호흡이 더 좋았던 것 같다(웃음).


Q.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아직 못해본 역할이 많지만 ‘블랙스완’의 나탈리 포트만처럼 선과 악을 넘나드는 이중적인 역할은 꼭 해보고 싶다. 이중인격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맡아서 많은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다.

Q. 이상형이 어떻게 되나
외모는 솔직히 상관없고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람이 좋다. 배우 분들 중에서는 주원 선배님. 드라마를 보면서 연기하시는 걸 보니 굉장히 진솔하게 하시더라.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소감 말씀하시는 것 보고 다시 한번 반했다. 뭔가 사람 냄새나는 그런 사람이 좋다.

Q. 현재 연애 중인가
아니다. 안 한지 엄청 오래됐다.

Q. 친구들이랑 있을 때 어떻게 노는지 궁금하다
카페에서 수다 떠는 걸 제일 많이 한다. 활동적으로 놀고 싶을 때는 볼링을 친다. 정말 속상한 일 있을 때는 술을 한 잔 하기도 하고.

Q. 주량은 어느 정도 인지
소주는 거의 못 마시고 맥주는 좀 마신다(웃음). 술을 즐겨 하진 않고 속상한 일 있을 때만 먹는 편이다.

Q. 자신의 얼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코. 어렸을 때부터 코 수술했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나는 수술을 안 한 코야’라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다(웃음).

Q. 콤플렉스가 있다면
콤플렉스 역시 코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지 않나. 워낙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해서 오밀조밀하게 생긴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Q.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평범하게 지낸다. 영화도 많이 보고 친구들이랑도 자주 만나고. 강아지를 분양받은 지 얼마 안 돼서 집에서 강아지랑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다.

Q.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가 보다
지저분한 걸 싫어해서 집에서 청소를 많이 한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요즘 ‘집밥 백 선생’이나 ‘올리브쇼’같은 요리 프로그램이 많아서 TV 보다가 장 봐와서 혼자 요리도 자주 해 먹는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더라.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라 집에서도 혼자 바쁘게 보내는 편이다.

Q. 취미 활동은 무엇인가
책을 두서없이 본다. 공상하는 것도 즐기고. 영화도 보고 청소하면서 운동도 같이 한다. 따로 시간 내서 운동하는 걸 싫어해서 설거지하면서 스쿼트를 하거나 TV 보면서 스트레칭을 한다.

Q. 어떤 장르의 영화를 보는지
심오한 영화를 좋아한다. 가볍지 않고 딱 봤을 때 신선한 충격을 주는. 최근에 봤던 영화들 중에서는 내부자들, 사도가 감명 깊었다.

Q. 지금까지 맡은 배역들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배역은
아무래도 이파네마 소년에서 맡았던 캐릭터가 가장 어려웠다. 소녀와 소년의 첫사랑을 담은 작품이었는데 그때 당시 나이가 17살이라 사랑이라는 감정이 뭔지 잘 몰랐다. 감독님께서 옆에서 많이 알려주셨지만 감정을 표현 해내는 부분이 어색하고 어려웠다. 지금 보면 나름 풋풋한 느낌이라 좋다. 다시 찍게 된다면 그 때보다는 더 애절하게 잘할 수 있다(웃음).


Q.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특정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배우보다 작은 배역을 맡아도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인정을 받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고.

Q.평소 화장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화장을 잘 못 해서 비비 크림 하나만 바른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없는 걸까(웃음).

Q. 입고 온 옷이 참 예쁘다. 스타일링은 어떻게 하는가
옷에 관심이 진짜 많다. 요즘엔 오버사이즈 코트나 롱 코트로 편안한 스타일로 즐겨 입는다. 평소에는 치마를 거의 안 입는다. 너무 불편해서 스키니 진이나 청바지만 입는다. 그러다 보니 작품 할 때 치마를 입으면 기분이 색다르다.

Q. 존경하는 배우는
김희애, 설경구, 하정우, 전도연 선배님. 이분들 말고도 엄청 많다. 개인적인 롤모델은 김희애 선배님이다. 꾸준히 진실 된 연기를 보여주신다. 눈빛과 깊이가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외적으로도 선배님처럼 변함없이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다.

Q. 2016년에는 어떤 것에 도전하고 싶은지
예능에 도전하고 싶다. 연기는 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맡은 캐릭터를 보여주다 보니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나를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건 예능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그렇다면 어떤 예능에 나가고 싶나
승부욕이 있어서 ‘진짜 사나이’에 나가도 잘할 것 같다. ‘정글의 법칙’도 좋고. 어머니가 ‘험한데 가서도 너는 잘 살거야’라고 하실 정도로 활동적인 거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밖에서 자고 민낯도 드러나지만 오히려 더 재밌을 것 같다. ‘우리 결혼했어요’도 해보고 싶고.

Q. ‘우리 결혼했어요’는 어떤 분과 찍고 싶은지
출연하게 된다면 주원 선배님과 찍고 싶다(웃음).

Q. 마지막으로 bnt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올해에는 서민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연기와 예능을 통해 더 많이 보여 드리고 싶다. 그만큼 기대해 주시고 지켜 봐주셨으면 좋겠다.

기획 진행: 우지안, 박승현
포토: bnt포토그래퍼 장봉영
의상: 에이인, 레미떼, 르샵, 펠틱스
슈즈: 아키클래식, 에이인, 라니아로즈, 바바라
주얼리: 미드나잇잉크
아이웨어: 룩옵티컬
워치: 자스페로 벨라
헤어: 에이컨셉 박민우 디자이너
메이크업: 에이컨셉 강지원 아티스트
장소: AR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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