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더 랠리스트 윈터캠프, "레이서는 아무나 하나"

입력 2016-01-27 08:30  


 국내 자동차 문화가 발전하면서 평소 운전에 관심 많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고난도 운전 기술을 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게다가 국내에도 여러 서킷이 들어서 스포츠 드라이빙이 조금씩 활성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말 SBS를 통해 방송된 '더 랠리스트'는 오디션을 통해 랠리에 필요한 운전방법과 요구조건 등을 알리며 마니아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비록 시청률은 1%대로 낮았지만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운전 실력으로 승부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더 랠리스트가 주목을 끈 배경은 참가자들의 실력을 겨룬 테스트 방식도 한 몫 했다. 기본적인 운전 실력을 엿볼 수 있는 짐카나를 비롯해 고속 회피, 급제동 등 빠른 주행에 필요한 시험들이다.

 이를 계기로 강원도 인제 서킷에서 윈터 캠프가 열렸다. 더 랠리스트를 통해 선보인 테스트 코스를 교육 취지에 맞게 일부 가져온 게 흥미롭다. 포장도로뿐 아니라 랠리의 필수 요건인 비포장길 주행까지 기존 드라이빙 스쿨과 차별화된 점이 특징이다. 또한 서킷 라이선스 취득 프로그램을 포함해 인제스피디움 주행 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다. 지난 9일 1차 캠프에 이어 시행한 23일의 2차 캠프에 참가해봤다.






 교육 총괄은 방송에서 최종 4인에 선정됐던 '서킷 위의 컴퓨터' 강병휘 씨가 맡았다. 포르쉐 드라이빙 인스트럭터 자격을 갖고 있고 FCA코리아에 근무했던 인물이다. 캠프를 마련한 배경은 더 랠리스트 참가 당시 시험 과정을 일반인들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서킷을 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위함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번 캠프엔 29명의 참가자가 3개조로 나눠 순환식 교육으로 진행됐다. 실제 주행 체험에 앞서 타이어의 중요성, 운전의 올바른 자세, 서킷 주행 방법, 인제 서킷 특징, 코너를 빨리 빠져나가는 방법 등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들로 채워졌다. 주행 체험은 인제스피디움에서 운영하는 현대차 i30, 기아차 스포티지, 쌍용차 코란도C를 통해 이뤄졌다. i30는 더 랠리스트 방송에 쓰인 것으로, 가솔린 2.0ℓ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실내를 들어내고 롤케이지를 비롯해 서스펜션, 휠, 시트, 안전띠 등을 튜닝해 레이싱카에 가깝다.











 처음 접한 주행 코스는 짐카나. 방송을 통해 공개됐던 복잡한 구성 그대로다. 출발 후 슬라럼 구간과 직선구간을 통과해 다시 U턴, 직진 후 8자 구간을 빠져나오는 것으로 실제로 두 번을 달린 후에야 정상적인 코스가 보였을 정도다. 때문에 진행방향에 대한 시선도 중요했다. 차가 가야할 곳을 신속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어서다.

 먼저 코란도C에 올랐다. 무게중심이 높은 데다 튜닝범위가 적은 순정 상태에 가까운 차다. 급격한 선회에선 큰 롤링 덕분에 컨트롤이 쉽지 않았다. 다음으로 i30에 탑승했다. 짐카나 코스는 회전 구간이 많아 2단만 올려도 충분히 달릴 수 있다. 시트 포지션이 낮고 하중 이동을 빨리 할 수 있어 코란도C보다 짧은 랩타임을 기록할 수 있었다.

 다음은 서킷 B코스 주행이다. 인제스피디움의 1.4㎞ 부분 구간을 달리며 중간에 세워둔 장애물을 피하는 코스다. 서킷 전체 주행에 앞서 노면과 차의 움직임에 적응할 수 있는 것. 제동 후 핸들링과 시속 70㎞ 핸들링 구간을 마련해 무게 중심 이동에 따른 운전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짐카나와 마찬가지로 i30과 코란도C를 활용, 제품 특성에 따른 차이점도 알 수 있었다.






 오전 막바지엔 스포티지로 '스톱왕 이벤트'를 진행했다. 빠르고 정확하게 멈춰 주행의 기본 3요소 중 가장 중요한 '제동'을 익히는 교육이다. 가속 후 설정해놓은 공간에 제 때 세우는 것이 핵심이다. 간단한 과정이지만 약 1m의 박스 안에 차를 멈추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참가자 대부분도 박스를 지나치고 나서야 멈춰 제동력 파악에 대한 중요성을 배웠다.

 오후엔 오전에 익혔던 기술을 바탕으로 심화 교육이 펼쳐졌다. 온로드의 서킷과 오프로드를 본격적으로 달릴 수 있어서다. 먼저 이뤄진 오프로드 주행은 국내 오프로드 레이서 1세대인 정재순 씨가 교육을 맡았다. 노면의 질감과 접지력이 일정치 않아 포장길과는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행은 8자 구간에 진입해 뒷바퀴 접지력을 떨어뜨리며 두 바퀴를 돈 후 U자 구간에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써서 연속 스핀턴하는 코스로 이뤄졌다. 시승차는 네 바퀴를 굴리는 코란도C다.

 설명대로 포장도로와 달리 노면이 불규칙한 탓에 운전하는 방식이 달랐지만 차의 후미를 흘리는 드리프트가 이어지면서 금방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거칠게 달리는 참가자들의 얼굴에서도 흥분이 느껴졌다. 일반인들이 실생활에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던 점도 오프로드가 흥미롭게 다가온 이유다.






 마지막은 한 바퀴 3.9㎞의 인제 서킷 전체를 도는 풀코스 주행이 장식했다. 처음 두 바퀴는 세이프티카를 따라 i30과 코란도C를 번갈아 타며 서킷의 특성을 파악하는 가이드 랩이다. 이후 참가자들만의 자율적인 주행이 펼쳐졌다. 통상 일반인 서킷 운전 교육에선 추월을 허락하지 않은 데 반해 이 시간 만큼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가능했다. 다른 말로 약간의 경쟁을 허용한다는 의미다. 로터스 에보라를 활용한 교관의 택시 체험도 동시에 이뤄져 주행을 기다리는 참가자들의 지루함을 달랬다.

 인제 서킷은 국내 서킷 중 고저차(40m)가 가장 큰 데다 블라인드 코너도 상당해 지형 파악은 물론 차와 운전자의 끈적한 교감을 요구한다. 특히 코너가 연속되는 시케인 구간에선 조금이라도 무리하면 스핀하거나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정교한 운전이 필요하다.











 윈터캠프는 모터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교육인 만큼 난이도가 꽤 높았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운전자들이 겪었던 고급 코스를 압축한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8시간 동안의 교육 후엔 진이 빠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다수의 참가자들은 하루 만에 끝나는 일정이어서 시간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명칭에 걸맞는 날씨가 펼쳐졌지만 스피드에 대한 열기는 뜨거웠던 셈이다.

 참가비는 35만원이다.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서킷 이용, 라이선스 취득, 차 유지비, 증정품 등을 고려하면 비싸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음 회차 캠프는 2월20일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인제스피디움 홈페이지(www.speedium.co.kr)에서 알 수 있다.






인제=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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