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응답하라 1988’ 혜리, 그녀가 사는 진짜 세상

입력 2016-01-28 06:00  


[bnt뉴스 김희경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맑고 순수해보이는 눈빛. 어딘가 모르게 개구진 말투. 혜리인지 덕선인지 헷갈릴 정도의 편안한 미소는 한시름 짐을 내려놓은 듯 개운해보이기도 했다.

최근 종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이하 ‘응팔’)에 출연한 혜리는 bnt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물세 살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일찍이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가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에 ‘응팔’이 대중들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는 걸 예상하지 못한 사람은 없었을 터. 혜리 또한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모두를 제치고 덕선과 함께 갈 연기자로 채택된 이유에 대해 혜리는 자신이 캐스팅이 될 것이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음을 밝혔다.

“사실 저는 오디션을 보러 갈 때도 ‘설마 내가 되겠어’라고 생각하며 간 거였어요. 당시에도 ‘응팔’은 너무나도 주목하고 있던 드라마였고 전 시리즈도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잖아요. 엄두가 나지 않았죠. 그래서 ‘어떤 분이 만드시는 건지 보러나 가자’라는 마음으로 들어갔어요. 오디션을 볼 때도 그 생각을 그대로 말하고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다 말했더니 신원호 감독님께서 ‘너는 말이 머리에서 안 거치고 장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웃음) 솔직한 제 부분들이 덕선이와 잘 맞았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1994년생 혜리는 1988년의 감성을 알기엔 부족한 나이였다. 하지만 ‘응팔’은 88년대를 살았던 시청자부터 시작해 혜리의 또래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으며 전 세대를 공감하게 만든 국민 드라마로 발돋움했다. 혜리 또한 “모든 것이 행운이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1988년의 쌍문동 성덕선으로 살아볼 수 있었다는 게 너무 행복해요. 88년의 따뜻한 느낌을 느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깊어요. 따뜻하고 정 많은 공간에서 살았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도 많은 생각이 날 것 같아요. 지금 시대에서는 정말 느낄 수 없는 기분들이죠.”

극중 덕선 역을 맡은 혜리는 쌍문동 반지하에서 사나운 성격의 언니와 집안의 유일한 아들인 동생 사이에 낀 서러운 둘째 딸로 등장했다. 짓궂은 골목 친구 4인방과 함께 자라 여성스러운 면은 부족하지만 착하고 모나지 않는 성격으로 극중에서는 물론 브라운관 밖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 혜리 또한 “덕선이는 예쁘기보단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하는 행동이 너무 예쁘잖아요. 주변 사람들을 다 챙겨주고 어느 누구한테나 정말 사랑받고 있지만 스스로는 잘 모르고, 너무 착하고 양보하기만 하는 덕선이를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 아이가 이렇게나 사랑스러운데 어떻게 해야 더 잘 보여주고, 보시는 분들에게 덕선이를 더 잘 느끼게 해줄 수 있을지 생각했죠.”

“덕선이가 예뻐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은 있는데 모든 면에서 서툴러요. 약간 어리바리하고 모르는 게 많죠. 언니를 싫어하면서도 언니 물건을 몰래 쓰는 것도 예뻐 보이고 싶었던 마음이고요. 화장을 할 때도 섀도를 과하게 발라야 예쁘다고 생각하는 순수한 마음이 너무 귀여웠어요.”


사실 혜리의 연기가 ‘응팔’이 처음은 아니었다. JTBC ‘선암여고 탐정단’, SBS ‘하이드 지킬, 나’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도전한 ‘연기돌’이었다. 허나 연기력에 대한 반응은 싸늘했던 것이 사실. 그럼에도 ‘응팔’ 속 혜리는 덕선 그 자체의 모습으로 대중들로 하여금 발연기 타이틀을 언급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짧은 시간 동안 극과 극의 반응을 이끌어 낸 비결이 있을까. 한참을 생각하던 혜리는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지금까지 느껴온 연기력은 어떤 느낌이냐면 준비의 차이인 것 같아요. 어쨌거나 저는 아이돌이고 연기로 먼저 시작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만큼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전 작품에서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어요. 그래서 보시는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렸던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있어요.”

“물론 이번 ‘응팔’ 현장에서도 다른 작품 못지않게 열심히 했지만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며 단순히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캐릭터와 많이 친해져야 한다는 걸 배웠죠.”

‘응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결말. 인터뷰 중 “결말은 마음에 드냐”는 질문에 혜리는 예상했다는 듯 너털웃음을 지으며 “정말 모든 기자분들이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똑같이 물어보신다”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요. 결말이 슬펐잖아요. 쌍문동에 다시 돌아가서 추억을 되새긴다는 결말로 받아들였고, 감동적이고 좋았어요.”

이어 몰아치듯 덧붙인 “그러면 남편은 어떠냐”는 말에 혜리는 “이럴 줄 알았다”며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많은 화제가 됐던 덕선의 남편에 대해 잠시 열띤 의견이 오갔고 이에 혜리는 “그 정도였냐”며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덕선을 반년 가까이 품에 안았던 혜리는 “덕선이 마음은 덕선이도 몰랐을 것”이라며 조곤조곤 이유를 덧붙여갔다.

“덕선이가 물론 디테일했으면 더 좋았겠죠. 저도 남편이 누가 될지 몰랐으니까 끝까지 한쪽에 쏠리지 않으려고 노력은 했는데 조금 미워진 부분이 있다면 제 잘못인 것 같아요. 속상하지만.(웃음) 덕선이는 항상 누가 먼저 좋다고 해서 ‘그래? 그럼 나도 좋아’라는 마음으로 순수한 마음을 표현하던 아이에요. 그러다가 동룡이가 ‘네가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 아냐’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깨달아가는 아주 어린 친구죠.”

“덕선이는 그때 아직 어렸고, 사춘기였어요. 자기감정을 자기도 몰랐죠. 어릴 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나이니까 저는 그게 나쁜 거라고 보진 않아요. 택이를 처음부터 많이 챙겼고 보살폈고 신경 쓰고 생각나는 덕선이의 모습 자체가 덕선이의 감정이었어요. 그리고 그걸 덕선이도 모르는 감정이었으니까 연기하는 혜리도 몰랐던 게 아닐까요?(웃음)”


연기자 혜리로 얻은 점은 단순히 인기 그 이상이었다. 아이돌과 배우의 길을 겸할 혜리에게 ‘연기돌’이라는 타이틀은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던 터. 혜리 스스로도 “욕심은 안 내려고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제가 다음 작품을 조급해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 같아요. ‘내가 주인공을 해봤으니 다음에도 또 주인공을 해야지’라는 마음보다 작은 역이더라도 마음이 맞는 대본을 통해 다음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주인공은 정말 감당 못해요.(웃음) 지금은 해보고 싶은 역이 있다기 보단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현장의 따뜻한 분위기를 마냥 무시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점도요.”

많은 웃음과 감동이 있던 ‘응팔’. 그중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던 혜리는 드라마의 여운을 곱씹듯 인터뷰 내내 “좋았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혜리의 “좋았다”는 단어는 단순히 형식적인 말이 아니라 말 그대로 ‘더할 나위 없이 괜찮았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었던 것임이 잔잔하게 느껴졌다.

“‘응팔’을 통해 얻은 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는 거죠. 그리고 좋은 작품 속에서 좋은 캐릭터인 덕선이를 만났다는 것도 큰 감사함이죠. 연기에 대해 1 정도 알았는데 이제 5 정도 알게 된 것 같아요. 아, 물론 100중에서요.(웃음)”

마지막으로 혜리는 “덕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라는 질문에 자동적으로 “덕선아”라고 운을 뗐다. 이는 스스로 연기를 하며 덕선을 얼마만큼 아끼고 사랑했는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덕선아, 거의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너를 연기하며 즐거웠고 네 덕분에 나도 사랑스러워지는 것 같았어. 네가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고 나 말고도 모든 사람들이 너를 사랑하고 있으니 이젠 정말로 사랑받으며 살아가. 항상 행복하고 건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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