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조혜진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감독님이 ‘평소 자신의 모습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디렉팅을 많이 해주셔서 원작에서는 큰 뿌리만 가져왔어요. 덕분에 제가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의 말투나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연기로 나올 수 있었어요.”
반 사전제작으로 진행된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극본 김남희 고선희 전영신, 연출 이윤정, 이하 ‘치인트’)의 모든 촬영을 마치고 bnt뉴스와 만난 박민지는 “드라마가 한창 방영중이라 촬영이 끝난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시원섭섭한 듯 웃어보였다. 쫓기듯 흘러가지 않고 비교적 여유롭게 촬영했다던 그는 현장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조금 더 수월했던 지점을 설명했다.
“확실히 (다른 현장과) 달랐어요. 이윤정 감독님이 워낙에 디테일한 걸로 유명하시다고는 들었는데, 더욱이 사전제작이라 그런지 디테일한 면모가 화면에서 묻어나오더라고요. 스케줄도 변수 없이 깔끔하게 진행됐어요. 쫓기는 스케줄이 아니니까 배우들도 더 신경 써서 준비할 수 있었어요. 한 신에 들어가기 전, 배우들이 감정선에 대한 합을 맞춰보기도 하고, 리허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죠.”
한 신, 한 신 더 많은 정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촬영현장 속에서 박민지는 밝고 당찬 여대생 장보라 캐릭터에 많은 연구를 하기도. 동명의 원작 웹툰 속 장보라와 대본을 읽은 박민지가 받아들인 보라의 모습, 그는 반반을 섞어 본인만의 장보라를 만들어내려 노력했다.
“사건이나 에피소드들이 초반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웹툰을 꼼꼼히 읽어보고 캐릭터의 큰 뿌리 같은 것들을 곰곰이 생각했죠. 그 다음에 말투와 행동, 외형적으로 보여 지는 것들은 최대한 제가 편하게 얘기할 수 있고 편하게 행동하는 대로 제 색깔을 많이 묻혀서 보여줄 수 있도록 했어요.”
원작 캐릭터에 자신의 색을 입혔다는 그에게, 현재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치인트’ 속 보라가 본인이 추구한 대로 잘 흘러가고 있는지를 묻자 “그런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보라가 은택(남주혁)과의 관계도 있지만, 방송 시작 전에 저 스스로 개인의 목표 같은 것들이 있었어요. 시청자들한테 ‘실제 저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공감을 자아내고 싶었어요. 사실 방송 전에는 친구를 위해 나서는 모습이 오히려 과해 보이거나 밉상으로 보일까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죠. 사실 이 점이 잘 부각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을 얻은 느낌이에요.”
박민지의 말대로 ‘치인트’ 속 장보라에겐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권은택과 홍설(김고은)이 있다. 먼저 은택과 보라 커플은 티격태격 케미를 선보이며 많은 드라마 팬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찍어놓은 드라마이기 때문일까. 상상이상으로 좋은 반응에도 깨알 같은 분량은 여전하다.
이에 그는 “적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지 않나. 그래서 둘의 얘기를 많이 보여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까 아쉬움이 남는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또 은택이 보라에 고백하는 신은 미 방송분으로 온라인에만 공개가 된 상황. 2분 남짓한 영상에는 보라가 지금의 관계가 틀어질까 은택을 거절하는, 두 캐릭터의 관계를 설명 해주는 모습이 담겨있다.
“사실 이 부분이 처음에는 대본에 없던 장면이에요. 3부 대본이 나오고 한, 두 달 정도 뒤에 뒤늦게 추가된 신이에요. 그런데 그 뒷 신이 설이랑 보라가 처음으로 부딪히는 장면이거든요. 감독님이나 작가님 입장에서는 신 둘이 처음부터 그렇게 쓰인 게 아니라 추가신이다 보니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앞 장면에서는 고백을 하고 뒤에 가서 설이와 냉전을 해버리면 제가 생각했을 때도 조금 부딪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순서를 바꿔서 다른 신에 고백신이 들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죠(웃음).”
보라에게 있어 또 한 명의 뗄 수 없는 존재는 바로 홍설. 할 말 못하고, 못 할 말은 더 못하는 홍설에게 시원시원하고 솔직한 성격의 보라는 꼭 필요한 친구. 실제로도 박민지는 할 말은 다 하고 솔직한 편이라고. 실제 성격과 비슷해서일까, 박민지가 그려내는 보라는 장보라라는 맞춤형 옷을 입은 느낌을 안겼다.
“감독님이 ‘원작에서는 큰 뿌리만 가져오고, 본인의 마음대로, 평소 자신의 모습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디렉팅을 많이 해주셨어요. 덕분에 제가 친한 친구들하고 있을 때의 말투나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연기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극중 장보라는 여행 가려고 모은 돈을 등록금을 걱정하는 설에게 빌려주려 선뜻 내어줄 줄도 알고, 설이의 일에 제 일처럼 나설 줄 아는 워너비 친구. 앞서 박민지는 ‘실제 저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는 장보라를 통해 그 이상의 ‘워너비 친구’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치즈인더트랩’을 통해 워너비 친구라는 수식어가 아닌, 또 듣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말에 그는 “꼭 이 작품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사람이 주는 기운 자체가 좋은, 항상 기분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연기가 좋아서 시작했고, 좋아하기 때문에 연기를 하고 있어요. 매번 새로운 옷을 갈아입으면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려 안간힘을 쓰고, 노력하는 것에 있어 희열과 매력을 느껴요.”
망설임 없이 자신이 연기하는 이유를 꼽은 박민지에게서 본인의 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열정이 엿보였다. 그렇게 오랜 기간, 자신이 좋아하는 연기를 하며 때를 기다리던 그는 ‘치즈인더트랩’을 통해 다시 한 번 대중들에게 빛을 발하게 됐다. 2016년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운 만큼, “올 한해 정말로 잘 보내고 싶다. 마저 잘 끼우는 해가 될 것”이라고 소망하던 그가 꿈꾸는 남은 한 해, 또 그 이후의 연기생활은 어떨까.
“사실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생각보다 힘든 일이라는 걸 느껴요. 특성화된 장르 안에 갇히게 되는 경우가 올까 두렵기도 하고, 아직은 이게 제 목표이자 숙제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도 앞으로는 장르적으로도 그렇고, 캐릭터 변화에 있어서도 그렇고 좀 더 다양한 색깔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