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이승현 기자] 영화 ‘동감’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 ‘박수칠 때 떠나라’ ‘웰컴 투 동막골’ ‘우리는 형제입니다’, 연극 ‘택시드리벌’ ‘서툰사람들’ ‘꽃의 비밀’, 뮤지컬 ‘디셈버: 끝나지 않는 노래’ 등을 통해 꾸준히 연출과 감독을 해오던 장진이 새 연극을 들고 돌아왔다.
2월17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수현재씨어터에서 진행된 연극 ‘얼음’ 프레스콜에 연출 장진을 비롯 배우 박호산 김무열 이철민 김대령이 참석했다. 이날 프레스콜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장 연출은 작품에 대한 많은 질문에 상세하게 답했다.
연극 ‘꽃의 비밀’과 동기간 지필했다. ‘꽃의 비밀’과 ‘얼음’은 색이 많이 다른 작품이다. 어떻게 집필하고 연출하게 됐는가?
“오랜만에 쓴 작품이다. 지난 달 막을 내린 ‘꽃의 비밀’보다 ‘얼음’을 먼저 집필했다. 2014년 말이었다. 고민스러운 사정도 많았고 하는 일에 관련되서도 힘이 많이 빠졌었다. 그 시기에 연락을 다 끊고 몇 년 동안 써야겠다 생각했던 작품을 풀어냈다. ‘얼음’을 끝내고 시간이 더 생겨 ‘꽃의 비밀’까지 썼다. 개인적으로 행복했다. 예전에는 공연 날짜를 미리 잡아놓는 등 목적이 분명했었다. 이번에는 그런 목적 없이 쓰고 싶어서 썼다.”
“두 작품 모두 결과를 떠나 감회가 남다른 작품이다. ‘얼음’은 줄거리만 놓고 본다면 굉장히 통속적인 미스터리 극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번 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배우가 무대에서 할 수 있는 기술에 관해서는 늘 끝없는 놀라움과 존경이 생긴다. 알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할까. 그래서 그걸 관객들에게 텍스트 외적인 것들로 전달하고 싶었다. 정말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무대 위 환영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시도해보고 싶었다.”
“나는 40대 중반, 데뷔 20년이 넘어가는 작가다. 그럼에도 아직도 뭔가에 갈증이 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다는 시도에 대해 스스로에게 잘했다 칭찬해주고 싶다. 대중들에게 편히 다가갈 수 있는 작품도 있었겠지만 이와 같은 시도를 했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를 보듬어주게 된다.”
극의 제목이 ‘얼음’이다.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
“제목이 약간 추상적이다. 녹아서 없어질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것들이 있지 않는가. 무대에 존재하지 않는 형체를 배우들이 만들어 냈고 그 형체가 어떤 모습이고 어떤 말을 했는지 근접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관객 각자가 만들어내는 대사와 이미지는 다 다를 것이다. 그 소년에 대한 측은함 혹은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런 환영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데 이름을 붙여 말하는 것들이 많다. 사랑, 행복, 성공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것의 존재를 믿고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가치를 매기기 어려운 것들이지 않는가. 우리는 그것에 이름을 붙여 정의를 내리고 이상한 물질적, 형질적 완성도를 높이곤 한다.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았다. ‘얼음’이 딱 어울린다고 하긴 어렵지만 작품을 보면 제목이 연상된다.”
결국 그래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누구인가?
“열린 결말이라는 단어를 안 좋아한다. 무책임하지 않나. ‘얼음’은 열린 결말이 아니다. 텍스트로 본다면 범인은 확실하게 나온다. 오히려 왜 그런 질문을 하냐고 역으로 물어보고 싶다. 이러한 질문을 한다는 것은 작품 속 존재하지 않는 소년의 대사를 관객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관객이 만들어낸 소년은 아직 극 안에서 해결되지 않은 거다.”
장면 전환 등에서 일부러 크게 소음을 낸다. 숨은 의도가 있나?
“장면 전환에서는 불을 켜야 한다. 불을 켜서 장면을 전환하는데 배우가 허둥지둥 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극에 나오는 두 배우는 강한 남자다. 그가 가진 극의 흐름을 깨고 싶지 않은 현상적인 스타일이다.”
두 배우가 중간에 의상을 바꿔 다른 배역을 연기한다. 2인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한 것인가?
“형사2를 김무열이 맡았다고 생각해보자. 김무열이란 배우가 무대 위에 존재하지 않는 형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김무열이 만든 형사2가 없어지고 다른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 캐릭터는 현재까지 봤던 김무열이 만든 형사2라는 캐릭터를 허공에 두고 얘기한다. 관객들은 한 시간 가까이 김무열이 만든 형사2가 어떤 캐릭터인지 이해한다. 형사2를 김무열이 또 다른 캐릭터가 돼서 만나는 것이다. 집중력이 쫓아가다보면 관객들의 웃음 포인트가 이해 가능하다. 그럼 관객들은 다른 캐릭터로 나타난 김무열의 앞에 형사2를 만들어낸다. 이게 내가 느끼는 역할극의 재미다. 관객들도 이에 쫓아올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형사1이 겪은 사건이 있는 것 같은데 설명이 불친절한 것 같다.
“형사1 사건은 계속 보완되고 있는 부분이다. 미결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를 표현하기 위한 연출적 도엇닝 들어간다. 한 사람이 심적 고통을 표현하는 데 관객이 고통을 동감하지 못한다. 그건 연출적인 것이 아닌 작품적인 부분으로 보완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초연의 비애가 아닐까(웃음). 공연을 올리고 나서 깨닫는 부분이 있는데 형사1이 겪은 사건이 그런 부분인 것 같다.”
배우 조합별 포인트가 있다면?
“그게 보는 재미가 될 것이다. 배우 조합에 따라 개성이 달라진다. 막을 올린 지 며칠 안 됐다. 아마 공연이 끝날 때 쯤 되면 지금과는 또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공연 마지막 날까지 배우들과 새로운 것을 시도할 예정이다.”
작품의 해석과 결말에 적극적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관객이 이렇게 해석하지만 말았으면 좋겠다하는 부분이 있는가?
“어떤 관객이 상상력이 풍부하고 굉장히 예리해 원안의 내용을 다 맞추고 강력한 사이트에 올리지만 않길 바란다(웃음).” (사진제공: 수현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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