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예나 기자]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다. 세상에 그와 나, 두 사람만 존재한다고 느껴질 때. 그 영화적 순간, 그 찰나를 느끼면 현실은 판타지가 된다. 그러나 어느새 사심(私心)으로 묻는다. 마음 속 간직하게 되는 자신만의 이야기. 누구에게도 선뜻 꺼내지 못할 법한 이야기 말이다.
배우 공유가 그 사심을 털어놨다. 어딘가 서툴지만 진심 어렸고, 조심스러우면서도 과감했다.
최근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bnt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공유는 꽤나 수척한 얼굴이었다. 마치 사랑의 열병이라도 앓고 난 것처럼.
영화 ‘용의자’(2013) 이후 2년 만에 공유가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한 ‘남과 여’는 사랑, 그 자체에 집중하는 정통 멜로물. 그의 첫 정통 멜로 작품이기도 한 이번 영화에서 공유는 사고처럼 찾아온 뜨거운 끌림에 매달리는 남자 기홍 역을 맡았다.
그는 이번 작품 선택에 있어서 가장 큰 이유로 영화 속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전도연을 꼽았다. 이는 두 말 할 필요도 없는 가장 큰 선택의 이유였다.
“전도연 선배님과 상대역으로 꼭 한 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사실 전부터 입버릇처럼 말한 건데 어렸을 때부터 제게 전도연 선배님은 섹시한 느낌이 강했거든요. 상대역으로 전도연 선배님이 캐스팅 돼 있었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출연했습니다.”
“물론 작품이지만 제가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 사랑하지 못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중요했어요. 제가 작품 속에서 사랑해야 하는 여자가 전도연 선배님이라는 점은 출연 결정에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전도연 선배님 아니었으면 출연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인터뷰 시작 15분도 되지 않아 들통나버린 전도연을 향한 공유의 사심.
그는 “특히 정통 멜로물이기 때문에 상대역에 대한 사심은 연기를 함에 있어서 충분히 반영된다고 본다. 결국 제 사리사욕 채우려고 출연한 것 같은데 (웃음) 맞는 얘기다. 현실에서는 법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며 머쓱한 듯 웃음 지었다.
공유의 또 다른 사심은 이윤기 감독이었다. 그는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전형적인 부분을 피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다”고 밝혔다.
익숙하지만 낯선, 그 무언가에 대한 기대감이 작품 선택에 대한 명분으로 작용한다는 것. ‘남과 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남과 여’가 정통 멜로물 특유의 전형성 속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 한다. 마냥 신파극은 아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남과 여’만의 차별성은 이윤기 감독의 적절한 쿨함. 즉 감독 특유의 담담하고 과장되지 않은 표현법이 보는 이들에게 분명한 울림을 준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내용을 통해 관객들은 진한 여운을 얻을 수 있을 터.
물론 ‘남과 여’를 영화가 아닌 현실적으로 바라본다면야 공유 역시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한 남자와 여자, 그들의 절대적인 사랑에 집중해 있지만 ‘남과 여’는 분명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그는 “통념적으로 생각하거나 도덕적으로 바라본다면 너무 나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영화지 않나”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는 기홍과 상민이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 맞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직 미혼이고 결혼을 안 해 봐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는 거지만요. 아무리 결혼을 하고 한 가정의 가장이라고 할지라도 가슴은 뛸 수 있는 거잖아요. 제가 결혼을 했을 때 저 역시 그러지 않을 법은 없죠. 저 역시도 아기를 낳고 10년, 20년을 살다가도 기홍처럼 똑같이 가슴 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단지 참는 거죠.”
이 남자의 꽤 솔직하고 대담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작품 속 자신의 마음을 숨길 줄 모르는 기홍처럼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도무지 계산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를 두고 공유는 “원래 기홍은 굉장히 무디고 건조한 사람이다. 자기 감정표현에 능숙하지도 않은 사람이다. 하지만 상민(전도연)을 만나는 순간 본능적으로 남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런 부분에서 저와 기홍이 겹쳐졌던 것 같다. 저 역시 연기함에 있어서 계산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랑에 있어서도 같은 입장이었다. 작품 속 기홍의 변화가 절대적으로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 공유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과 고민들이 있다가도 진짜 미치도록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저도 모르게 웃고 있고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 제 모습을 발견하지 않나. 아직 사랑에 대해 잘 모르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저를 변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점차 판타지 세계로 빠지는 기분. 분명 현실은 지극히 익숙한 공간인데, 새삼스레 낯설게 느껴졌던 것은 공유가 만들어내는 비현실적인 세계 때문이었다. 그의 말과 생각들이 조금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느낌이지만 왠지 공유라서 가능할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
그는 자신을 둘러싼 대중적 판타지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구태여 본인의 이미지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한 연기를 하지는 않았다. 그보다 자신의 성취감과 만족을 위한 연기를 추구했다. 이에 대해 공유는 “꼭 성공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시도한 부분이 아름답다고 생각 한다”고 밝혔을 정도.
그렇다고 해서 실험적인 작품을 고집함으로써 이미지 탈피 혹은 변신을 꾀하는 것도 아니다. 이를 두고 공유는 “어느 정도 모순이 있다는 것을 안다. 가끔씩 제가 추구하는 바와 실제 제가 선택하는 사이에서의 괴리감을 느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명분을 찾으려고 해요. 전체적인 부분에서 완벽하게 맞아떨어질 수는 없겠지만 어느 한 부분이라도 제 스스로 설득이 된다면 시도하는 거죠. 아직 얘기하기 이이르고 주위에서는 의아해 했지만 ‘부산행’이나 ‘밀정’ 같은 경우도 출연 결정했을 때 제 스스로는 다 명분이 있었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생각도, 고민도 많은 공유.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것은 사심이 있을지언정 계산은 없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약간의 사심은 필요하다. 물론 그 약간이라는 정도가 어느 만큼일지는 제각각 다르겠지만. 그 사심을 가졌을 때 대게 긍정적인 시너지를 얻게 되기 마련일 테다. 그래서 그의 ‘사심’ 섞인 모든 이야기들이 더욱 진솔하게 다가왔다. 그 ‘사심’이 있기에 보다 간절함이 있었을 테고, 감사함이 뒤따랐을 테니까.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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