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명진, 가슴 속 깊은 소울을 전해 듣다

입력 2016-03-02 10:09  


[최우진 기자] 언제나 무대에서 노래 이상의 가치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수 문명진. 올해 데뷔 15년 차에 접어든 그는 기나긴 터널을 뚫고 맑은 하늘과 마주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떨림을 노래했던 KBS2 ‘불후의 명곡’ 첫 방송 이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애잔하게 했던 문명진.

홀로 무대에 올라도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무언의 힘을 느낄 수 있다. R&B 음악을 듣고 몸 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떨림을 느꼈다는 말처럼 어쩌면 그에서 소울은 하늘이 내려준 것이 아닐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던 그. 아직까지 자신을 미완성된 가수라고 소개하는 문명진의 가슴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오늘 화보 촬영을 마친 소감이 어떤가.
10년만에 해 본 화보 촬영이었다. 개인적으로 화보 촬영을 선호하지 않아서 걱정이 앞섰는데 스태프들의 열띤 응원과 배려 속에서 생각하던 것과 반대로 재미있게 끝나 좋았다.

Q. 최근 근황.
가끔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고 음반작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곡도 쓰면서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영구’와 잘 지내고 있다(웃음).

Q. R&B를 시작하게 된 계기.
16살 때 R&B 음악을 처음 듣고 몸 속 깊숙한 곳에서 떨림을 느꼈다. 뭐라고 표현을 못하겠다. ‘세상에 이런 음악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들으니 따라 부르고 싶은 욕심이 생겨 계속 연습하다 보니 실력이 점차 늘더라.

Q. 좋아하는 가수.
예전에는 보이즈투맨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알캘리를 더 좋아한다. 알캘리 음악을 파야 현재 트렌디한 R&B노래도 거뜬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Q.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음악, 고양이, 낚시 외 부분을 말하자면 컴퓨터 게임을 즐겨 한다. 아직까지 손은 잘 돌아간다(웃음). 최근 핫한 MOBA 게임을 즐겨하는 편인데 주변 사람들은 한결 같이 웃는다. 하지만 정작 원점으로 돌아와 관심사는 음악인 것 같다. ‘어떻게 보컬 색에 변화를 줘야할까’라는 생각에 빠져있다. 최근 유행하는 음악과 나의 색이 잘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Q. 최근 꽂혀 있는 노래.
최근에는 토리 레인즈 노래를 자주 듣는다. 랩과 노래를 하는 가수인데 정말 잘하는 것 같다. 국내 가수 중에서는 크러쉬, 딘, 주영을 좋아한다. 가수 포티는 나와 같은 음악의 놀이터에서 함께하고 최고인 친구이기 때문에 제외 대상이다.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음악적인 색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음악적인 스펙트럼은 내가 더 넓지만 젊은 감성들이 원하는 노래는 따라갈 수 없다.

Q. 노래를 잘한다고 느낀 뮤지션.
최근에 지소울을 보면서 너무 잘한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미친 듯이 잘해서 너무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더 좋은 것 같다.

Q. 롤모델.
롤모델은 알캘리다. 요즘 토리 레인즈, 에릭 벨린저, 저스틴 비버, 크리스 브라운 등 핫한 뮤지션들이 있지만 알캘리는 마지막 끝판왕이다. 알캘리가 없었다면 지금 유행하는 R&B 음악은 없었을 것이다. 알캘리라는 거대한 나무에서 파생된 열매들이 현재 R&B 음악이라고 본다.

Q. 콜라보레이션하고 싶은 뮤지션.
콜라보레이션보다 음악적인 공유를 하고 싶은 뮤지션들이 많다. 음악이 좋다면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작업은 언제나 하고 싶다.


Q. 대표곡 ‘잠 못 드는 밤에’, 어떤 감정으로 부르는지.
녹음했을 때의 감정을 느낀다. 당시 사랑하는 사람과 1년이 되가는 무렵에 헤어지면서 힘들었을 때였다.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했었다. ‘앞으로 남아있는 긴 인생을 그 사람 없이 어떻게 살아갈까’는 생각했다. 이런 모습을 그 사람이 본다면 더 실망감이 클 것 같아 나의 심정을 전하고 싶었다. 불행하지 않은 이별이 되기 위해 그 사람을 위한 마지막 메시지였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한번쯤 내 생각을 할 수 있게끔 의미를 담은 노래다.

지금은 노래를 부르면서 솔직히 별 느낌이 나지 않지만 그 당시 감성은 그대로 올라온다. 참 묘한 것 같다. 그리고 이 노래는 오직 그 친구와 나와의 이야기를 담은 그 친구를 위한 노래였기 때문에 라이브로 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남겨 놓으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이 노래는 문명진도 라이브가 안될꺼야’는 말이 들려오더라. 그래서 콘서트에서만 부른다. 첫 콘서트 때 불렀는데 그 때 감성이 올라와 눈물이 났었다.

Q. 음악 활동 중 기억 남는 에피소드.
‘불후의 명곡’ 첫 출연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받았던 대중들의 메시지들은 잊을 수가 없다. 청각 장애인 한 분이 길거리 TV 속 내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고 팬레터를 받은 적이 있다. 이런 점들이 내가 노래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Q. 무대에서 했던 기억에 남는 실수.
실수는 매번 한다. 가사도 가끔씩 다르게 부른 적도 많다. 실수가 일상이라 기억에 남는 실수는 없다(웃음).

Q. 작년에 했던 단독 콘서트 ‘나의 노래’ 당시 감정.
10년 전에 했다면 감격스러웠을 것 같은데 지금에야 하니 큰 감동은 없는 것 같다. 어린 시절의 감정을 느끼기에는 세월이 많이 흘러 무뎌진 것 같다(웃음). 내가 넘어야 할 많은 산 중에 ‘이제 하나 넘었구나’는 생각을 했다. 아직 내공이나 연륜이 안 따라주는 것 같다. 나무(팬)가 다치지 않게 하나의 산을 넘었다는 점에서 만족했다.

Q. 콘서트 때 다양한 시도를 할 생각인지.
이번 콘서트를 일환으로 많이 배운 것 같다. 너무 노래만 부른 것 같은데 앞으로 팬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할 생각이고 흥을 돋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예정이다. 올해도 콘서트를 계획 중인데 소극장에서 자주 해보고 싶다.


Q. 노래를 누구보다도 잘 부를 수 있는지.
누구보다 노래를 잘 할 자신은 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의 센스와 감성을 따라잡을 자신은 아직 없다. 그래서 아직도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 시대를 대변해줄 수 있는 게 노래이기 때문에 아이콘이 되기에는 힘든 것 같다. 여기서 도태되면 옛날 가수가 되는 건 시간 문제인 것 같다. 노래를 잘하는 것보다 새로운 트렌드에 국면하고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점이 중요한 것 같다.

Q. KBS2 ‘불후의 명곡’에서 ‘슬픔만은 아니겠죠’ 이후 인기를 실감했나.
앞으로 어떻게 불러도 ‘슬픔만은 아니겠죠’의 무대를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 출연에서 느꼈던 두려움과 긴장감에서 표현했던 모습을 재연하기란 어려울 것 같다. 지금은 그때보다 내 자신이 오만하고 건방져진 것 같다. 그래서 최근에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Q. KBS2 ‘불후의 명곡’ 무대에 앞서 순위를 생각하는지.
‘불후의 명곡’에서 순위는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내 무대를 보고 문명진의 색을 느꼈다면 그만이다.

Q. 마이클 볼튼의 극찬을 받았을 때의 느낌.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음악했다’는 말씀을 많이 주셨는데 나는 그게 고생인줄 모르고 그냥 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의 여정이 고생이었다면 마이클 볼튼이 전부 보상해줬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꿋꿋하게 내 자리를 지켜왔구나’라는 점에서 레전드가 위로해주니 뿌듯했다.

Q. ‘How am I supposed to live without you’ 가사 외우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발음이 좋지 않았을 뿐이지 외우는데 어렵지 않았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고 따라 부르던 노래였다.

Q. 문명진만의 소울은 타고난 건가.
타고난 것과 노력으로 이뤄진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만들어졌다고 말하기에는 민망한 부분이 있다. 더 깊은 소울은 세월만이 알려줄 수 있는 10년 후에 만들어질 것 같다.

Q. 문명진 노래 중에서 가장 어려운 노래는.
‘잠 못 드는 밤에’. 그 노래는 처음부터 작정하고 어렵게 만들었다. 당시 상대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를 담았기 때문에 아무도 못 부르게 콘셉트를 잡았다. 오직 나만 부를 수 있고 내가 불러야 완성될 수 있도록 작업했다. 나도 가끔 부를 때 어렵다(웃음).


Q. 문명진의 슬럼프는 언제였나.
지금이 슬럼프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음악에 대한 고민들이 크다. 특히 발성을 바꾸면서 예전 것들을 잊어버릴까 두렵다. 점점 퇴보되는 느낌이 싫다.

Q. 헤어스타일은 아직 바꿀 마음이 없는지.
있지만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아직까지 이 스타일에서 바꾸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언젠가는 변화를 줘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Q. 문명진이 자주 가는 곳.
회사와 집 말고는 없다. 생긴 것과는 반대로 술을 안 마시고 일찍 자는 편이다.

Q. 케이윌의 노래가 쉽다고 했는데 반응은.
윌과 서로 허물이 없지만 사람들의 반응에 상처를 받은 것 같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 같지만 음악을 하던 안 하던 같이 갈 사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안 썼으면 좋겠다.

Q. 어떤 여성 스타일을 원하는지.
기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매번 다르다. 만나서 교감이 된다면 누구라도 괜찮다.

Q. 결혼 생각은 아직 없는지.
하고는 싶다. 하지만 굳이 조급한 마음이 없다. 결혼은 50, 60세가 되어서 해도 괜찮다. 인생에 있어 나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Q. 무명 시절.
지금하고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했던 때와 유명해진 것과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Q. 문명진의 20대, 30대, 40대를 표현하자면.
20대는 철이 없었고, 30대도 역시 철이 없었다. 지금 마흔 살이지만 아직까지 철이 없는 것 같다. 나에게 적절한 비유 같다.

Q. 앞으로 인간 문명진으로서의 계획.
지금처럼만 음악 활동을 하고 싶다. 큰 욕심은 없다. 지금에 만족감을 느낀다.

Q. 추후활동 계획.
3월에 ‘노 와이어’라는 곡으로 찾아올 예정이다. 재미있는 곡을 들려줄 것이고 내 노래 창법, 음악적 장르가 마음에 안들 수 있지만 나는 대중가수 문명진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색으로 나를 채색하고 싶다.

기획 진행: 최우진, 임미애
포토: bnt포토그래퍼 최상원
영상 촬영, 편집: 정도진 PD
의상: 울프(wolp), 펠틱스, 지이크파렌하이트
슈즈: 사토리산, 페이유에, 리치오안나
모자: 햇츠온
선글라스: 리에티
메이크업: 김선진끌로에 문현진 원장, 어시스턴트 한다슬
장소협찬: 뮤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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