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희경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남여경을 처음 벗어낸 정혜성의 모습은 그야말로 반전이었다. 도회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마스크는 밝은 웃음으로 가득했고, 작은 입에서는 조잘조잘 소녀 같은 이야기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똑 부러지는 목소리와 당당한 눈빛은 묘하게도 어우러져 있었다.
최근 bnt뉴스는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극본 윤현호, 연출 이창민, 이하 ‘리멤버’)에 출연한 정혜성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극중 일호그룹의 막내딸 남여경 역을 맡은 정혜성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애교를 떨기도 하지만 똑 부러진 자신의 의사표현과 호불호가 확실한 성격은 확실히 기존 드라마 속에 있던 재벌 막내딸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오빠 남규만(남궁민)에 대해 갈등하다가도 결국 결정적 순간에 정의의 편으로 서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사이다 캐릭터’ 중 하나로 각인되게 했다.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정혜성은 힘든 줄을 몰랐을 정도로 즐거웠다고 밝혔다.
“4개월 정도 촬영했는데도 아직도 많이 아쉬운 점이 있어요. 30부작 정도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웃음) 선배님들이랑 선생님들이 너무 잘 도와주시고, 신인인 제게 많이 가르쳐주셔서 정도 더 들었어요. 다음 작품에서도 만나면 좋을 것 같아요.”
가장 인상 깊은 장면에 대해 묻자 그는 마지막 장면 당시 내뱉은 대사를 줄줄이 읊었다. 마치 어제 촬영이 끝난 것처럼 생생히 기억하는 모습은 그만큼 ‘리멤버’에 애정이 깊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제가 캐리어를 들고 아버지 남일호(한진희)에게 제 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나오는 장면이 정말 시원하다고 생각한 장면 중 하나에요.”
“남규만은 불쌍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해요. 결말이 참 찜찜하죠. 하지만 시청자의 입장으로 생각해보면 그 결말이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어요. 서진우(유승호)가 아버지의 죽음과 행복했던 기억을 갖고 있으면 그의 삶이 얼마나 우울하고 힘들었겠어요. 차라리 기억을 못하는 게 진우의 남은 일생에서는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극중 정혜성은 유승호(서진우 역)의 계산 아래 로맨스를 이루는 듯 보였으나 끝내 이루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 남동생이라 불리는 유승호와의 로맨스가 불발된 점에 대해 아쉬워하지 않았을까. 허나 이미 ‘리멤버’를 팬의 입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정혜성에게 중요한 건 로맨스가 아니었다.
“사실 진우라는 캐릭터는 아버지가 사형수로 들어가 사활이 놓였고, 모함을 당하거나 누명을 씌우고 있는 상태에서 저와 연애를 하면 진정성이 떨어지잖아요. 사건에 가지고 있는 진정성이 엄청나기 때문에 그 점이 떨어질까 저는 오히려 걱정을 많이 했어요. 두 사람 사이의 결말도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요. 훨씬 진정성 있어 보이지 않나요?”
드라마 속 남여경의 결말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오빠가 저렇게 된 건 모두 아빠 탓이다”라고 책망하며 프랑스로 도피하듯 떠난다. 비록 자신이 가진 검사의 위치에서 죄를 처벌하진 못했지만, 끝까지 도피하려 하는 자신의 오빠 남궁민과 아버지 남일호가 본인들의 죄를 온전히 깨우치길 바라는 마음은 숨기지 않았다. 그렇게 프랑스로 떠난 남여경에 대해서 정혜성은 “저 같아도 그랬을 것”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워낙 똑 부러지는 성격이기 때문에 뭘 해도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의견.
“남여경은 초반에 생각했던 자신의 사고방식과 많이 바뀌었어요. 항상 재판을 게임으로 생각하고 배팅하다가 마지막엔 결국 자신이 잘못됐다는 걸 느끼고, 자신의 오빠와 아빠의 결과를 본받아 똑바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끝까지 물들지 않고.”
지난해 MBC ‘오만과 편견’을 시작으로 ‘딱 너 같은 딸’ ‘블러드’ ‘오 마이 비너스’ ‘리멤버’까지 쉴틈 없이 달려온 정혜성. “쉴 틈이 없다”라는 필자의 말에 정혜성은 웃으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연기 활동 자체만으로 에너지를 받는 것처럼 그에겐 매 작품이 소중한 기회이자 추억인 셈.
“저는 저를 먼저 찾아주시는 감독님과 할 거예요. 작년부터 작품 활동을 해온 것들이 먼저 저를 캐스팅해주셔서 바로 들어갔거든요. 제가 뭘 한다고 하기 보단 감독님들이 제게서 뭔갈 보시고 연락하셨다고 생각해요. 제가 못할 연기를 주진 않으시리라 믿기 때문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까지 알려지고 싶기 보단 더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어요. 한 가지 이미지에 국한되고 싶지 않거든요. 청순함, 귀여움, 발랄함 등 어떤 연기를 해도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다 하고 싶어요.”
데뷔 3년차, 이제는 제법 배우로서의 길이 들었다고 할 수 있다. ‘소처럼 일한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혜성에게는 너무나도 확고한 순간이기도 하다. 차근차근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그에겐 아직 어떤 색도 입히기엔 아까운 배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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