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섬. 사라진 사람들’, 그리고 잊혀진 진실들

입력 2016-03-04 11:50  


[bnt뉴스 이린 기자] 간과해서도, 경시해서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014년 2월, 염전에서 수년간 감금당한 채 강제노역과 폭행, 임금까지 착취당한 믿을 수 없는 ‘염전 노예 사건’. 21세기 말도 안 되는 이 일이 픽션을 가미해 팩션으로 탄생됐다.

‘섬. 사라진 사람들’은 염전노예사건 관계자가 전원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이혜리 기자(박효주)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사건 현장을 모두 담은 취재용 카메라 역시 종적을 알 수 없이 사라져 미궁 속에 빠진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사건 목격 스릴러.

영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염전노예사건의 제보를 받은 공정뉴스TV 기자 혜리(박효주)가 카메라 기자 석훈(이현욱)과 함께 사건이 일어난 한 섬으로 잠입 취재를 떠난다. 이들은 염전 노예 사건 취재임을 숨기기 위해 소금 생산 과정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촬영으로 위장하면서 염전 주인의 가족들과 노예로 보이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섬 안의 사람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쉬쉬하며 점점 혜리와 석훈을 경계, 결국 입을 닫아 버리고 만다. 이때 혜리는 염전노예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로 보이는 상호(배성우)를 겨우 설득해 신고 하지만 결국 상호는 주인집의 폭력에 모든 사실을 부정한다.

관객들은 극중 혜리와 석훈의 시선대로 이들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같이 긴장하고 함께 호흡한다. 리얼함이 생명인 만큼 ‘섬. 사라진 사람들’은 극의 초반부부터 메이킹 영상 기법을 활용해 리얼함을 증대시켰다.


카메라를 들고 취재를 하는 석훈의 뒤를 쫓아 간 곳에는 이지승 감독이 뿌려 놓은 사건의 진실들과 마주하게 된다. 지난 2013년 ‘공정사회’로 통쾌한 한 방을 날린 이지승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한 ‘섬. 사라진 사람들’은 사라진 진실과 함께 잊고 있었던, 잊지 말아야 했던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점은 사건의 디테일한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 앞뒤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자신의 생각대로 밀고 나가는 혜리의 캐릭터 역시 약간의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섬. 사라진 사람들’로 연기변신을 꾀한 배우들의 연기는 실제를 방불케 한다. 용기있고 사명의식이 넘치는 기자 혜리 역을 만나 고군분투한 배우 박효주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에너지로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지며, 흥행 신화를 끊임없이 갱신하고 있는 믿고 보는 다작 배우 배성우는 ‘섬. 사라진 사람들’을 통해 첫 주연작으로 나섰다. 그밖에 배우 이현욱, 최일화, 류준열, 최귀화, 배유람 등이 열연을 펼쳐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러닝타임 88분. (사진출처: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 메인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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