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희경 기자] 이제는 국민 드라마라는 호칭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캐릭터들의 완벽한 활약은 시청률 30%를 목전에 두고 있는 ‘태양의 후예’에게 더욱 큰 날개가 되어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쁜이’라는 애칭을 얻은 송혜교는 외모와 버금가는 뛰어난 연기 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3월16일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 김원석, 연출 이응복 백상훈)에서는 우르크 대지진 이후 태백부대와 해성병원 의료팀 전원이 모두 함께 피해자들을 구출하는 장면이 긴박하게 그려졌다.
한 차례의 강진으로 인해 발전소 건물은 모두 무너져 내렸고, 부대와 의료팀은 신속하게 환자들을 구출해 치료에 전념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건물에 깔려 다치거나, 심한 경우 목숨을 잃게 됐다. 그 가운데 건물이 무너진 현장에서는 두 명의 생존자가 발견됐으나, 안타깝게도 한 사람의 생명만 살릴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거리는 꽤 멀지만, 그 사이에 있는 철골물이 관건. 철골물이 오른쪽 가슴을 관통한 외국인 노동자와 철골물을 지지대 삼아 콘크리트 더미에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작업반장은 생사의 기로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이에 유시진(송중기)은 강모연(송혜교)에게 “최종 결정은 의사의 판단에 따라 생존 확률이 가장 높은 환자를 구조한다”고 말하며 생사의 선택을 권했다. 강모연은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먼저 선택하라는 거냐. 둘 중 누굴 죽이고 누굴 살릴지”라며 충격 받은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 같은 강모연의 마음을 이해하듯 유시진은 “10분만 달라”는 그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작업반장은 콘크리트에 깔려 있음에도 “의사선생님 얼굴 보니까 하나도 안 아프다”며 장난스럽게 농담을 건넸다. 강모연의 지시에 따라 “아직은 멀쩡하지 않나”며 발가락에 힘을 주며 자랑스럽게 말했으나, 그의 발은 이미 감각을 잃고 괴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강모연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었으나 작업반장의 예리한 눈을 피하진 못했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타지에서 눈치로 살아왔다며 “저 친구를 살려라. 괜찮다. 나는 자식들 다 대학까지 보낸 사람”이라며 싱긋 미소 지었다. 강모연은 “최선을 다 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으나 눈에 고이는 눈물만큼은 숨길 수 없었다.
이어 서툰 한국말로 “아파요”를 연신 외치는 외국인 노동자의 상태도 살피기 시작했다. “마취제를 더 달라”는 그의 말에 “수술을 해야 하니 마취제를 더 줄 수 없다”며 그를 다독였다. 암묵적으로 그에게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강모연은 “손을 움직일 수 있겠냐”고 물었고, 노동자는 온 힘을 다해 피범벅이 된 손가락을 간신히 움직였다. 아직은 신경이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결국 강모연은 관통된 어깨에도 손가락이 움직이는 외국인 노동자를 살릴 수 있다고 판단, 유시진에게 이를 전했다. 신속하게 전달된 명령은 곧 한 사람의 생명을 양지로 끌어오는데 주력했다. 의료팀이 생존자의 목숨을 위해 달려드는 같은 시각, 유시진은 밖으로 나왔으나 눈을 뜨지 않는 작업반장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었다. 그는 반장의 몸에서 발견된 지갑 속 가족사진을 바라본 뒤 다시 그의 손에 쥐어주곤 결연한 의지로 그에게 마지막 경례를 전했다. 군인으로서도 쉬이 할 수 없는 희생정신에 존경심과 감사함을 드러낸 바.
긴 수술이 끝난 뒤 강모연은 회복실에서 회복되고 있는 환자의 상태를 체크한 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들의 상태까지 모두 살핀 강모연은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운동화를 선물한 노동자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운동화를 주며 “정말 고맙다”며 울먹였다. 이러한 강모연의 복잡한 마음을 이해하듯 그는 조용히 미소지었다.
겨우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던 강모연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망자 18명’이라고 쓰여 있는 칠판 앞에 초들에 불을 붙이고 잠시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이어 텅 빈 동공으로 재난 현장에 다시 찾아간 강모연에게는 꿈같은 환상이 펼쳐졌다. 모두가 끔찍한 재난을 겪기 전 행복했던 일상의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 것. 결국 강모연은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며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송혜교는 극중 강모연 역을 맡아 상황에 맞는 빠른 판단능력과 대처로 의사로서의 기질을 완벽히 갖고 있지만, 한 편으로는 여전히 익숙해질 수 없는 인간애에 대한 마음은 시청자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을 자아냈다.
한편 ‘태양의 후예’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사진출처: KBS ‘태양의 후예’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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