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예나 기자] 이따금씩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은 지독한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내 모든 노력과 정성을 그 아무도 모를 것만 같은 괜한 서러움이랄까. 지금 이 순간, 그러한 마음에 울적함이 밀려드는 당신이라면 여기 싱어송라이터 하늘해의 이야기를 꼭 읽어보길 권한다. 그 누가 뭐라 한다 해도 적어도 제 스스로만큼은 잘하고 있다 응원하고 다독여주길 바라면서.
최근 새 미니 앨범 ‘블렌드(Blend)’를 발매하고 bnt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하늘해는 “스스로 해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모든 결과에 대해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며 후회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앨범에 대해 그 어떤 평가를 받고, 반응을 얻든 저는 모두 수용할 수 있어요. 예전에는 없던 제 모든 것을 정말 다 보여준 앨범이거든요. 지금까지는 늘 부족함을 느꼈고, 아쉬움에 후회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 쏟아 부었기 때문에 결코 후회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발표한 ‘스물셋, 그오후’를 발표한지 1년 만에 새 미니 앨범이지만 사실상 이번 앨범 ‘블렌드’는 그가 지난 2012년 가을을 시작으로 무려 3년이란 시간이 걸린 대대적인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타이틀곡 ‘레이디(Lady)’를 비롯 ‘에어포트(Airport)’ ‘시베리안 레일웨이(Siberian Railway)’ ‘아무르 메이(Amur Bay)’ ‘미드나잇 파라다이스(Midnight Paradise)’ ‘매니 시즌스, 매니 씬스(Many Seasons, Many Scenes)’ 여기에 각각의 인스트루멘탈 트랙까지 모두 12곡이 실린 이번 앨범은 하늘해의 감성적인 목소리와 감미로운 멜로디 라인은 유지하면서도 사운드 메이킹을 기타리스트 전훈이 전담하면서 보다 차별화되고 세련된 앨범으로 탄생했다.
무엇보다 ‘블렌드’에서 “미니멀(minimal)”, 즉 아주 적은 최소의 간결함을 추구했다는 하늘해는 “이전 앨범들은 스케일만 너무 컸다. 음악적으로 장황했던 것 같다. 그래서 새로운 마음으로 이번 앨범 작업에 임했다. 스타일적으로나 사운드적으로 영(young)해진 것 같은 기분이다”며 웃음 지었다.
“사운드도 심플하게 만들고, 보컬 창법에서도 힘을 많이 뺐어요. 특히 프로듀싱을 전훈 씨에게 일임하면서 보다 보컬 적으로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제 음악을 계속 만들었다 보니까 정통 발라드 식의 창법이 저도 모르게 묻어 나오더라고요. 최대한 힘을 빼고, 코러스들도 다 빼서 보다 여유롭고 풍성한 느낌을 살려봤어요.”
“사실 제 음악들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올드하다는 평가를 받게 될까봐 두려움이 컸어요. 그래서 계속해서 새로운 걸 배우고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 과정을 통해 얻은 것들이 음악적으로 묻어나온다고 생각 하거든요. 의도적으로 집어넣기보다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 같아요.”
이 모든 노력의 이유는 단 하나, “대중적 사랑”에 있었다. 그는 “제 음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관심 받기를 원한다. 제가 직접 나서서 제 음악을 사랑해 달라 갈구하고 구애하기보다 제 음악을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음악을 들려드려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설명했다.
“제가 음악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끼란 끼는 다 부렸어요. 타이틀곡 ‘레이디’는 정말 치명적인 노래라고 생각해요. 전 제 스스로 ‘레이디’가 정말 잘 생긴 노래라고 자부하는데요. 제 음악에 빠져서 말씀 드리는 게 아니라 이렇게 매력 있을 수가 없어요. (웃음) 정말 제가 할 수 있는 대중적인 코드는 다 사용한 것 같네요.”
사실 이날 만난 하늘해의 조금은 지친 듯 보이는 얼굴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은 뮤지션으로서의 삶이 결코 만만치만은 않았다는 하늘해. 허나 그는 그 누구보다 현실에 대해 인지하고 끊임없이 노력했고, 이겨내려 애썼다. 그렇게 스스로와의 시간을 통해 성장과 발전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시간이 3년 이상 걸린 프로젝트잖아요. 누가 제게 투자해 주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고요. 그동안 리얼 사운드로 진행하다보니까 금전적으로도 많이 들어갔어요. 사람들은 제가 꽤나 부자인 줄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니에요. (웃음) 그 과정들을 돌이켜보면 제 스스로도 참 짠한 기분이 듭니다.”
“물론 그동안 ‘대박이 날거야’라는 허황된 환상을 갖고 작업해온 것은 아니에요. 그저 늘 제 안에 갖고 있는 아쉬움과 부족함을 극복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제 스스로 타협을 하면서 앨범 작업을 했습니다. 이번 앨범은 특히나 퀄리티 면에서만큼은 보다 확실하게 하고 싶었어요. 아까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말 그대로 자아실현 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후회 없다”는 말을 유독 많이 꺼내는 하늘해에게 이번 새 앨범에 있어서 가장 후회 없는 부분이 무엇인지 물었다. 잠시 숨을 고르던 그는 “모든 트랙들에 제각각의 색깔을 부여하고 그 안에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대답을 이어갔다.
“저는 곡을 쓸 때 제가 했던 음악과 비슷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한 번 썼던 재료를 또 사용하면 그게 곧 자기복제 하는 식이 되잖아요. 이미 한 번 사용했다면 또 다른 기조를 갖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변화를 추구하는 마인드가 생겼어요. 동시에 지금의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마인드도 생겼어요. 예전에는 연인 앞에서 터프한 척도 하고, 시크한 척도 하고 그렇게 꾸며냈다면 이제는 지극히 제 모습다운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죠. 그저 ‘이게 나예요’ 하는 식으로요.”
한 마디 한 마디 진정성이 녹아 있는 그의 대답들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의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진솔함을 더하는 듯 여겨졌다. 특히 “나를 나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에 격한 공감이 일었다. 사실 그보다 더 쉬우면서 어려운 일이 어디 있겠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일까.
하늘해는 앞으로 다양한 공연 활동을 통해 보다 대중들과 소통하기에 힘쓸 계획이다. 그는 “여러 가지 부담되는 것도 있다. 그래서 소소하게 시작해보려고 한다. 이제는 담담히 제 음악을 직접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그 부분에 갈증을 느낀다.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 하겠다”고 전했다.
“진정한 홀로서기 한 기분이에요. 혼자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조력자도 만날 거고 협업을 통해 또 한 번 성장하는 시간도 갖겠죠. 그렇게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 다져가면서 제 길을 걸어 나가고 싶습니다.”
“10년 넘는 시간동안 음악을 했는데 진정한 제 것이 없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물론 앞으로도 음악을 계속 하겠지만 이제 진정 제 음악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그 첫 번째 도전으로 공연이 되는 것이고요. 그렇게 관객 분들과 대면하면서 평소 걱정하던 직접적인 평가에 대해서도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네요.”
끊임없는 도전과 시도. 무엇보다 제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하늘해의 노력과 정성에 무한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10년이 넘는 시간이라는 것이 어디 짧은 시간이겠으며 한 길을 계속 걸어간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랴. 그 우직함 가운데서도 결코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쫓는 하늘해의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하늘해라는 사람 자체는 강렬한 카리스마나 해박한 지식을 주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전 저만의 편안함으로 다가가고 싶어요. 지치고 힘든 분들에게 음악으로 편안히 힐링 시켜줄 수 있는 역할 말이죠. 그렇게 따뜻한 노래를 부르고 싶고, 힘내라고 응원해 주고 싶습니다. 이번 앨범을 기점으로 또 다른 시작을 외칠 테니 많이 지켜봐 주시고 사랑과 관심 보내 주세요.” (사진제공: 초콜릿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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