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희경 기자] 약 1년 간 열혈 민초 분이로 살았던 배우 신세경은 분이의 진취적이면서도 능동적인 성향에 대해 부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허나 행동을 통해 보여준다는 모습은 분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수 서태지 ‘테이크 5’를 통해 본격적으로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지 어느덧 18년. 본인만의 길이 확고한 여배우였음에도 신세경은 여전히 풋풋하고 에너지 넘치는 노력을 품에서 놓지 않았다.
최근 bnt뉴스는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에 출연한 신세경과 인터뷰를 가졌다. 주연으로 들어가는 기존 미니시리즈 드라마와 다르게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이끄는 사극은 생각보다 체력적인 부담이 덜 했다며 미소 짓는 신세경의 얼굴에는 분명 거짓이 없었다. 허나 50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이끌어가는 만큼 긴장감을 함께 안고 가야 했던 사실은 솔직하게 드러냈다.
극중 신세경은 분이 역을 맡아 여섯 용 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이자, 자신에게 다가오는 달콤한 유혹의 손길을 모두 거절한 채 백성들의 편에서 모든 생을 바친다. “밥만 잘 먹게 해주면 일 잘하고 세금도 잘 낼 우리 마을사람들”이라는 말을 내뱉는 분이는 분명 정치적 이념을 지니고 있는 이방원(유아인)이나 정도전(김명민)과는 확연히 다른 캐릭터였다. 허나 초반의 강렬한 활약과 달리 중후반부로 갈수록 그 활약은 비교적 미미했다는 평. 신세경도 이 점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분이가 가진 목적을 마음에 품고 시작했고, 마지막까지 흔들림이 없었기에 캐릭터가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물론 행동의 변화가 보다 소극적으로 변할 수도 있었지만 그건 당연한 흐름이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인물과 관계가 생기기 전과 후의 상황은 확연이 달랐고, 초반의 분이처럼 마냥 때리고 불을 지를 수 없었잖아요.(웃음) 제일 중요한 건 분이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목적과 목표였죠.”
“사실 분이라는 캐릭터를 무대(브라운관)에 처음 세우면서 시청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이니 확실히 각인시키는 점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는 끝까지 분이가 분이이기를 바랬고, 다양한 인물들과 잘 섞이고 조화로운 모습을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신세경은 분이라는 캐릭터를 하나의 정답으로 묶기보다 “인간적인 감정이 많이 섞였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의 시선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올 것”이라는 포괄적인 말로 분이를 바라봤다. 스스로 연기했던 캐릭터임에도 평가하는 지점에 있어선 확실히 한 발 떨어질 줄 아는 자세는 확실히 흔히 볼 수 없는 부분이었다. 처음 분이를 만났을 때 “반했을 정도로 좋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밝히는 신세경은 분명 그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제가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작품을 선택한 적은 없거든요. 그게 목적이 되면 안될 것 같아서요. 좋은 대본과 작품에 매력을 느끼는 게 우선이고 나머지는 부가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분이는 대본을 접할 때부터 설레고 기대가 많이 되던 친구였어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갖고 있지 못하는 부분을 부러워하는 것처럼 제가 갖고 싶은 명목을 충분히 갖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간 진취적이고 두려움이 없는 여성 캐릭터는 많이 보였을지 몰라도 분이처럼 추진력을 갖춘 사람은 흔치 않을 것 같아요.”
오랜 시간 동안 배우 생활을 해온 신세경은 아역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입지를 다져왔다. 사극부터 시작해 시트콤, 판타지,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시청자들에게 뻔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보였다. 허나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는 평을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자신의 마음만큼 평가를 받지 못하는 자들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어쩌면 속상할 수도 있을 이야기들이지만 신세경의 진짜배기 속내가 드러난 대목이기도 했다.
“제가 의도해서 변화를 꾀한다고 해서 일이 술술 잘 흘러가리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조금씩 야금야금 제가 해나가는 능력차를 늘려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아직 제 스펙트럼이 넓다고 생각할 수도 없고요.”
“제 이미지 속 상업적이고 계산적인 부분은 배우 라이프를 계산해 봤을 땐 사실 지나가고 있고, 어느 정도는 이미 지나갔다고 봐요. 그건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어떤 과정을 겪었든 그 시간을 보낸 건 사람들의 시선과 무관한 제 인생의 페이지잖아요. 지금의 연기를 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에 도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스물일곱, 그야말로 제대로 꽃다운 나이를 보내고 있는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스스로를 컨트롤 하는 부분에 있어 미약하다는 점이었다. 소위 ‘소처럼 일하는 배우’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원하는지, 제대로 휴식을 갖기를 원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단순히 배우라는 직업에 만족도를 위해 알고 싶기 보단 타인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맺기 위해 필요한 도구라고 생각한다는 그. 신세경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른스러웠고 성숙했다.
“제가 분이를 연기하며 느낀 점은 제 목표를 달성하고 욕심을 해소했다고 말하기 보단, 스스로 모니터링을 하며 느꼈던 문제점이나 단점을 오답노트처럼 기록할 수 있었다는 거죠. 다음에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말이죠.”
“30대는 생각보다 금방 올 거 같아요. 어떤 배우가 될지 예상은 못 하겠지만 지금처럼 차근차근 한다면 보다 성장해있지 않을까요?(웃음) 제 필모그래피를 봤을 때 상업적인 부분에서 부족해서 퇴보라는 말을 듣더라도 제 마음가짐만 성실하게 유지될 수 있다면 그건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신세경이 대중들에게 평가받고 싶은 점은 아주 소소했다. 지금 당장의 성과가 눈에 띄지 않더라도,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돌이켜 봤을 때 ‘그래도 꾀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살았구나’라는 평.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연예계에서 신세경의 바람은 어쩌면 너무나 순수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필자는 꾀부림이 없는 그 빼곡한 오답노트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사진제공: 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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