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트리플9’, 총보다 강렬한 심리전

입력 2016-04-08 18:23  


[bnt뉴스 김희경 기자] 사회의 음지 속에 존재하는 마피아와 그들을 처치하려는 정의의 형사 구도는 일찍이 다양한 영화를 통해 그려진 바 있다. 허나 음지와 양지가 만나는 그 찰나의 접점을 오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색다르다. 그래서 ‘트리플9’가 하고자 하는 말은 특별하다.
 
영화 ‘트리플9’(감독 존 힐코트)는 불가능한 마지막 범죄를 계획하는 마피아와 이를 실행하려는 범죄 조직, 그리고 그들을 막아서려는 형사들의 숨막히는 서스펜스를 그린 범죄 스릴러.
 
범죄 드라마의 가장 어려운 점은 액션을 넣되 혼잡하지 않고 암울한 이야기를 끌고 가되 분위기를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 극 초반 마이클(치웨텔 에지오포), 러셀(노만 리더스), 마커스(안소니 마키), 게이브(아론 폴), 조지 로드리게스(클리프톤 콜린스 주니어)가 은행을 습격하는 장면은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관객들의 집중력을 잃지 않게 만든다. 또한 개연성이 유지된 채 흐르는 빠른 전개는 영화 속 캐릭터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게 만들기도.
 
영화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보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위해 범죄를 시행하는 조직 보스와, 오로지 돈을 위해 매달리는 형사, 그리고 그들의 뒤를 쫓는 또 다른 형사들의 모습은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그려진다. 사람을 죽이면서도 자신들의 사람에겐 한없이 약하고, 정의의 담장 안에 있지만 그 속의 동료를 죽이기 위해 함정을 파는 캐릭터들의 심리 또한 치열하다.

 
크리스(케이시 애플랙)의 정의감은 다소 무리가 있게 느껴지지만 나름의 개연성을 끌어안고 간다. 허나 크리스의 삼촌이자 총괄 형사 제프리(우디 해럴슨)의 병적인 조카 사랑은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두드러지며 크리스의 정의감보단 제프리의 ‘조카 바보’ 면모만이 남게 된다. 결국 크리스의 정의감보단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금수저의 모습이 느껴지는 바.
 
‘트리플9’ 속 마피아와 형사는 겉으로는 서로에게 총을 겨누지만, 실제 깊은 뿌리 속에 묘하게 얽혀있는 관계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누군가에게 들킬까 조바심을 갖고 이리나(케이트 윈슬렛)을 만나는 마이클의 시선에는 돈가방을 품에 안고 있는 FBI의 모습에 허탈한 얼굴을 보이기도 한다.
 
‘더 로드’ ‘로우리스: 나쁜 영웅들’의 메가폰을 잡았던 존 힐코트 감독은 현실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애틀랜타를 배경으로 삼아 범죄가 횡행하는 모습들을 보다 날 것의 이미지로 담는 데 성공했다. 실제 영화를 위해 범죄조직을 촬영장에 데리고 와 그들의 조언을 받았던 존 힐코트의 안목은 성공적이었던 셈.

 
각 캐릭터들의 활약 또한 더할 나위 없다. 이미 헐리웃에서 연기력을 인증 받은 케이트 윈슬렛과 치웨텔 에지오포, 노만 리더스, 안소니 마키, 아론 폴, 케이시 애플렉, 우디 해럴슨 등은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동시에 그간 다른 작품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들을 하나씩 보여줬다. 특히 ‘타이타닉’으로 국내 팬들에게 인지도를 얻었던 케이트 윈슬렛은 청초한 첫사랑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강렬하고 섬뜩한 마피아의 여보스로 등장해 많지 않은 분량에도 시선을 빼앗는 신 스틸러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였다.
 
한편 ‘트리플9’는 20일 개봉. 러닝타임 115분. (사진출처: 영화 ‘트리플9’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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