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델 전수민, 나만의 미래를 그리다

입력 2016-04-29 11:46  


[배계현 기자] 수명이 짧은 축에 속하는 모델이라는 직업으로 길다면 긴 시간을 보낸 10년차 모델 전수민을 만났다.

국내 모델에게는 꿈이라고 할 수 있는 해외 시장까지 빠른 시간 안에 닿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지닌 특별함이 한 몫 하지 않았을까. 그 특별함은 페이스일 수도, 몸매일 수도, 표현력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그 어떤 면 하나도 특별하지 않은 구석이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대 위 카리스마를 내뿜는 모델임과 동시에 아침이면 필라테스를 가르치는 강사로, 주말이면 편집샵의 마케터로 그리고 틈틈이 영상을 배우고 있는 그의 하루는 짧기만 하다.

늘 현재보다 더 먼 미래를 그리고 있는 그는 훗날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는 그가 꿈꾸는 미래를 들어보자.

Q. 촬영 소감 한 마디.

편하고 캐주얼하고 즐거웠다.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됐는데 잘 나온 것 같다.

Q. 2016 F/W 패션 위크가 끝나고 근황은.

3월에는 정말 친구들도 못 만나고 미팅이랑 피팅만 하다 시간이 다 갔다. 그 이후에는 만나고 싶었던 친구들도 만나고 다시 운동도 하면서 지내고 있다.

Q. 이번 쇼에 꽤 많이 선 걸로 알고 있다.

8~9개 정도 되는 것 같다. 사실 몇 개를 서냐 보다는 어떤 쇼에 어떤 의상을 입는 지가 중요한 것 같다. 신인 때는 20개 이상씩 섰는데 아무래도 연차가 쌓이다 보니 페이도 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Q. 유난히 애정을 갖고 있는 무대가 있다고.

제인송. 데뷔 때부터 10년째 무대에 섰다. 많이 배우고 많이 얻은 브랜드다. 매니시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꾸민 느낌인데 걸리시와 보이시의 느낌을 모두 가졌다.

Q. 해외 활동을 오래했다고 들었다.

4년 반 정도 영국, 독일, 덴마크를 돌아다니면서 활동했다. 사실 한정된 스탭과 작업을 하다 보니 조금 지루한 점도 있었는데 우연히 해외 에이전시에서 콜이 왔다. 그렇게 밀라노를 시작으로 근방에서 활동을 했다.

Q. 국내 모델들은 해외 진출이 꿈이기도 한데.

2009년도에 나갔는데 그때만 해도 아시아인 모델들이 많이 없었다. 국내에서도 촬영은 많이 했었는데 실패하더라도 안 해본 일을 하고 싶어서 무작정 나갔다. 해외 시장에 다녀오니까 모델로서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직업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 같다.

Q. 욕심나는 쇼가 있다면.

아직까지 파리에서는 활동을 안 해봤기 때문에 관리를 잘해서 파리 패션 위크에 서보고 싶다. 샤넬, 디올과 같은 메가쇼에 도전해 보고 싶다.


Q. 벌써 10년차. 키가 커서 자연스레 모델이 된 건가.

원래 지방에 살았다. 처음에는 엔터테인먼트에서 캐스팅이 됐는데 해외 모델 쪽으로 활동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주셔서 모델 에이전시를 찾아 일을 하게 됐다.

사실 모델 시작하기 전까지 피아노를 15년 정도 쳤다. 원래는 음악을 전공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공부도 전교 등수에 들 정도로 꽤 잘한 편이라 부모님과 갈등이 조금 있기도 했다. 모델을 하면서도 3시간 정도밖에 못 자면서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 그때 그렇게 생활했던 패턴이 있었기에 지금도 다양한 것들을 배우면서 생활할 수 있는 것 같다.

Q. 사실 요즘 모델은 다양한 분야로 역량을 넓히는 경우가 많더라.

모델이 나를 이끌어준 것은 맞지만 모델로서만 나 자체를 보고 싶진 않다. 모델은 내 삶의 일부이고 일 외에도 오전에는 필라테스 강사로 활동을 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도 좋아해서 연기도 배우고 제작 수업도 듣고 있다. 어렵긴 하지만 내 자신이 풍부해지는 걸 느낀다. 멀리 본다면 훗날 영화를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다. 당연히 옷도 좋아하고 스타일링도 좋아해서 주말에는 취미삼아 편집샵 쇼룸에서 PR, 마케팅도 하고 있다.

Q.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겠다.

필라테스와 요가 같은 경우 모델로 자리를 잡고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은 자리가 잡혀서 여유롭게 할 수 있다. 해부학 공부도 포함되는데 하면할수록 재미있다. 30대가 되어도 계속할 수 있는 제2의 직업이지 않나.

Q. 혹시 더 이상 모델로서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봤나.

디자이너 선생님들이 쇼에 불러줄 때면 그래도 아직 쓸만한가보구나 생각하기도 한다. 정말 여러 가지 모델이 있지 않나. 저번 달에 단독 CF를 찍었다. 당연히 광고는 전형적으로 예쁜 사람이 찍는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캐스팅이 된 걸 보고 요즘 생각에는 나중에 CF, 독립영화로 역량을 넓혀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Q. 활동하면서 가장 뿌듯했을 때는.

유럽 거주 후 마지막으로 뉴욕으로 향했다. 에이전시를 쭉 돌았는데 생각보다 콜이 많이 들어왔다. 그때 유명한 해외 에이전시인 포드에서 나를 보자마자 바로 계약하고 싶다고 하더라. 수속을 마치고 시즌이 되어 뉴욕으로 갔는데 전 세계 톱모델들이 거주하는 호텔식 아파트를 제공해줬다. 그때 정말 감사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Q. 워낙 어린 나이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힘든 점은 없었나.

어느 직업이나 사람 관계가 가장 크지 않을까. 예전에는 기대한 만큼 실망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좋은 부분만 느끼려고 한다. 그리고 이상하게 고등학교 때부터 독립적인 성격이었다. 자유로운 게 잘 맞았는지 해외에서도 외롭지 않았다. 스트레스에 좀 무딘 편이랄까.

Q. 이번에 찍은 CF는 어떤 건지.

네이버에 규모가 상당히 큰 중고나라 카페 광고다. 원래 광고가 없었는데 5월부터 티저 광고를 시작으로 TV에도 CF가 나온다. 단독 촬영이었는데 정말 신기한 게 모델 몸매에 포커스가 된 게 아니라 얼굴 앞모습, 뒷모습이 중심으로 나온다. 새로운 세계를 맛 본 셈인 것 같다. 

Q. 인기가 정말 많아지겠다. 이런 기회도 모델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로 인해 그 사람의 삶도 배울 수 있고. 그리고 최근 CF 촬영처럼 다양하게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분위기를 조금 바꿔 보자. 키가 커서 남자 만나기 힘들지 않나.

어려움은 크게 안 느낀다. 키가 엄청 큰 사람 보다는 비슷한 사람이 좋다. 176cm~183cm 사이의 남자들을 주로 만났다. 어릴 때는 같은 직업인 모델도 한 번 만났는데 이후에는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 관련 분들을 만나게 되더라.

Q. 간혹 몸매관리가 필요할 때는.

원래는 운동을 계속 해도 몸이 잘 안 바뀌더라. 필라테스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내 몸에 대해서도 전문적으로 알게 되니까 교정이 많이 됐다. 이틀에 한 번 정도는 필라테스나 요가를 꼭 한다. 뉴욕에 있을 때는 워낙 말라야 했어서 식단 조절과 핫요가를 매일 한 시간씩 했더니 체중 감량이 되더라.

Q. 모델로서 전수민의 차별점이 있다면.

작은 일이라도 멀리 보려고 한다. 모델 이외의 일에도 시간을 잘 투자하고 결실을 맺는 것이 내 차별점 아닐까. 크게 직업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고 싶어 하는 성격이라 훗날 필라테스 강사를 하면서 내 쇼룸도 만들고 영화도 찍고 싶다.

Q. 모델이 되고 싶어 하는 친구들에게.

도전해보면 좋을 직업이다. 톱모델에 대한 욕심보다 다양한 경험, 다양한 인물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다.

Q. 그렇다면 해외 진출을 목표로 삼는 모델 후배들에게 팁을 준다면.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은 많이 다르다. 요즘 국내 시장은 키에 대한 제한도 다소 완화되고 끼가 많으면 활동의 기회가 많지만 해외 시장은 그에 비해 조금 까다롭다. 몸매 관리라든지 애티튜드, 언어 등의 준비가 잘 되어야 하기 때문에 차근차근 준비해서 현장을 느끼고 왔으면 좋겠다. 단, 꼭 톱모델이 돼야지라는 생각보다 내 삶에 경험이 된다는 생각으로 차분하게 준비해서 모두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Q. 앞으로 10년 더 일을 하고 싶다고. 어떤 모델로 남고 싶은지.

한 시즌 유행 타는 모델보다 꾸준히 오래 남는 모델이고 싶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의 위치보다는 무대를 내려왔을 때 좋은 친구라고 남을 수 있는 건강한 모델이고 싶다. 

기획 진행: 배계현
포토: bnt포토그래퍼 김태양
의상: 비욘드클로젯, 그리디어스, 곽현주 컬렉션
선글라스: 리에티
슈즈: 스프리스, 나무하나, 지니킴
헤어: 크로체나인 이지윤 실장
메이크업: 크로체나인 오희진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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