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테슬라의 마중물 전략, 성공할까

입력 2016-05-02 11:05  


 전기차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테슬라의 전략은 과연 성공할까? 최근 테슬라의 전기차 행보를 두고 나오는 말이다. 전기차 시장을 개척하고, 기존 완성차업체가 따라오도록 만드는 게 테슬라의 전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성공적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완성차업계에선 엘론 머스크가 전기차 사업을 지속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크지 않다. 이유는 자동차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테슬라 홀로 전기차 사업을 밀고 나가는 것은 위험성이 너무 큰 데다 기존 대형 내연기관차 회사가 전기차에 뛰어들면 가격 등의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서다.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는 테슬라와 달리 기존 완성차업체는 내연기관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마음만 먹으면 전기차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어서다. 다시 말해 가격 경쟁력으로 테슬라를 압박하면 존재감을 낮출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전략을 '마중물'로 보고 있다. 펌프에서 물이 잘 안 나올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붓는 물을 테슬라로 본다는 의미다. 테슬라가 전기차 혁신을 주장하며 시장을 선도하면 기존 내연기관차가 따라올 것이고, 덕분에 시장이 만들어지면 테슬라를 필요로 하는 대형 내연기관차 기업이 테슬라 인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테슬라 입장에선 어떻게든 전기차 시장을 만드는 게 우선인 만큼 파격 마케팅이 필수라는 뜻이다.

 실제 테슬라 마중물 전략의 성공 조짐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전기차의 용도로 근거리를 표방하던 완성차회사가 1회 충전 거리를 대폭 늘린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어서다. GM이 순수 전기차 볼트(BOLT)에 60㎾h의 고용량 배터리를 적용해 주행거리를 320㎞로 늘렸고, 포르쉐 또한 오는 2017년 1회 주행거리가 400㎞에 달하는 미션E 순수 전기차로 시장에 참여할 계획이다. 게다가 포르쉐는 충전 시간도 15분이면 배터리의 80%를 채울 수 있도록 설계할 방침이다. 이외 닛산과 현대차 등도 향후 배터리 용량을 키운 순수 전기차로 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테슬라의 마중물 전략이 서서히 먹혀드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전기차 확산 속도에 대해선 여전히 '점진적'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오는 2020년 1,045만대에 달한다.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판매 8,900만대가 2020년까지 유지된다 해도 비중은 11%에 머문다. 하지만 글로벌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완성차 판매는 1억600만대가 예상된다. 이 경우 전기차 비중은 9.8%로 10%를 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확산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나라별로 내연기관 산업 구조를 바꾸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에너지 변환에 따른 인프라 구축 또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전기차 혁명은 점진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의 마케팅 전략은 마중물 외에 펌프에서 물이 나오는 속도를 높이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전기차를 자동차가 아닌 IT 디바이스로 부각시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 박재용 소장은 "테슬라는 시장을 선도해야만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다른 자동차회사와 달리 내연기관 수익이 없는 만큼 EV의 빠른 확산을 기대하지만 에너지는 산업 인프라를 바꾸는 것이어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결국 시장을 빠르게 바꾸려는 테슬라와 최대한 변화를 늦추려는 기존 자동차회사의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빠른 변화 vs 점진적 행보', 옆에서 지켜 보는 것도 흥미롭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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