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그룹 산하 스코다가 연내 국내 진출을 미룬다. 제품 가격을 두고 판매사와 수입사의 간극을 여전히 좁히지 못한 데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문제가 겹친 탓이다.
3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당초 스코다는 올해 7월 진출을 목표로 국내 사업 구상을 마쳤다. 실제 지난해 관련 인력을 발탁하는 등 국내 진출 계획을 가시화했으며, 이어 서울시내 모처에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판매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설명회에 참가한 기업은 현재 BMW 판매사 코오롱과 재규어랜드로버 판매사 아주네트웍스, 아우디 판매사 고진모터스와 폭스바겐 판매사 지엔비오토모빌 등으로 알려졌다.
스코다가 국내 진출하는 이유는 폭스바겐그룹의 세력 확장과 무관치 않다. 현재 폭스바겐을 필두로 아우디,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의 승용차 브랜드와 만(MAN), 스카니아 등의 상용차, 이륜차에서는 두가티가 국내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것. 여기에 최근 유럽에서 가격과 상품성을 다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스코다를 영입해 그룹 전체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아우디코리아의 요하네스 타머 사장이 그룹 내 브랜드(포르쉐 제외)를 관장하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로 자리를 옮기며 스코다에 대한 지원 태세를 갖췄다.
올초 스코다는 한국 시장을 서울 강남·대전·강원도 원주와 서울 서초·경기도 분당·인천, 부산·대구·광주 등 3개 권역으로 나누고, 한서모터스, 위본모터스, 지엔비오토모빌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했다. 이들 업체는 모두 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사(한서, 위본-아우디/지엔비-폭스바겐)로, 브랜드 간 부품 공유가 가능해 그룹 내 시너지를 감안한 포석이다. 여기에 지난 3월 스코다의 제품기술부문 홍보 담당자가 제네바모터쇼 현장에서 연내 진출과 현대·기아차와 직접 경쟁할 것이라는 소식을 직접 알려 한국 상륙을 기정사실화 했다.
그러나 스코다의 연내 진출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것이 중론이다. 올해 초 선정된 우선협상대상 판매사들이 가격에 끊임없이 의문부호를 보내고 있는 것. 스코다는 폭스바겐 산하라는 점을 빼면 인지도가 경쟁 수입차와 비교해 떨어지고, 유럽에서도 폭스바겐 아래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폭스바겐과 스코다 주력 제품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가격 정책은 지난해 설명회에서도 제기됐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도 인식의 간격이 좁혀지지 않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판매사들은 진출 초기 판매 확대를 위한 전략적인 가격 정책이 부재하다면 굳이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중이다.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도 스코다의 진출을 어렵게 만들었다. 최근 폭스바겐이 미국 내 보상 문제를 타결 지은 것과 반대로 국내에선 단순 사과문 정도만을 발표, 대응이 미비하는 비판이 적지 않다. 여기에 국내 리콜 계획서 역시 정부 기준을 맞추지 못해 반려된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리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준비하는 일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폭스바겐은 오는 6월2일 개막하는 부산모터쇼의 프레스 컨퍼런스를 포기, 최근 이슈를 둘러싼 부담이 크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다만 동일 동력계를 사용하는 아우디는 중심 이슈에서 조금 벗어나 있고, 국내 기반이 비교적 잘 형성된 덕에 모터쇼 참가는 물론 프레스 컨퍼런스도 이뤄진다. 하지만 시장 진입을 앞둔 신생 브랜드인 스코다의 경우 진출도 전에 부정 이슈에 매몰될 우려가 적지 않아 결국 모터쇼 참가가 무산됐다. 따라서 사태가 어느 정도 해결돼야 다시 진출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논란은 있었지만 이미 직원 채용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진출 일정 조율만을 남겨두는 등 스코다의 국내 상륙은 이미 기정사실화돼 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폭스바겐 디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폭스바겐은 물론 그룹사도 부담이 적지 않았고,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어야 하는 스코다의 경우 더 민감하게 다가와 진출 시기가 올 연말 이후로 늦춰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현 상황에 대해 스코다는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스코다 관계자는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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