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물건이 재래시장과 백화점에 있을 경우 가격은 어떻게 다를까? 품목, 또는 유통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백화점이 가장 비싸고, 재래시장이 저렴한 것으로 인식돼 있다. 물론 이유는 간단하다. 제품은 같아도 편리하게 주차하고, 고급스러운 공간에서 깍듯한(?) 서비스를 받는 백화점은 물건 가격에 서비스 비용이 포함될 수밖에 없어서다. 그래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진리처럼 통하기도 한다. 판매 직원이 고개를 숙이며 소비자의 자존감을 세워주는 것 또한 결국 소비자 스스로 지불하는 비용의 보상이라는 뜻이다.
반면 주차도 어렵고, 설령 하더라도 소비자가 주차료를 내야하고, 비가 오면 옷이 젖을 수도 있는 재래시장은 제품 가격이 저렴해야 정상이다.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비용 등이 배제돼 있어서다. 최근 재래시장의 시설이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두 곳에서 파는 제품의 가격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그런데 백화점이든 재래시장이든 유통점을 찾는 소비자에겐 비슷한 특성이 하나 있다.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어하는 심리다. 여러 백화점 가운데서도 저렴한 곳, 재래시장에서도 싼 곳을 찾아 나서는 이유다. 그래서 유통점 간의 가격 경쟁이 일어나고 점포 선택은 절대적으로 소비자의 몫이다.
자동차 이야기에 백화점과 재래시장의 차이를 떠올린 이유는 국내 수입차 서비스 때문이다. 얼마 전 정부가 비싸고 거리가 멀어 찾아가기 불편한 수입차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며 대책을 내놨다. 쉽게 정리하면 수입차 보유한 사람들이 서비스 받을 때 공식 서비스센터와 가까운 동네 수리점 모두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 동안 장소도 많지 않고 가격도 비싼 공식 서비스점을 이용해 온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동네 정비소가 수입차 정비를 위한 장비를 요청하면 수입사가 공식 서비스센터와 차별 없이 공급해주고, 사용 방법도 원하면 해줘야 한다는 게 골자다. 만약 수입사가 요청을 거부하면 정부가 이행 명령을 내리고, 그래도 버티면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도록 했다.
정부의 제도 취지는 간단하다. 수입차 정비점도 한 마디로 재래시장과 백화점 같이 나누겠다는 취지다. 그 동안 수입차를 공식적으로 판매하는 고급 백화점(공식 서비스센터)에만 부품이 공급됐다면 앞으로는 같은 가격으로 할인점도 주고, 재래시장(동네 카센터)도 외면하지 말라는 조치다. 더불어 고장 원인을 찾는 진단기는 물론 작동에 필요한 조작법도 재래시장 상인이든, 백화점이든 동일하게 교육하라는 뜻이다. 결국 유통점처럼 수입차 소비자도 동네 카센터를 가든, 공식 서비스를 가든 선택에 따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를 열어놨음에도 수입차를 정비하겠다는 동네 카센터는 많지 않다. 일반 정비사업자 또한 실리적 판단이 필요해서다. 자신이 보유한 점포 주변의 수입차 상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수입차가 많은 곳이야 장사가 되겠지만 없는 곳은 불필요한 투자가 되기 십상이다. 제도로 소비자 선택을 열어놨다면 정비 사업자 역시 수입차 정비 선택권이 부여된 만큼 판단은 사업자의 몫이다. 이를 두고 '왜 하지 않느냐고'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지금의 수입차 시장을 보면 동네 정비사업자가 대중적으로 뛰어들기는 아직 쉽지 않다. 전체 2,100만대의 운행자동차 중에서 수입차는 130만대에 머물고 있어서다. 게다가 130만대 중에는 보증수리 기간에 해당되는 차도 적지 않고, 이들은 공식 서비스센터 이용율이 높다. 업계에선 보증수리 기간이 끝난 수입 승용차를 70만대 정도로 보는데, 이 또한 같은 수입사가 결코 아닌 만큼 사업자가 여러 수입사의 장비를 모두 구입하기란 현실적으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수입사가 먼저 적극 대처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동네 정비사업자가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서기 전에 수입사가 먼저 이들을 찾아 협력해야 한다고 말이다. 비록 동네 카센터를 찾으려는 수입차 보유자가 많지 않고, 여전히 백화점 매출을 지원해야 하는 게 수입사라 해도 소비자 불편이 있다면 해소에 나서야 하는 게 기업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실례로 강원도 전체에 단 두 곳의 서비스센터만 운영되는 수입사도 있는 만큼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선 두 곳 외에 수입사가 동네별로 협력점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물론 최근 수입사마다 서비스 네트워크 확장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에게 확대되는 정비점은 '백화점'이 전부이고, 재래시장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백화점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재래시장을 찾아가려는 소비자도 적지 않은 데도 말이다. 그래서 정부가 통로를 열어놓았으니 이제는 수입사가 소비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차례다. 그래야 수입차의 대중화가 실현된다. 그렇지 않으면 손쉽게 어디서든 서비스 간판이 보이는 국산차로 시선을 다시 돌릴 수도 있다. 그리고 국산 제조사들은 이런 약점을 이미 파고들기 시작했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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