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날것 그대로의 존재’ 배우 최재환

입력 2016-05-12 16:38  


[조원신 기자] 흔한데 익숙지 않은 이름 세 글자였다. 그렇게 최재환을 마주했다. 작품을 통해 숱하게 봐왔던 그의 수많은 얼굴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스쳐 지나갔다. 배우 최재환의 연기는 그렇게 살아 있는 날것 그대로의 존재였다.

‘최재환’이라는 이름 석 자 만으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가 적지 않을 터. 하지만 그는 어느덧 10년 차를 훌쩍 넘긴 베테랑 배우이다. 또한 그의 얼굴을 본다면 세대를 막론하고 웬만한 배우들보다 더욱 더 뇌리 속 깊이 그의 얼굴이 남아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이름을 알리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요즘 연예인의 행보와는 다르게 정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려는 그는 천상 배우였고 겉으로 들어나지 않는 그 몸집이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있었다.

배우 최재환과 bnt의 화보 촬영은 그의 연기처럼 물 흐르 듯 진행 됐다.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내면 깊은 곳 어딘가에서 꺼내온 날것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었다.

촬영 중 마음에 들었던 콘셉트

두 번째.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에서 맡았던 배역들과 가장 상반된 모습이라서.

배우의 꿈을 갖게 된 계기

어떤 영화 한 편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든가 롤모델이 있어서 배우가 되겠다던가 하는 건 없었다. 유년시절에는 운동을 또래보다 곧 잘 해서 중학교 때까지 축구선수가 꿈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운동선수를 하기엔 덩치가 너무 작은 걸 느끼고 심판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옆에서라도 볼 수 있으니까(웃음). 그래서 경기 지도학과 같은 걸 알아봤는데 부모님은 공무원과 같이 안정적인 삶을 바라셨다. 하지만 내가 시골 학교에서 성적이 중간 보다 조금 위였으니까 경찰 행정이나 법학과 같은 곳은 갈 수가 없었다. 그런 고민을 하던 와중에 어렸을 때부터 드러났던 나의 끼를 친누나가 발견하고 권유하여 도전하게 됐다.

배우가 되기까지

일단 서울예대 영화과는 수능 점수보다 실기 위주라고 들어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원서를 넣었지만 보기 좋게 떨어졌다. 보통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삶에서 떨어진다고 하면 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도전하고 싶었고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런 탓인지 떨어져서 좌절하기 보다 되레 희망이 커져서 연기학원을 등록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6~7개월 가량이 지났을 때 현장학습으로 보조 출연을 나갔었는데 내가 배운 것과 너무 다르더라.

장조, 단조, 발성 이런 것만 배우다가 실제로 현장에서 해야 되는 건 ‘안녕하세요?’나 ‘자장면 시키셨나요?’와 같은 너무나도 일상적인 대화이다 보니 진짜를 배우고 있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사용하는 말과 같이 진짜 날것에 가까운 연기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주구장창 보조 출연을 나갔다. 밥도 먹지 못 하고 돈도 없었지만 너무 재밌었다. 그러던 중에 나의 끼가 발산 됐고 눈여겨 보신 조감독님을 비롯 현장 관계자 분들이 어느 날 현장에서 단역의 연기를 나에게 주문 했다. 그런데 내가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었나 보더라.

그런 것들이 조금 씩 소문이 나고 주변에서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다. ‘얘 단역이지만 되게 잘 한다’라고. 또 스스로 명함을 파서 마치 나이트 웨어터 처럼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방송 관계자들에게 열심히 돌렸었다. 프로필 사진을 넣고. 단역이지만 출연 경력과 연락처를 적고. 지금 생각해보면 누구를 줬는지도 모를 정도로 열심히 돌렸던 것 같다.

재수 목적으로 했던 건데 하다보니 결국 학교에는 가지 않게 됐다. 이건 단순히 학론을 배운다던지 어떤 연기 방법론을 배우는 실전 주의라든지. 이런 것들이 나에겐 너무 먼 얘기였고 당장 내 앞에 있는 ‘안녕하세요?’와 같은 일상적인 대사를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당시를 떠올리면 가장 배고픈 시절임에 동시에 상상과 이상으로 가장 풍족한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잊지 못 할 에피소드

이민기, 최정윤, 송하윤, 이선균과 함께 드라마 ‘베스트극장 – 태릉선수촌’에 캐스팅 됐다. 원래는 한 부씩 단막극으로 나오는 건데 그 당시에는 이상하게 8부작이었다. 출연을 확정 짓고 스케줄을 소화하던 와중에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게도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캐스팅 됐고 연이어 ‘비열한 거리’에 캐스팅 됐다.

다시 없는 기회라 여겼던 나는 무리하게 촬영을 병행했고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비열한 거리’에서 터널 봉고차 액션 장면이 있었다. 대규모였고 실제로 촬영 기간만 일주일이었는데 ‘태릉선수촌’과 촬영 기간이 겹친 거다. 태릉 측에서는 무조건 오라고 했고 나는 비열한 거리를 위해 조율을 해달라는 입장이었다.

조율이 안 되는 상황에서 어린 마음에 정말 어리석게도 전화기를 꺼놓고 태릉선수촌 촬영장에 가지 않았다. 이후 촬영이 끝나고 음성 메시지 함을 통해 40여개의 음성 메시지가 온 것을 확인했다. 수만가지 감정이 느껴지는 음성 메시지를 듣고 정말 죄송했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놓고 우선순위를 정했을 때 영화라고 생각했기에 그쪽에 더 맞췄었다. 결국 그날 촬영은 못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대본에 나와 있는 분량까지 촬영을 한 뒤 영화 탓에 6부에서 하차하게 됐다.

요즘 그런 경우가 드물지만 예전에는 사실 촬영장에서 감독님이 하늘에서 별을 따오라고 하면 따야 되는 줄 알정도로 절대적인 존재였다. 당시 이윤정 감독님이었는데 너무나도 쿨 하게 영화를 잘 찍으라고 하며 보내주셔서 아직까지도 감사하다.

우여곡절 끝에 출연하게 된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

사무실도 없는 어린 친구가 홀로 세 작품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거였다. 특히 ‘비열한 거리’와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같은 경우는 스케줄 시간도 겹치고 장소는 서울과 부산이었다.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당시 ‘비열한 거리’의 조감독님이 ‘말죽거리 잔혹사’로 인연을 맺어 알고 지내던 형님이라 이런 기회가 다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 사정을 했었다. 주연 바로 다음 역할이었으니까. 60씬을 나오는 역할이었는데 지금의 나로서도 맡긴 어려운 배역일 정도였다.

조감독님께 울며불며 매달리는 와중에 유하 감독님의 귀에 들어가게 됐고 전화가 왔다. 내 얘기를 들었고 내가 만약 타 영화에도 출연을 원한다면 나를 어떤 장면에서 죽여주겠다고. 하지만 감독으로서도 그렇고 인생선배로서도 눈앞에 있는 달콤함이 나중에는 큰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사실 캐스팅 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던 일인데 이렇게 직접 전화를 주셔서 기회를 주신다고 생각하니 오만 것들이 다 스쳐지나가더라. 그렇게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포기하고 ‘비열한 거리’에 올인하게 됐다.

또한 엔딩에 시나리오 상에는 내가 조인성 형을 칼로 찌르는 게 아니었는데 극적인 효과를 위해 막내가 찌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하여 촬영 일주일 전에 수정되기도 했다. 그런 모든 결과를 통해 결국 감독님 말씀이 옳았던 걸 느꼈다.

내가 그 당시 타 영화에서 조금 더 큰 역할을 하고 영화가 잘 되고 ‘비열한 거리’의 반응보다 더 좋은 상황이 생겼다 한들 하나하나에 감사함은 분명 모르고 지나쳤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유하 감독님은 고향선배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좋은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을 얻게 해준 분이다. 내가 처음 출연했던 영화가 ‘말죽거리 잔혹사’ 였고 그 또한 유하 감독님의 작품이었는데 당시 엄격하게 진행되던 현장 분위기 덕분에 후에 어떤 촬영장을 가든 더 열심히 할 수 있었고 그만큼 더 좋게 비춰지기도 하게 됐고. 너무 감사하다. 지금도.


많은 출연, 큰 역할보다 감초 역할을 주로 맡았는데 그런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지.

그런 것이 고민과 아쉬움은 아니다. 내가 조연 배우를 대표하는 건 아니지만 단순히 나의 상황과 생각을 말하자면 조연이든 주연이든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이 캐릭터가 왜 그래야 되는 지에 대해서 최소한의 명분이 있다면 배우는 그 역할을 해야 하는 충분하고 절대적인 이유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작은 배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라는 말을 늘 가슴 속에 새기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얘기하고 내가 보여줄 이유가 분명한 캐릭터라면 그게 주연이든 조연이든 단역이든 보조출연이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친한 동료

배우 이준혁과 김동욱. 특히 동욱이는 또래이기도 하고 나와 너무 비슷하다. 영화 ‘국가대표’ 당시 김용화 감독님은 우리를 다른 쪽으로 굉장히 비슷하다고 했었다. 둘 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하지 않는 건 똑같지만 표현이나 연기 방법은 정말 다른 스타일이라고.

전부터 나는 동욱이가 잘한다는 얘기를, 동욱이는 내가 잘 한다는 얘기를 계속 들어 왔었다. 그러다 작품을 통해 만나서 더 가까워졌고 실제로도 재밌게 찍었다. 지금도 그런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현장이라면 육체나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워도 언제든지 출연하고 싶다.

평소 조언을 구하는 동료

내 일이 결국엔 남의 일인데 자신의 일인 것처럼 도와주는 동료들이 있다. 준혁이라는 친구도 동생이지만 좋은 말을 많이 해주고 가수 ‘더 크로스’의 김경현 형도 실제로 윗집 아랫집에 살며 쓰잘데기 없고 불필요한 말들부터 앞으로의 진로나 고민에 대한 응원까지 함께 해주는 사이라서 언제나 감사하다.

롤모델

지금의 나를 직간접적으로 만들어 준 임창정 선배님. 사무실 없이 혼자 할 때 늘 임창정 선배가 나왔던 영화의 한 장면을 자유연기로 준비해 갔었다. 일단 오디션을 준비해가는 철칙이 결과에 관계 없이 나라는 사람을 보게 하자였다. 그런 취지에 부합하는 연기력을 가진 사람이 임창정 선배였다.

어떤 연기에 자신 있는 지.

자신 있기보다 많이 해왔던 드라마 ‘파스타’의 그런 모습. 어리바리한 거. 눈치 없고 이해도도 떨어지고 말을 잘못 전하고 그런 것들. 사실 내 기본 성향과는 정말 반대되는 것들이다. 사실 뭐가 나라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너무나도 다른 측면들을 지니고 있다.

누구보다 과묵하고 무뚝뚝하다가도 누구보다도 까불거리고 엉뚱하기도 하다. 또 누구보다도 현실적인 사람이 되기도 하고. 나의 다양한 모습들이 있으니 많이 해왔던 모습 보다 또 다른 나를 하나 더 끄집어내서 극대화해보고 싶은 그런 바람이 있다.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

비열하고 잔인하고 독종이고 그런 피도 눈물도 없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배역에 대한 욕심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가 왜 잔인해야 하는지, 왜 처절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내 안에서 찾을 수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고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라고 생각 한다.

비슷한 배역을 하지 않았었나.

‘싸인’이라는 작품에서 비슷한 느낌의 배역을 맡았었다. 만족스러운 연기를 했었고 반응도 좋았었다. 연기를 놀이라고 생각하기 위해 감독님은 물론 주변 배우들과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다만 아쉬웠던 건 범죄를 추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범죄자 측면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다음에 그러한 측면에서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하게 된다면 더 밀도 있고 심도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 중 탐나는 역할.

‘이끼’라는 영화에서 유해진 선배님이 맡은 역할. 캐스팅 당시 조감독 형과 친한 사이여서 감독님께 나를 추천해줬었다. 결과적으론 유해진 선배님이 하게 됐지만(웃음). 이후 영화를 봤는데 유해진 선배가 귀신에 홀린 듯한 연기를 하는 장면을 보고 정말 표현하기 어렵고 힘든 역할이었겠구나 싶어 내가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역할이 탐이 났었다. 보통 이해하기 쉽게 악역과 선한 역으로 나누지만 나는 그보다 늘 어려운 역할이 하고 싶다. 남들이 기피하는 그런 역할.

그런 역할에 대한 견해

한 영화 잡지에서 어떤 감독과 배우의 인터뷰를 보면 명감독 명배우의 공통적인 의견은 자기가 맡은 배역에 대해서 처절하게 고민하는 배우가 일류 배우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 했던 게 예전부터 남들이 안하려는 역할, 기피하는 역할들을 많이 하려고 했었다.

작고 안보이고. 그런 역할들을 하다 보면서 느낀 건 현장 상황에 잘 어우러지고, 촬영 앵글 안에 내가 하나가 되고, 철저한 준비와 이해 그리고 빠른 순발력만 있다면 과하게 보이지 않더라도 나란 인물이 그 안에 있다는 걸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연기를 갓 시작했을 땐 뭔가를 보여줬었어야 했다. 연기를 좋아해서 하게 된건데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부모님, 친구들까지. 연기는 하는 사람들만 하는 거라고, 그들만의 놀이터라고. 그래서 더 보여주고 싶었다.

더 악착같이 했다. 더 쉬지 않고 했었다. 자지 않고 먹지 않고. 먹지 않아도 배불렀고 돈이 없어도 부족하지 않았었다. 지금도 그때가 그립기도 하고 너무 세상사에 쩌들어가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내 자신을 계속 그때의 나로 돌이키려고 한다.

감독의 의도와는 다를 지도 모르겠지만 날것 그대로의 연기를 보자면 그때가 더 좋은 연기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하는 듯한 말투도 아니었고. 본의 아니게 능숙해지는 듯한 느낌이 너무 싫다. 이 상황을 좀 더 낯설게 받아들이고 싶고. 그 낯선 것들이 카메라에 표현되고 캐릭터에 녹아 들 때 더 큰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보통 정보 전달이라던가 대사 전달 때문에 군더더기 없는 연기를 좋아하긴 한다. 그러다보면 연기론에 입각한 듯한 연기가 나올 때가 있다. 뭐가 더 좋은 연기다 라고 할 순 없지만 분명히 날것 같은 연기가 내 기준에는 더 좋은 연기가 아닌가 싶다.

그런 연기를 잘하는 배우

김래원 형님, 하정우 형, 그리고 박신양 선배님. 그런 ‘대배우’들의 공통점은 현장의 구조물이나 상황을 빨리 캐치한다는 점에 있다. 그들의 폭 넓은 시야가 너무나도 부럽다. 현장 안에서도 많은 것들을 보려고 하고 정해진 대사가 있어도 상황에 맞출 수 있으면 순간적으로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관찰력, 순발력, 응용력이 필요한 것 같다.

‘날것’ 그대로에 가까운 연기에 대한 고찰

나 역시도 늘 보이지 않는 한계와 싸움을 하고 있다. 한 작품 한 작품을 하면서 최선을 다 하고 기존의 것들과는 다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나만의 것을 찾으려고 한다. 덕분에 촬영은 고통스럽지 않은데 작품을 준비하는 기간이 고통스러운 것 같다.

돌이켜봤을 때 고통이 심하고 부담감이 클수록 좋은 작품이 되는 것 같다. ‘싸인’ 같은 경우도 맡은 배역을 통해 살인을 놀이라고 받아들이기까지의 시간이 나에겐 너무 어려웠었다. 실제로 긴 시간 동안 커튼을 치고 햇빛을 안보기도 하고 그랬었다.

가장 보편적인 사전적 의미부터 시작해 작품을 참고하고. 그러면서 나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점들을 캐치하든 그것을 한국식으로 바꾸든 그런 유의 작업들을 했었고 아직도 그런 방법들을 고수한다. 수타 자장면이 맛있다고 하듯이 한편으론 불필요하게 느껴지고 수고스러울 작업들을 거쳐 간다. 그렇게 해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출연작 ‘동네변호사 조들호’

이번에 박신양 선배와 작품을 촬영하면서 선배는 정말 다르다는 걸 느꼈다. 현장에서 내가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인데 ‘신양심’이 생겼다고 할 정도로(웃음). 촬영장의 지주라고 느껴질 정도다.

나뿐만이 아니라 함께 같은 앵글 안에서 연기하는 모든 배우들에게 열정적으로 상황을 설명하신다. 사실 그러기 쉽지 않은데. 너무 멋지고 이번 작품을 통해서 배우의 가짐을 한 번 더 배우지 않았나 싶다.

캐스팅도 선배님의 추천으로 성사됐다. 원래는 다른 분이 캐스팅 돼있었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 분이 어렵게 돼 촬영 3일 전에 나에게 연락이 왔다. 토요일이 첫 촬영이었는데 금요일에 감독 미팅을 하고 바로 다음날 촬영에 들어갔다.

사실 이입과 몰입의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힘이 들었다. 심지어 4~5일을 연달아 찍는 중요한 장면을 소화해내야 했다. 이 대사를 온전히 외우고 내 것으로 표현하기에는 버거운 시간이었다. 작품의 특성상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데 사건의 앞 뒤 순서를 따지는 작업을 하고 나니 작품을 촬영하고 있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염려가 됐지만 덜 걱정스러웠던 건 신양 선배님의 존재가 컸다. 그만큼 만족스럽게 나왔다. 내가 기존에 보여줬던 모습과는 달랐고. 선배님께서 생각했던 만큼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짧은 기간 내에 선방하지 않았나 싶다.

주변에서 많은 연락도 받았다. 연기 잘했다고. 전 작품인 ‘다 잘 될 거야’의 경우 아직도 단체 대화방이 있을 정도로 사이가 돈독한데 그중 한보름이라는 친구는 안 좋은 피부로 모공까지 연기하는 걸 봤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웃음).

예능에 대한 생각

만약 기회가 된다면 ‘우리동네 예체능’에 출연해보고 싶다. 타 예능의 경우 아무리 리얼리티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연출이 가미돼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예체능 같은 경우는 운동을 하는 거라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예능을 조금 기피한다.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예전에 예능에 출연했던 경험이 좋지 않았다. 너무 희화화 되고. 더 우스운 모습이 돼야 하고. 난 작품에서만 우스운 모습이 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는 예능을 하면 작품 활동을 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며 권유 하지만 나는 연기에 대해 조금은 불필요하게 보일 수 있을 법한 수작업들을 감행하면서 전통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바로 또 예능에 나가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웃음).

그냥 그렇게 스스로 정통의 길을 찾아서 가고 싶다. 남들에게는 그렇게 비춰지지 않는 역할일지 몰라도 나는 내 스스로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배우

개인적으론 미국의 ‘샤이아 라보프’. 개인적으로는 현존하는 배우 중 연기를 제일 잘하는 것 같다. ‘디스터비아’나 ‘트랜스포머’를 보면 너무 소화를 잘하는 것 같다. 그 친구가 어린 시절 연기했던 영화를 봤는데 왜 지금 그렇게 잘할 수 있는 지 증명 되는 것 같았다. 어린 친구가 그냥 신들렸다. 나보다 동생인 것 같은데(웃음). 연기를 너무 잘하고 내가 추구하는 것들과도 비슷한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꼭 같이 연기해보고 싶다.

또 임창정 선배님. 영화 ‘청담보살’ 때 감독님과의 친분으로 우정출연을 하게 됐었다. 선배와 한 장면을 촬영한 뒤 임창정 선배께서 연기를 잘한다며 후에 들어가는 영화에 함께 출연하자며 연락을 주겠다고 했었다. 나로서는 한 씬을 찍었다는 것도 영광인데 함께 출연 제의까지 해주시니 너무 감격스러웠다. 하지만 그 이후로 연락이 없으셨다. 아직까지도 기다리고 있고 꼭 보고 연락 주셨으면 좋겠다(웃음).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님

‘국가대표’에서 연을 맺었던 김용화 감독님. 그리고 영화 ‘암살’과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님. 최동훈 감독님의 경우 그가 만들어내는 이야기 전개 방식이 너무 좋다. 치열한 듯 유쾌하고 허술한 듯 빈틈없고. 연기도 연기지만 현장 안에서 그 와 공통된 고민을 해보고 싶다. 그가 왜 이렇게 명감독일수 밖에 없는지 내 눈과 몸으로 확인하고 싶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

영화는 ‘국가대표’, 드라마는 ‘파스타’. 두 작품의 공통점은 너무 즐거운 촬영장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흥행적인 측면에서도 좋았고.

‘국가대표’ 같은 경우는 처음에 배역을 준비하면서 대본에 근거해 A4용지 10장에 달하는 시나리오를 직접 썼었다. 극중 내가 맡은 배역이 스무 살부터 시작된다면 태어날 때부터 19살 때까지의 이야기를.

극 중 인물이 재복이었다. 금술 좋은 부부가 있었는데 엄마가 나를 낳으시면서 돌아가신 거다. 그래서 이름이 재앙 재, 복 복자해서 재복이다. 이것 부터 시작을 한 거다.

남편은 사랑하는 부인을 잃어가면서 까지 얻은 자식인데 얼마나 애지중지 했겠나. 그래서 더 잘 키우고 싶었고 바르게 키우려고 하다 보니 매를 대게 되고 엄하게 키우게 된 거고. 나는 그걸 모르고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고. 이런 걸 다 숨긴 채 항상 위축되고. 그런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하지만 그냥 자기 자식인 거다. 또 어쩔 수 없는 아버지 아들인 게 아버지를 닮아 사랑꾼의 기질이 남아 있어서 연변처녀를 사랑하고.

그런 스토리를 만들어 가니 감독님이 박수치며 좋아하셨었다. 연출부까지 감동을 받았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해야 실제 있었던 일처럼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능했다. 예를 들면 어떤 장면에서 아버지가 찾아오는데 왜 무섭냐면 저번에 골프체로 뒤지게 맞았거든. 김동욱이 맡았던 역할인 흥철이의 꼬임에 넘어가 가출을 했다가 아버지한테 잡혀서 무려 삼일동안. 그런 상황을 생각하면 두려운 게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고 표현이 된다.

2009년 제17회 이천춘사대상영화제 공동연기상 수상

믿기지 않았었다. 심지어 그 상이 당시 신설된 상이었다. 공동연기상이라는 상명이 있지만 다 같이 받은 거다. 보통 내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나 라는 수상 소감을 얘기하는 걸 듣는데 나는 정말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함께 했던 주변 동료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절대 받지 못했을 거다. 당시 박빙이었던 ‘해운대’ 팀에게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우리에게 왔던 건 하정우, 김지석, 김동욱, 이재응 스키점프 팀 동료들 때문이 있었기에 받은 거라 생각한다.

나는 그냥 거기에 함께 있었던 것뿐이고. 특별히 상 욕심은 없지만 나중엔 공동 보다는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상을 받아내고 싶다(웃음). 상을 보고 연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추구하는 걸 흔들리지 않고 소신 것 밀고 가다가 상을 받게 된다면 먼 훗날 이 때문에 상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고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궁극적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늘 이렇게 솔직하고 궁금한 모습, 탐험하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나조차도 수고스럽게 도전을 하고 관객들도 나란 사람을 떠올렸을 때 이미지로 그려지는 예상되는 연기가 아닌 늘 호기심을 주는 그런 배우로 관심을 받고 싶다.

명작들이나 명연기들을 보고 있자면 본 작품이어도 또는 피곤한데도 삼십분, 한 시간씩 더 보게 만든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피곤한 상태에서도 끝까지 보게 만드는, 탐험을 떠나는 진실이 있는 배우.

애인은.

지금은 없다. 시간은 있는데 현재 부모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다. 생명이 위독한 건 아니지만 계속 관심을 안가질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요 근래에도 주변 지인들과 만나지 않은 지 근 1년 반에서 2년 정도 됐다.

어쩌다 한두 번 자리가 있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죄송하고. 그러고서 숙취 때문에 술 냄새를 풍기면서 가고 싶지도 않고. 아파서 병원에 계신 분이 얼마나 답답하겠나. 되도록 시간이 허락해주는 선에서 찾아뵈려고 노력한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상황이 싫었고 나만 이러나 싶었는데 이제는 그들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내가 구태여 힘들다고 얘기하지 않아도 부모님 생각만으로도 든든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아직은 연애에 대하여 생각이 없다.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보험이나 판매 쪽 일을 하지 않았을까. 적당히 얼굴도 두껍고. 자존심도 있긴 하지만 일단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또 사기를 쳐서 판매를 하는 건 아니지만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이 가진 최대치의 매력을 다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사실 배우와도 맞닿아 있는 거지. 내가 하는 배역을 극 안에서 모두가 하나가 되게 어우러지게끔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배우도 엄밀히 따지고 보면 판매원이다. 관객에게 작품의 매력을 판매해야 하니까. 실제로 ‘약장수’라는 영화에 출연 당시 촬영 전 비슷한 경험을 실제로 했었다. 감독님께서는 보시고 아마 배우보다 더 돈을 많이 벌거라고(웃음).

앞으로의 바람

첫 째로 부모님이 건강해지셨으면 좋겠다. 둘째로는 낚시라는 취미를 가진 뒤 잡아보지 못한 어종이 농어인데 올해는 꼭 잡았으면 좋겠다. 사실 잡을 수 있는 건데 시간이 부족해서(웃음). 끝으로 즐거운 현장과 즐거운 배역을 쉬지 않고 꾸준히 해서 좋은 추억이 많이 쌓였으면 좋겠다.

기획 진행: 조원신
포토: bnt포토그래퍼 문진우
의상: 슈퍼스타아이, 울프(wolp)
슈즈: 슈퍼스타아이
아이웨어: 룩옵티컬
시계: 자스페로
헤어: 정샘물 이스트점 가희
메이크업: 정샘물 이스트점 서윤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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