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디젤 줄이고, LPG 늘리려는 목소리

입력 2016-05-13 08:34  


 지난해 10월, LPG차 구매희망자, LPG차 소유자, 택시사업자 및 국가유공자 등 90여명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LPG차 사용을 제한하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및사업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한 마디로 연료 사용의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휘발유, 경유, LPG 등을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형평이 맞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후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등록 후 5년이 지난 택시, 렌터카 등도 중고차로 매매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조건부 완화라는 점에서 여전히 논란은 적지 않다. 게다가 최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디젤차가 지목되면서 LPG 업계가 친환경을 앞세워 연료 선택권의 자율화를 주장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연료 선택권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의 배경에는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이다. 법안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LPG의 수급, 사용상의 안전관리,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자동차 또는 사용자에 대해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지금까지 LPG가 택시 및 렌터카,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만 구입이 가능하게 됐던 배경이다. 

 물론 사용 제한을 한 이유는 명확하다. LPG의 경우 휘발유나 경유 등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적기 때문이다. 오피넷에 따르면 현재 휘발유는 ℓ당 529원, 경유는 375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이어 교육세와 주행세, 부가세 등이 더해져 휘발유는 862원, 경유는 623원의 세금이 가격에 포함돼 있다. 반면 LPG는 ℓ당 300원의 세금이 전부다. 그렇다보니 정부로선 세수 측면에서 LPG 제한할 수밖에 없었던 모양새다. 

 실제 이런 정책은 연료별 자동차 등록에 그대로 반영됐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현황에 따르면 사용 제한에 묶인 LPG차는 지난 2000년 비중이 10%였지만 2014년에는 11.7%로 나타났다. 이른바 비중 자체가 크게 늘지 않은 셈이다. 반면 경유차는 2000년 29.8%에서 2014에는 39.9%까지 늘었다. 2005년 세단형 경유승용차 판매가 허용된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정부의 유류세수 정책에 따라 연료별 자동차 시장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세수만 비교하면 경유차와 LPG는 생각만큼 큰 차이가 없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쉐보레 말리부 2.0ℓ 디젤과 LPG의 표시연비는 각각 13.3㎞와 7.5㎞다. 둘 모두 100㎞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디젤은 7.5ℓ, LPG는 13.3ℓ가 필요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가 거둬들이는 유류세는 디젤이 4,672원, LPG는 3,990원 정도에 달한다. 두 유종 간 ℓ당 유류세 차액은 외형상 323원지만 디젤의 주행거리가 LPG보다 훨씬 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류세 공백이 생길 만큼의 차이는 아니라는 게 관련 업계의 입장이다.  

 또 하나의 논란은 경유의 혜택이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유류세가 낮은 이유는 산업장려 측면이 강하다. 큰 힘이 필요한 만큼 디젤엔진을 써야 하는 중대형 화물차와 공장 가동에 필요한 연료여서 승용차에만 사용되는 휘발유와 세금 차이를 두게 됐다. 하지만 세단형 경유 승용차 판매가 허용되면서 오히려 혜택은 경유 승용차가 보는 역진성이 발생한다. 친환경적이지 않음에도 세금이 낮아 오히려 사용이 장려되는 상황에 도달한 형국이다. 

 이처럼 경유차가 늘자 실제 새로운 환경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의 증가, 그리고 초미세먼지가 이슈로 떠오르는 중이다. 특히 지난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디젤의 배출가스를 인체에 치명적인 발암물질로 규정하면서 디젤 퇴출론이 고개를 들었고, 때마침 폭스바겐 스캔들이 터지며 질소산화물을 줄여야 한다는 규제론도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 미세먼지가 추가되면서 산업보다는 점차 환경 쪽으로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더불어 환경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높아진 점도 디젤 감축론을 일으킨 배경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5년이 지난 LPG 중고차를 누구나 구입할 수 있도록 사용 제한을 일부분 완화한 것은 정부로서도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 적지 않다. 세수를 유지하면서 환경을 고려한 판단이어서다. 그러나 세수에 대해선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중앙 부처도 별 다른 문제를 삼지 않고, 환경부 또한 경유 사용 억제를 주장하고 있다. 설령 억제가 아니라면 LPG 사용 제한을 완화라도 해서 연료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자는 입장을 펼친다. 

 그럼에도 정부의 경유 고수는 확고하다. LPG 사용 제한 완화를 최대한 늦추려는 쪽으로 방향이 설정돼 있다. 최근 5년 지난 LPG차의 일반 구매 허용도 국회 차원에서 마련된 것일 뿐 정부 일각에선 끝까지 반대 입장에 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료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주자는 입장의 반대 명분이 약했음에도 의지를 꺾지 않았던 데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결과라는 추측도 적지 않다. 

 그렇게 보면 연료 선택권의 자율화 측면에선 아직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연료 선택권이란 말 그대로 자동차 보유자가 스스로 연료를 선택하되 다양한 연료가 서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휘발유, 경유, LPG 등이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세율을 조정하고, 소비자는 경제적 여건과 취향에 따라 연료를 고르면 되도록 하자는 얘기다. 

 게다가 연료 선택권 자율화는 어느 한 가지 연료의 집중 사용에 따른 부작용도 막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휘발유 가격이 폭등할 경우 LPG가 대안이 되고, 경유 가격의 거침없는 상승이 이어져도 마찬가지다. 한 마디로 종류별 연료의 공급 부족이 생겼을 때 액화된 가스연료를 에너지 대안으로 삼자는 게 연료선택제의 근간이다. 

 실제 유럽은 이미 연료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부여한 지 오래다. 독일과 이태리 등이 앞장 서 다양한 수송 연료의 균등한 확대를 조율한다. 지난 2013년 독일LPG협회를 방문했을 때 협회 관계자는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 다양한 수송 연료가 존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독일이 뒤늦게 LPG 확대에 나선 것도 특정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차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환경적인 측면도 고려됐다고 말이다. 

 사실 지금 한국은 에너지 위기 국가다. OECD 국가 중 전력소비 증가율이 400%를 넘을 만큼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며, 수송용은 거의 휘발유와 경유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전력 생산의 60%를 석탄과 원자력이 차지한다. 하지만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갖가지 문제점과 공급의 한계 등이 거론되면서 에너지 산업 구조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LPG 사용 제한 완화는 작은 화두일 수 있지만 에너지 공급과 환경 측면에선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  큰 틀을 바꾸기 어렵다면 작은 구조부터 바꿔가는 게 순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LPG 사용 제한은 풀어주는 게 합리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이 차츰 쌓였을 때 벌어질 일은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좋은 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할테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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