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승현, 꼭 맞는 캐릭터를 입다

입력 2016-05-19 14:09  


[이유리 기자] 26살. 배우로서 데뷔한 나이치고는 조금 늦었다. 그 후로 10년 동안 그는 제대로 된 날개를 펼치지 못했다.

그리고 10년이 시간이 흘러 한 여자의 사랑하는 남편, 예쁜 두 딸의 아버지가 되었다. 기다림에 조금씩 지쳐갈 때 그는 ‘태양의 후예’라는 작품을 만났다. ‘태양의 후예’의 처음과 끝을 묵직하게 장식한 배우 지승현이 bnt와의 이색적인 만남을 가졌다. 

그의 생애 첫 화보촬영을 한 것. 사진은 어색하다며 쑥스러워하던 그는 카메라 앞에 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완벽하게 연기에 몰두한 모습을 보였다. ‘생각’이란 주제로 진행된 이번 화보를 통해 그의 가볍고 유쾌한 매력, 배우로서 진중한 카리스마를 아울러 표현해냈다.

화보 촬영 후 이어진 인터뷰를 통해서는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많은 관심에 대한 생각과 10년의 무명생활동안 늘 가지고 있던 연기에 대한 갈증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갑작스러운 인기에도 들뜨지 않고 오직 연기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한 그와의 대화를 살펴보자.

Q. 화보 촬영 어땠나
생애 첫 화보였는데 잘 찍은 것 같다(하하). 사진 찍히는 걸 제일 어려워한다. ‘해피투게더’에서도 얘기했는데 와이프가 제발 하이틴 스타 같은 포즈 좀 하지 말라고 하더라(하하). 오늘은 그래도 큰 콘셉트가 주어져서 평소보다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Q. ‘태양의 후예’로 큰 인기를 얻었다. 기분이 어떤가
사람들이 ‘가성비 최고’라고 해주시더라. 짧게 나왔는데 주목을 받게 돼서 기쁘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열심히 했고 나 역시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했다. ‘실제 북한사람인 줄 알았다’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스스로 뿌듯하기도 했다. 배우란 것이 정답이 없는 직업인데 사람들이 가깝게 받아들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Q. ‘태양의 후예’ 캐스팅 비화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카메오를 생각하셨는데 액션 분량이 많다보니 제작측에서 나를 추천해서 미팅을 하게 됐고 그 이후 배우로 캐스팅이 됐다. 원래는 1부 출연만 예정돼 있었고 후에 주인공을 도와주는 역으로 잠깐 나올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1부 오프닝, 중요한 장면이니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연습했다.  

Q. 보이는 액션 장면은 짧지만 그를 위한 연습시간이 엄청났다고 들었다
액션 분량이 많았다. 방송나간 부분이 편집이 꽤 된 장면이다. 한 달 정도 송중기와 시간 맞춰가며 연습했다. 거기다 액션씬이라는 것이 촬영감독님, 연출감독님이 한 번씩 보실 때마다 중간 중간 바뀐다. 무술팀은 금방 따라갈 수 있지만 우리는 다시 연습을 해서 맞춰야 하니깐 그 부분이 조금 힘들었다.

1부 액션씬이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선보였던 하이라이트 목욕탕 액션과 비슷한 사이즈였다. ‘아저씨’의 그 장면은 일주일간 촬영했는데 우리는 14시간 밤샘촬영으로 하루 만에 끝냈다. 잠을 못자고 찍다보니 송중기와 서로 맞아서 중단되기도 하고 다음날 병원에서 주사도 맞고 그랬다(하하). 나이가 나이인지라. 중기는 팔팔하더라.

Q. 송중기와의 호흡은 어땠나
영화와 달리 사전에 친해져서 만들어진 호흡이 아니라 연기를 하면서 만들어지는 호흡이 있는데 그런 호흡이 좋았다. 그래서 현장에서 만들어진 장면들도 있다. 기본적으로 송중기씨가 워낙 책임감이 있다 보니 나는 거기에 색깔만 맞춰주면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환경이어서 되게 좋았다. 하면서도 집중이 잘됐고 짧지만 좋은 시간이었다. 


Q. 태양의 후예 처음과 끝을 장식했다
사전제작이다 보니 대본의 완결본 상태로 받았다. 나온다는 얘기만 들은 상태로 부산에서 등기로 대본을 받아보니 내가 사지로 몰아넣었다가 또 다시 구해주더라. 14부 대본보고 분량이 많아서 나도 놀랐다.

Q. 평양냉면 장면이 화제였다. 실제로 냉면을 어떻게 먹나
그냥 평범하게 먹는다. 겨자를 면에 발라서는 한 번도 안 먹어봤다(하하). 한 번 먹어봐야겠다. 어떤 분이 인스타그램에 댓글로 ‘안상위가 시키는 대로 먹어봤는데 더 별로였다’고 하시더라. 그럴 것 같다. 겨자 맛이 강하니깐.

Q. 초코파이 장면도 인기가 많았다. PPL이 아니라고 해서 더 화제가 됐다
아니라고 하더라. 사실 남자배우들은 크게 PPL을 생각하지 않아서 전혀 몰랐다. 그런데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그 느낌을 안다. 그래서 더 PPL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군대하면 초코파이라는 공식이 있다. 군대에 있으면 초코파이가 그렇게 맛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1부에서도 초코파이를 많이 먹었다. 방송에서는 0.5초 정도 나와서 나온 것도 모르시더라. 현장에서 초코파이 먹는 모습을 보고 감독님이 ‘초코파이 광고 들어오겠다’고 하셔서 굉장히 기대하고 봤는데 잘 안보여서 아쉽다(하하). 

Q. 북한 사투리 실력이 굉장히 뛰어나더라
찬사다. 너무 감사하다. 녹음을 많이 했다. 배우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싶어서 따라 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들었을 때 들리는 북한 사투리를 내가 녹음하고 다시 들으면서 수정했다. 그리고 예전에 ‘감격시대’라는 드라마를 할 때 북한 사투리를 쓸 뻔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연습한 것도 조금 도움이 됐었다. 그리고 내 목소리가 울리는 소리라 거친 표현을 위해 탁성을 사용했다. 지금도 그 부작용으로 사람들이 북한 사투리 좀 해보라고 하면 무조건 거칠게 한다(하하). 

Q. 배우생활 10년차, 배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데뷔는 늦었지만 어릴 때부터 난 당연히 배우가 될 거라 생각하고 살았다. 막연하게 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가 너무 싫어하셨기 때문에 배우를 하고 싶다는 말도 못 꺼냈다. 대학 와서 하려고 하다가 ROTC 생활을 마치고 바로 배우를 시작한 것이 26살 때다.

Q. 요즘 가족들이 많이 좋아할 것 같다
좋아하실 것 같다. 별로 티를 안내신다. 배우로서 힘든 모습만 보여드리다보니 일에 대해서는 서로 금기 비슷하게 돼버렸다. 요즘 주목을 많이 받아서 좋긴 하지만 나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싶다. ‘태양의 후예’ 안정준처럼 지승현이라는 인간보다는 캐릭터로 보일 수 있게 연기를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Q. 지승현 보다는 배역이 더 유명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배우가 인지도가 있어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양날의 검이다. 지승현을 알아봐주는 것도 기분이 좋지만 평생 연기를 하고 싶은 입장에서 캐릭터가 더 알려지면 좋겠다. 만약 내가 안정준 같은 역할을 10작품을 한다면 내 이름을 당연히 알릴 수 있지 않을까. 내 욕심일 수도 있지만 처음 생각이 그랬으니깐 아직 배역과 연기에 욕심을 내고 싶다.


Q. 태양의 후예 전후로 바뀐 것이 있나
일단 인터뷰를 많이 했다(하하). 사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이 4번째다. 그전 것은 30분에 사라졌는데 이번에는 이틀 동안 사라지지 않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어딘가 둥둥 떠 있는 느낌이었다. 부산에 아내와 아기가 있어서 늘 서울과 오가고 있다. ‘북한군은 비행기 타시면 안돼요’라면서 농담도 해주시고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다. 일적으로도 많은 관계자 분들이 잘했다고 봐주셔서 감사하다.

Q.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다른 연기를 보이는 것에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
그런 부담감은 항상 있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조금 알려졌지만 그 전에도 늘 부담스러운 것이 배우다. ‘강한 역할만 어울린다’ 그런 말을 들을 텐데 그런 말에도 불구하고 늘 작품에만 집중해서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가
로맨틱 코미디도 좋고 진한 로맨스도 좋다. 그렇다고 딱히 강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나잇 & 데이’의 톰 크루즈처럼 진중한 가운데 코믹이 섞인 역할을 해보고 싶다. 써볼까도 생각 중이다(웃음).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 기획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Q. ‘태양의 후예’ 감독, 작가의 조언은 없었나
이번에는 딱히 없었다. 캐릭터를 잘 잡아서 후에 분량이 늘어났다는 말도 들었고. ‘지난 10년 동안 헛짓을 한 것이 아니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감독님이 좋게 봐주셔서 현장이 조금 편했던 것 같다.

항상 2% 부족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리막길만 남은 거다. 98%는 채워야 프로라고 생각한다. 내가 98%를 채우면 나머지 2%를 감독님과 작가님이 채워주셨다. 이번에 화룡점정을 역할을 해주신 감독님과 작가님을 만났다.

Q. ‘태양의 후예’ 중국 인기, 향후 러브콜이 많을 것 같다
중국 방영에서는 편집이 많이 됐다. 1부 오프닝과 평양냉면 장면은 방송되지 않았고 13부 엔딩부터 등장했다. 그래도 내가 영어로 더빙해서 방송이 됐다. 짧아서 아쉽지만 내 목소리로 방영됐다는 것이 뿌듯하다.

진구씨가 중국에서 팬들과 함께 마지막 회를 봤는데 전화가 왔었다. “승현아 네가 나올 때 팬들의 데시벨이 제일 높았어. 곧 중국에서 러브콜 올 거야”라고 말해줬다.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을 것 같다.

Q. 한 가정의 가장이자 두 아이의 아빠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
아내는 정말 바다를 넘어 우주 같은 마음을 가진 여자다. 초코파이 장면을 보고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번에는 잘했네’라고 칭찬해주더라. ‘태양의 후예’ 방영 전에 둘째가 태어났다. 복덩이인 것 같다. 첫째는 5살이다. 일찍 자서 방송은 못 봤는데 유치원에서 가서 선생님들께 자랑했다고 하더라. 방영 전에 내가 북한 사투리 연습을 하면서 딸에게 알려줬었다. 유치원에서도 아이가 북한 사투리를 써서 선생님들에게 전화가 오기도 했다.  

Q. 향후 작품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드라마와 영화로 찾아뵈려고 한다. 작년에 무산된 일이 많아서 아직까지 정확하게 말씀은 못 드리겠다(웃음).

Q. 무명시절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많았다. 작년에는 아내가 결혼 전에 디자인 계열에 종사해서 그를 살리는 사업을 해보려고 했었다. 마침 괜찮은 작품의 주인공 역이 들어와서 계약을 했는데 무산이 됐다. 그때는 아내와 부산에서 떡볶이 장사를 해볼까 생각해 많이 알아봤다(하하).

그때 아내가 너무 감사하게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줬다. 3년 동안 해보고 올해 입질이 없으면 그만두자 마음먹었는데 시작과 동시에 ‘태양의 후예’를 만났다. 지난 10년 동안 현장에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았기에 현장이 너무 고프다. 일을 많이 하고 싶다.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떤 배역을 맡든 그 캐릭터로만 보이면 좋겠다. 연기할 때도 자의식을 버리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하고 싶다. 정말 신내림이라도 받아서 모든 작품에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기획 진행: 이유리
포토: bnt포토그래퍼 문진우
의상: 울프(wolp), 슈퍼스타아이, 브루노바피, 잭앤질
슈즈: 로버스
선글라스: 리에티
헤어: 크로체나인 지윤 실장
메이크업: 크로체나인 오희진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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