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내년 말 내놓겠다고 선언한 모델3의 사전 계약 이탈이 지금까지 1만2,200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숫자는 앞으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3는 3만5,000달러(한화 약 4,000만원 초반)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으며, 지난 3월31일 시작된 사전 예약에 40만대가 몰렸다. 당시 테슬라가 책정한 예약금은 1,000달러(한화 약 110만원)로, 이를 통해 회사는 4억 달러(한화 약 47,00억)의 자금 동원 효과를 냈다. 그러나 현재 1만2,200대의 주문 물량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이처럼 예약 취소가 늘어나는 이유는 테슬라가 모델3의 제품력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테슬라는 예약 판매를 개시한 이후 상품 디자인이나 기능, 제원 등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내놓고 있지 않아 예약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졌다는 게 미국 내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더욱이 지난 5월10일 테슬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모델3의 최종 설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고, 생산을 위한 부품 조달과 일정도 결정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탈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상적으로 자동차 제조사가 하나의 제품을 완성하기 위해선 서플라이 체인이라는 부품 공급망이 필수다. 특히 테슬라 모델3는 30만대 이상의 선주문 물량을 확보한 만큼 이를 모두 소화하려면 공장 설비는 물론 자동차의 각종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 업체 확보가 중요하다. 제 아무리 전기차의 핵심 기술이 배터리와 모터에 있다 해도 차체와 골격, 내장재, 시트, 바퀴, 타이어 등 다양한 부품이 조합돼야만 제품을 완성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현재까지 테슬라의 움직임은 별로 없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진단이다. 하물며 협력업체 선정을 서둘러 마무리 한다 해도 생산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테슬라가 생산 기반을 모두 갖춰도 부품 회사가 준비되지 않으면 모델3 라인 오프가 요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자동차는 손톱보다 작은 부품이 공급되지 않아 생산에 차질을 빚은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많은 공급망 확보의 선결이 모델3 생산을 위해선 필수라는 의미다.
최초 제시한 제품 가격도 유지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부품 원가의 변동이 심해서다. 배터리는 물론이고 제품 구성에 필요한 직물, 플라스틱, 고무, 철판 등의 원자재 값이 수시로 변하는 것. 제품 가격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는 중이다.
따라서 현 상황은 테슬라 모델3의 불안한 앞날을 예고하는 것과 같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나아가 예약 취소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산 체제를 비롯한 생산 능력이나 협력업체 확보, 설계 능력 등에 의문이 있는 테슬라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박재용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 소장은 "앞으로 테슬라 모델3의 예약 취소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제품 전략은 생산 역량에 기반하는데, 테슬라는 현재 대량 생산에 대한 어떠한 노하우나 청사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예약자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 [칼럼]BMW의 리콜, 어떻게 바라볼까
▶ 9단 변속기 장착한 벤츠 S350, 곧 풀린다
▶ [시승]3040 취향저격, 쉐보레 말리부 1.5ℓ 터보
▶ 자율주행차 대중화, 교통혼잡 심화시킬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