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배그린, 보석을 찾았다

입력 2016-06-14 15:41  


[우지안 기자] 이름은 생소할 법 하지만 작품 속 캐릭터의 모습은 뚜렷하게 각인되는 배우들이 있다. 드라마 ‘옥중화’ 첫 방송 때부터 열연하며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그린도 그렇다.

조막만한 얼굴에 시원한 이목구비를 담고 있는 배그린은 벌써 10년 차 내공 있는 연기자다. 엉뚱 발랄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까칠하고 때로는 얄미울 정도로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인 그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본인만의 페이스로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하고 있었다.      

긴 시간의 무명 시절이 있었지만 다양한 작품, 하나의 캐릭터에만 갇히지 않고 연기한 그는 초조함을 내려놓고 자신의 일을 그저 즐기고 있었다. 한결같이 한 길만 걷는 배그린의 ‘때’가 머지않았다.

Q. 촬영 소감, 마음에 들었던 콘셉트가 있는지
기자님 덕분에 편하게 잘 했다. 두 번째 입었던 오프숄더 의상과 데님 팬츠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눈, 코, 입이 다 큰 편이라 화장을 진하게 하면 나조차도 살짝 부담스러운데 메이크업도 마음에 들었다.

Q. 드라마 ‘반올림3’로 데뷔, 벌써 10년의 경력이 쌓였는데 어떤가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 그동안 너무 좋은 감독님들과 좋은 작품을 했고 좋은 캐릭터를 많이 맡았는데 그에 비해 시청률이 잘 안 나왔던 부분도 있다. 근데 그런 것들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연기는 할 때마다 행복하다.

Q. ‘반올림3’ 오디션을 통해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원래 꿈꿨던 직업인가
연기자에 대한 꿈이 있었던 건 아니다. 장래희망이 유치원 선생님이었다. 고등학교 때 ‘반올림’ 오디션이 있다고 하길래 친구랑 재미 삼아 신청을 해 본 거다. 대구 사람이라 TV 속 세상은 뭔가 다른 곳이었는데 막연히 지원을 하고 서울로 올라와 오디션을 보게 됐다. 몇 가지 준비하라는 미션이 있었는데 인터넷으로 뮤지컬 동영상을 찾아서 말도 안 되게 연습해서 갔다. 그게 첫 오디션이자 첫 드라마가 됐고 그 뒤로 계속 작품을 하게 된 거다. 

Q. 드라마 ‘옥중화’ 첫 회부터 등장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극은 처음이었다고
오히려 짧게 출연했지만 극의 흐름상 중요한 역할이었던 것 같다. 20부작 이후로 또 등장한다. 생각보다 5:5 가르마가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렸던 것 같고 재밌었다.

Q.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촬영장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마음 같아선 더 있고 싶었다. 우선 감독님 자체가 워낙 유명하신 분이기도 하지만 촬영장 분위기가 다운되는 걸 워낙 안 좋아하셨기 때문에 모두가 서로를 배려 하고자하는 베이스가 깔려 있던 것 같다. 또 엄청 재밌으시다. 중간중간에 감독님께서 핸드폰으로 배우들과 사진도 남기고 메신저로 보내주시기도 하시더라. 정말 좋으시다.


Q.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거의 운동한다. 필라테스와 마이크로 스튜디오. 주로 근력을 만들기 위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조금씩 신체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사실 친구들은 잘 안 만나기도 하고 친구가 많이 없다(웃음). 원래 정적인 걸 좋아해서 지인의 추천으로 최근 들어 화실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번에 그림 2점이 팔리기도 했다(웃음).

Q. 그림 그리는 건 어떤가
유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적인 걸 좋아하는 편이라 잘 맞는 것 같고 가르쳐 주시는 교수님이 잘 그린다고 칭찬해주셨다(웃음). 그림에 감정을 넣는 편인데 그릴수록 힐링이 된다. 정신적으로도 치유가 많이 된 것 같다. 그날에 기분에 따라 그림이 달라진다. 내 그림엔 항상 새가 있는데 나를 연상해서 그리는 편이다. 주변 지인들한테도 선물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첫 작품은 천정명 선배님 집들이 선물로 드렸다. 하희라 선생님도 다음 달에 함께 다니게 될 것 같다.

Q. 지금까지 악역을 많이 맡았다. 힘든 점이 있다면
아침 드라마에서 악역 캐릭터를 맡았을 때 표독스러운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의미는 알겠는데 어떤 감정인지 정확하게 감이 안 와서 어머니께 여쭤봤더니 서른이 지나고 애도 좀 낳아봐야 진심으로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Q. 연기하면서 아쉬운 점도 물론 많을 거다
매 순간 아쉬운 것 같다. 나뿐만 아닌 베테랑 배우일지라도 자신의 연기에 100% 만족할 수는 없을 거다. 촬영하고 모니터 하면 더 아쉽다. 카메라 앞에서 자유로워야 되는데 나도 모르게 자유롭지 못하고 틀에 박힌 연기를 할 때 내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난다. 

Q. 오랜 시간 연기자의 삶을 살았는데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지 않았을까 
어떤 일이든지 자꾸 위를 바라보면 힘든 것 같다. 밑도 보고 뒤도 보고하다보면 순리대로 되지 않을까. 내 모토가 ‘오늘 하루를 즐겁게 살자’인데 내가 맡은 일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면 그 자체로 충분한 것 같다. 연기자가 아니어도 내 인생에 포기라는 단어는 없는 것 같다. 또 연기자로 살면서 너무 행복하고 때로는 너무 자랑스러울 때도 많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나문희 선생님처럼 묵묵히 연기하는 사람이고 싶다.

Q. 평소 성격은 어떤지
예스걸. 뭐든지 ‘좋아 좋아, OK’ 하는 편이다. 2009년도에 일이 안 풀려서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당시에 소송을 했는데 2년 정도 길게 하다 보니 너무 힘들었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영화를 보고 나면 다음날 그 영화를 기억 못할 정도였다. 이제는 다 괜찮아졌다.

Q. 앞으로 함께 호흡 맞춰보고 싶은 배우
조진웅 선배님과 함께 작품 해보고 싶다. 연기하는 게 ‘와’소리 나올 정도로 너무 잘하셔서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Q. 해보고 싶은 배역이나 캐릭터
시한부. 나를 좀 힘들게 하더라도 그만큼 희열을 느끼니까 많이 아픈 연기를 해보고 싶다.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 중에서도 울거나 죽는 캐릭터도 많았는데 그게 나한테는 연기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다. 얼마 전에 종영한 ‘결혼 계약’에서 유이씨가 많은 캐릭터도 참 좋았던 것 같다.

Q. 이상형이 있다면
조진웅 선배님. 너무 섹시하시다(웃음). 상남자 스타일이 좋다. 남자는 남자답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정한 면이 부족하더라도 무뚝뚝하게 은근히 챙겨주는 사람이 좋다.

Q.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은 누가 있는지
신혜 동생. ‘미남이시네요’ 할 때 친해져서 아직도 연락하며 지낸다. 운동도 신혜가 소개해줘서 같이 하고 있다.

Q. 뚜렷한 이목구비, 자신 있는 부위를 꼽자면
두툼한 입술. 어렸을 때는 입이 큰 게 콤플렉스였는데 이제는 가장 예쁜 것 같다(웃음). 나름 괜찮은 것 같다.

Q.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사실 비싼 화장품을 써본 적이 없다. 스킨은 아무거나 써도 되는 것 같고 오히려 고농축, 고기능 제품을 써봤는데 피부가 뒤집히더라. 얼마 전에 하희라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재생 크림을 쓰고 있는데 비싼 제품이 아닌데도 너무 좋더라. 만족스럽다.

Q. 롤모델
김민희 선배님. 가지고 계시는 색깔과 매력이 너무 좋다. ‘학교’ 때부터 팬이었는데 굳이 리액션 하지 않아도 표정 하나 눈빛 하나 모든 게 매력적이다.


Q. 출연작 중에 가장 애착 가는 작품이 있다면
드라마 ‘친구’. 내가 대구 출신이다 보니 사투리는 쓰며 연기했던 점도 그렇고 6개월 동안 선배 연기자분들과 부산에 상주해서 촬영했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은지
내 이름이 넓고 푸르게 초원처럼 자라라는 의미로 어머니께서 지어주신 한글 이름이다. 딱 이름처럼 떠올리면 미소 짓게 되고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bnt 독자들에게 한마디 남겨달라
생소할 수 있는 나지만 생소한 만큼 더 꼼꼼히 봐주셨으면 좋겠다.

기획 진행: 우지안, 이주신
포토: bnt포토그래퍼 류수
의상: 레미떼, 라이
슈즈: 모노톡시
주얼리: 젬케이
헤어: 컬처앤네이처 효정 실장
메이크업: 컬처앤네이처 주미 원장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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