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칠전팔기(七顚八起), 이상민

입력 2016-06-17 16:43  


[김민수 기자] 1990년 당대 최고 남녀 혼성그룹이었던 룰라의 리더와 프로듀서, 사업가로 최고가를 달렸던 이상민.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으로 나날이 승승장구했던 인생이었지만 이혼과 부도, 사건 사고로 인해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며 불나방 같은 인생을 걷게 되었다.

그렇게 5년간 술과 절망 속에 빠졌던 그는 방송을 통해 자신이 거쳤던 파란만장한 인생 스토리를 당당하게 공개한 바 있다. 이후 비난의 눈초리를 줄 것 같은 대중들의 반응과는 달리 공개한 시점부터 꾸준한 관심을 보이며 응원한 것.

그가 이처럼 비호감에서 극호감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간 저질렀던 실수에 대한 반성과 진정성이 주효했다. 힘들었던 겨를도 없이 앞만 보며 달려왔다던 그. 대중들은 항상 지켜보고 있다며 매사에 조심하고 신중하고 있다는 이상민에게서 지금까지 쌓아왔던 좋은 내공들이 점점 빛나기 시작한다.

Q. 오랜만에 하는 화보 촬영 어떤가.
얼마 전에 Mnet 예능 ‘음악의 신2’에서 했던 화보와는 달리 예전 아이돌 때 촬영했던 느낌이 난다. 사실 스타일리스트가 따로 없는데 의상도 내가 전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고 포즈도 재미있더라. 오늘 편하게 잘 촬영했다.

Q. 화보 촬영을 기피하는 이유가 있다고.
화보도 호흡이 잘 맞아야 좋은 화보가 나오지 않나. 호흡이 맞지 않으면 기운도 빠지고 전체적으로 내가 정말 못한다. 그래서 화보 촬영을 기피하는 것도 있다.

Q. 최근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데.
예전에 구라형하고 대화를 했을 때 일맥상통하는 것 중 하나가 빚을 갚아야 된다는 목적이 있더라. 그래서 열심히 해야 되고 그러다보면 스스로가 완성되어 간다는 것인데 이럴 때 더 노력해서 정리를 해야 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한다. 또 그런 모습들을 봐야 많은 분들이 정신 차려서 잘 하는구나 하고 응원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솔직히 그 전에는 바쁜 것을 알고 다녀서 투덜거리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술 끊고 규칙적으로 살고 있다. 계획적인 삶을 산다는 것이 나에게는 지치지 않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원동력이다.


Q. 현재 많은 여론과 대중들이 이상민에게 호감을 표현하고 있다. 물의를 빚는 연예인 중 최초라고 생각하는데.
글쎄다. 연예인으로서 실망을 끼쳐드렸던 과거의 모습이 아직 용서 받은 상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꼬리표처럼 영원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나도 사람이다 보니 용서를 받는다고 생각을 하는 순간 실수를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쓸데없는 자만에 빠질 수 있다. 또 예전에는 지켜봐 주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지켜봐 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항상 대중들이 지켜본다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 중이다.

Q. 부도를 맞은 당시 힘들었던 상황에 대해.
2005년도에 부도를 맞았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그땐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을 할 시간과 겨를도 없을 정도로 힘들었기 때문에 그 무게는 굉장히 크더라. 주변에서는 과거에 승승장구했던 사람이 그렇게 힘들다보면 나쁜 생각도 갖게 되지 않느냐라는 말도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할 시간도 없을 만큼 힘들었다. ‘힘들다’는 것을 느꼈을 땐 이미 2~3년이 지나서 비로소 그런 생각이 들더라.

Q. 부도 이후 한층 성숙된 이상민.
그룹 룰라를 시작하면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내가 기획 제작한 가수들 또한 많은 관심을 받으며 하던 사업까지 잘 되었다. 그리고 데뷔 이후 20여년의 삶속에서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직접 본인이 겪어서 느끼지 못하면 쌓을 수 없는 나만의 내공이 쌓이게 되더라.

그래서 지금은 이상민이라는 사람을 어느 집단에 떨어뜨려놔도 그들과 막히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다. 그 전에는 남의 말을 막고 끊어가면서 내 말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현재는 힘든 후배들을 만나면 귀 기울여주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Q. 현재 채무는 계속 갚고 있는 상태인가.
그렇다.

Q.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내가 예전에 잘났다고 다녔던 이유는 다 내 손에서 시작되고 내 손에서 끝났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다. 내가 생각해서 결정을 했고 사업이 번창 하니깐 항상 내가 최고라는 자만심에 빠져서 살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부도 당시 나를 믿는 자존심 하나만큼은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남의 탓을 하지 않았다. 물론 억울한 부분도 50%이상 있었지만 그 중심의 논란에 내가 있었기 때문에 내 스스로 감수해보자고 생각한 것이다. 만약 내가 남의 탓을 했다면 진흙탕으로 번졌을 싸움만 몇 년 했을 것이다.

Q. 드라마 같은 현실에서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돈을 달라고 하니 당황도 했고 그로 인해 기피하고 모든 사람들이 떠났을 때 진짜 드라마 같은 현실이더라. 그리고 내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딱 하나였다. 아까 언급했듯이 그때의 짐은 꽤 컸지만 내가 이 고통을 이겨낼 수 있다는 내 믿음은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순간 갈 길은 없게 된다.

Q. 방송에 공개한 채무 관계, 숨길 수도 있었을 텐데.
가지고 있으니깐 공개한 것이다. 처음 밝힌 것은 채널A 예능 ‘풍문으로 들었쇼’ MC를 맡으면서 공개한 것인데 프로그램 특성상 연예계의 문제점이나 사건 사고를 바탕으로 이야기다. 그런데 그런 프로그램에서 MC의 문제점들을 질문하는데 물어보지 말라고 하는 것은 MC의 자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있는 그대로 사실을 다 이야기했고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구지 숨길 일은 아니더라. 그리고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싶지 멋지게 살고 싶진 않다.


Q. Mnet 예능 ‘음악의 신2’가 시청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요인은.
나는 프로그램을 선정할 때 내가 궁금하거나 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한다. 내 스스로가 궁금하고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으면 보는 사람도 궁금하지 않고 보는 사람도 보고 싶어 하지 않은 프로그램이 되고 내가 즐겁지 않으면 보는 사람도 즐겁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들이 조금씩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Q. Mnet 예능 ‘음악의 신2’ 탁재훈, 같이 출연한다고 들었을 때 어땠는가.
재훈이 형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한다고 했다. ‘음악의 신’ 프로그램 소재 자체가 이상민 스토리다. 이 스토리에 탁재훈이란 사람은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 중 한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연결고리가 충분히 있고 나라는 사람과 상관관계에 의하여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가 많기 때문에 이유가 있는 출연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재훈이 형이 복귀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고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두 세배 애착이 가는 굉장히 힘든 프로그램인 것 같다.

Q. 현재 출연 중인 채널A 예능 ‘잘 살아보세’ 출연 섭외 당시 에피소드가 있다고.
처음 ‘잘 살아보세’ 출연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다들 말렸다. 연령대가 높고 트렌디 하지 않은 프로그램이라고 말을 하더라. 하지만 그런 것은 나에게 이유가 되지 않았다. 나는 탈북자들의 일상이 궁금했고 북한의 삶이 알고 싶었기 때문에 출연했다. 그 이후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물어볼 정도다.

Q. 1990년 당대 최고의 혼성그룹 룰라, 그립진 않은가.
그립다기보다 가끔씩 무대에 설 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음악이란 것은 영원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20년 전 활동했던 영상을 SNS에 올려준 팬들이 그때 몇 살이었는지 수학여행 때 누구 역할을 맡았는지 댓글에 올려주면 그 교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더라. 정말 아름다운 교감이다. 그래서 함께 추억을 생각할 수 있고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립다는 룰라의 시간보다 추억을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지금도 나와 리나, 지현이 세 명이서 무대를 보여주고 있다.

Q. 지상파 출연 정지 해제, 거의 6년 만인 것 같은데 어떤가.
지상파 출연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아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연스러워야 되고 보고 싶어야 되는 것이지 대중들이 불편하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상파에 나가야 된다는 나의 생각보다 나라는 사람이 나와도 되지 않겠냐고 나에게 몇 번 이야기를 해주고 나가봤을 때 불편해 하지 않을 때가 온다면 그때 내가 출연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행히 올해 지상파에 복귀할 기회가 주어줬고 또 많은 분들이 좋아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다.

Q. 지상파 방송국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덤덤하더라(웃음). 지상파 방송 녹화를 하지 않다보니 방송국 자체를 가지 않게 되었고 예전에 녹화하면서 드나들었던 그 느낌이었다. 또 하나는 프로그램 녹화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보다 방송국을 밟고 걸어서 녹화장 안으로 들어가는 나의 상황에 감회가 새롭더라.

Q. 결혼에 대해.
결혼만큼은 아무래도 신중할 수밖에 없고 아직까지는 내 스스로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다. 결혼을 위해서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해본다는 자체가 아직 불안한 부분도 있고 매일 계획대로 사는 삶 속에 결혼은 아직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인연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혼은 하긴 하겠지만 2~3년이 지나고 난 뒤에 고민할 일이 아닌가 싶다.

Q. 이상민의 목표.
아직 목표는 따로 없고 아까 언급했던 것처럼 나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나에게 관심과 응원에 박수를 쳐주시는 분들도 지켜보고 있을 것이고 나를 좋아하는 분도고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에게 작은 실망이라도 끼쳐드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 것이고 내가 매일 살아가는 이유고 생각하는 계획이다.

기획 진행: 김민수
포토: bnt포토그래퍼 차케이
영상 촬영, 편집: 박승민, 조영래
의상: 슈퍼스타아이, FRJ, Munsoo Kwon, 코도모 스퀘어
슈즈: 아키클래식, 로버스, 로크 바이 젠틀커브
시계: 휴고 보스, 마르벤
선글라스: 라피스 센시블레
헤어: 루미오 뷰티하우스 회광 이사
메이크업: 루미오 뷰티하우스 정언 원장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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