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애 기자] 어린 나이에 데뷔 후 수많은 대작을 남기며 시청자와 함께 30여 년의 세월을 보낸 배우 최수종과 하희라.
1978년 어린이 합창단으로 TV에 출연하며 귀여운 모습을 보여줬던 하희라는 어느덧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고 1987년부터 꾸준히 배우 활동을 하며 엄청난 인기를 얻은 최수종에게는 듬직한 남편이자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추가돼 있었다.
중후한 카리스마와 겸손한 배려심으로 촬영장에 들어선 그들은 카메라 앞에서 베테랑 다운 자태를 뽐냈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다가도 카메라 셔터 소리에 바로 눈빛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3가지 콘셉트로 진행된 화보 촬영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최수종과 하희라는 힘들었던 순간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밝히며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Q. 화보 촬영 소감은.
최수종: 하희라와 함께 작업을 하면 저보다는 그의 컨디션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상태가 좋은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신경 쓰다 보니 매사에 긴장하게 된다. 그래서 둘이서 함께하는 활동은 피하는 편인데 이번 촬영은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재밌었다.
하희라: 오랜만에 색다른 분위기로 변신할 수 있었다. 현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20대에는 풋풋함이, 30~40대에는 성숙함이 사진에 묻어나는 걸 보면서 ‘남는 것은 사진이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2년 뒤 결혼 25주년이다. 이를 기념하며 또 함께 촬영을 할 생각이다.
Q. 두 분이 함께하는 활동은 오랜만인가요.
20주년 웨딩 화보 촬영 후 약 2년 만에 함께하는 촬영이다.
Q. 세 가지 콘셉트 중 어떤 스타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하희라: 검은색 재킷을 걸친 의상 외에는 평소 잘 입지 않는 스타일이다. 스커트보다 바지를 즐겨 입는 편.
최수종: 주로 촬영 때 입어본 스타일이지만 검은색 배기팬츠는 처음 입어봤다. 희라 씨를 포함한 주변에서 저에게 이런 스타일을 추천했었는데 이번에 입어볼 수 있었다. 참 젋어보이는 스타일이다.
Q. 촬영하는 모습을 보니 최수종 씨는 장난기가 많으신 것 같아요.
최수종: 네(웃음).
하희라: 매 순간 장난스러운 건 아니다. 가끔 아이들과 어울리며 장난친다. 아이들이 장난기 많은 스타일이 아니다(웃음). 큰아들은 아빠 성격을 닮은 것 같다(웃음).
Q. 최수종 씨는 채널A ‘잘 살아보세’ 촬영을 하며 농촌 생활도 하고,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아요.
프로그램이 처음에 홍천에서 시작했다. 트랙터, 경운기 등 농촌에 관한 일들을 배우고 접할 수 있었다. 벼농사, 논농사 등 정말 많이 배웠다. 주위에서 저에게 일을 잘한다고 귀농을 농담스레 권하곤 했다. 태안에서는 어업을 하면서 배 운전을 직접 하기 위해 따로 요트 면허 시험을 준비했다. 이제는 직접 배 몰고 나가서 고기를 잡을 수 있다.
Q. 최수종 씨는 30년 만에 지하철을 처음 타는 모습이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됐어요. 대중교통을 잘 안타는 편인지.
최수종: 과거에는 기차표 사듯이 티켓을 사야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그 후로는 타본 적이 없다(웃음).
하희라: 촬영 때문에 몇 번 타본 적은 있지만 티켓 구매 등 타기 전까지의 과정은 모두 되어 있는 상태에서 촬영을 하기 때문에 어떻게 전철을 타는지 잘 모른다. 버스도 방송을 시작하고 나서는 탄 적이 거의 없다.
최수종: 고속버스는 이용하고 있지만 교통카드로 버스를 타본 적은 없다. 패스권, 토큰으로 버스를 탔었다(웃음).
Q. 하희라 씨는 취미가 무엇인가요.
하희라: 볼링. 지인들끼리 볼링 모임을 한 달에 한 번씩 갖고 있다. 애버리지 140 정도. 볼링을 10여 년 만에 다시 시작했는데 정말 재밌다.
최수종: 정말 잘 친다. 점수를 200점 이상 내기도 한다. 터키에 더블에.
하희라: 함께 MBC ‘여자를 울려’에 출연한 이태란, 오대규를 포함해서 총 6명이서 소규모 볼링 모임을 만들었다. 2~3주에 한 번 씩 만나 볼링도 치고 대화도 나누고 있다.
Q. 다양한 캐릭터, 드라마 속 부모님을 연기하면서 실제 모습과 비슷한 캐릭터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하희라: 실제 제 모습과 같은 어머니 역할은 해본 적 없다(웃음). 저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 최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자유를 주며 뒤에서 보호해주고 싶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는 해주되 선택은 아이들에게 맡긴다. 최종 선택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을 것이다. 저도 어릴 때 제가 선택한 배우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한 번도 후회를 한 적이 없다.
최수종: 엄마는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저는 그 이야기를 옆에서 다 듣고 아이들에게 결정적인 말 한마디씩 건네주는 아버지다. 위엄 있는 아빠보다는 아이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편이다. 첫째 아들이 존경하는 사람, 영웅이 누군지 물으면 아버지라고 답하더라. 그 이유를 물었더니 “내 의견을 존중해주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때문에”라고 대답했다.
하희라: 최수종은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쓴다. 아이들은 아빠를 보며 배려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다.
최수종: 예를 들어 “최민서씨 오늘은 어땠어요”라고 말을 건넨다.
Q. 촬영부터 인터뷰까지 최수종 씨는 하희라에게 계속 “하희라 씨”라고 부르던데, 애칭이 따로 없는지 궁금해요.
하희라: 저는 대학생 때부터 최수종을 오빠라고 불렀기 때문에 둘이 있을 때는 오빠라고 부른다.
최수종: 저는 하희라 씨라고 부른다. 급할 때만 자기야라는 애칭을 사용하는 편.
Q. 대학생 때부터 최수종 씨를 오빠라고 불렀다고 하셨는데, 언제부터 연인 관계로 발전하신 건가요.
하희라: 사랑의 시작을 언제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대학교 졸업할 때 즈음부터 사귄다는 느낌을 받았다.
Q. SNS에 데이트하는 모습을 많이 업로드하시는데, 가장 좋아하는 데이트는 무엇인가요.
하희라: 영화 관람. 언제든지 시간 될 때 할 수 있는 데이트이기에 좋다. 그리고 볼링도 함께 다니면서 취미를 공유하고 있다. 장 볼 때도 함께 간다(웃음). 간혹 최수종 혼자 장보고 올 때도 있다. 리스트만 작성해서 주면 임무를 확실하게 수행한다(웃음).
Q. 최수종 씨는 가정적인 남편인 것 같아요.
하희라: 집안일을 힘들어하거나 귀찮아하지 않는다. 옷도 반듯하게 다려준다.
최수종: 오늘 바지도 제가 깔끔하게 다렸다(웃음).
Q.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최수종: 지금까지 해왔던 모습과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악역으로 변신하거나 지금까지 제대로 보여주지 못 했던 아버지 모습을 보여주거나.
하희라: 나는 진지한데 상황이 웃겨서 코믹한 모습으로 비치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Q. 30여 년간 배우 생활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운 연기가 있는지 궁금해요.
최수종: 분위기에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웃는 연기. 멋진 웃음이 아니라 정말 상황에 몰입해야만 나올 수 있는 몸짓과 표정을 지으면서 카메라 프레임을 벗어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아직도 어렵다.
하희라: 어려운 연기보다는 같은 장면을 ‘다시 찍고 싶다’고 말하는 용기가 부족하다. 방금 찍은 모습이 살짝 아쉬워 다시 하고 싶지만, 더 좋은 컷이 안 나올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조심하게 된다.
Q. 가장 힘들었던 순간.
하희라: 최수종이 KBS 드라마 ‘대왕의 꿈’ 촬영 중 부상을 입었다.
최수종: 겨울 촬영 중 말을 타고 뛰다가 얼음판에서 넘어졌다. 말은 죽었고 저는 견갑골, 등뼈가 완전히 으스러졌다. 방송도 중단되고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하희라: 회복이 다 되기 전에 촬영을 다시 재개했다.
최수종: 대사 한마디 하다가 너무 힘들면 약 먹고 진통제 맞고 주변 분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다시 대사를 맞췄다. 의사선생님들은 드라마 촬영하지 말라고 했지만, 촬영 막바지에 사고가 난 것이기에 대중과의 약속을 위해 노력했다.
Q.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또 한번 배우 인생을 걷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최수종: 해보고 싶은 일이 참 많다. 하지만 다음 생에도 배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하고 싶다.
하희라: 그 시기에 주어지는 상황을 따를 것 같다. 현재 배우 생활도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기회를 접하게 되면서 해오고 있는 일이기에 다음 생에는 배우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Q. 최수종씨가 이벤트 가이로 유명하잖아요. 어떤 이벤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지.
최수종: 예전에는 하희라씨만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지만 지금은 ‘사랑의 빛 공동체 정기음악회’처럼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하희라: 7년 전부터 자연스럽게 이벤트가 모두와 함께하는 ‘특별한 순간’으로 변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는 친구들과 버스 타고 놀이공원에 놀러 갈 때 받은 선물들. 버스 이동 시간 동안 들을 수 있도록 카세트테이프를 녹음해주고 버스 곳곳에 간식을 준비해놨더라. 저뿐만 아니라 일행들도 함께 행복한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 및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최수종: 배우로서 부끄럽지 않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 배우는 늘 준비가 되어있고 성실할수록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점을 후배들이 잊지 않길 바란다.
하희라: 연달아 작품 2개를 마쳤다. 지금은 잠시 몸을 위해 운동하면서 건강을 챙길 예정이다. 내년에 색다른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길 바란다. 더불어 화면 속 모습뿐만 아니라 스크린 밖에서 스태프들과 함께 있는 모습도 예쁜 배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을 후배들이 기억하길 바란다.
기획 진행: 임미애, 김벼리
포토: bnt포토그래퍼 류수
영상 촬영, 편집: 박수민 PD
의상: 반달리스트, 비아바이이정기, 블리다, 베스띠벨리, 이사베이
슈즈: 이로스타일, 모놈아카이브
주얼리: 아가타 파리, 미시리코드
헤어: 컬쳐앤네이처 청담점 아미 원장
메이크업: 컬쳐앤네이처 본점 주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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